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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Sep 19. 2016

독일의 12년 된 요리 동호회와 치맥

그들이 치느님을 제대로 상봉 한날 



언제나 요리 강습이 있는

날이면

문화 센터에 강습 시간보다

한두 시간 일찍 

나와

이론 수업할 비머를 설치하고

조별로 실습하게 될 

오늘의 메뉴에

맞게 식재료 들을 나누고

텅~빈 강의실과 실습실에서

오늘은 어떤 사람들이 

한국 요리를 배우러 오려나

두 근 반 세근반 

설레며 기다리게 된다.

창가에 붙어 앉아 눈 오기를

기다리는 아이처럼 말이다.




오늘 나와 함께 한국요리를

했던 팀은

벌써 여름부터

미리 한국요리 강습 시간을

예약해 놓고 

이 시간이 오기만을

기다려준 대~단한 

사람들 이였다.


요리강사 생활 수년 만에 

하다 하다 

이런 막강한 팀은 처음이었다.

어떤 팀 이였느냐 하면

요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12년 차 

독일 요리 동호회 여러분 들이었다.



이 동호회 안에는

15년째 이탈리아 요리 강습을

하고 있는

전문 요리 강사 도 있으며 

해외로 출장을

자주 다니는 

회사 임원 들도 있고

외국어 교사 

음대 교수 

잡지사 기자 

연주자 등등 

아주 다양한 직업군의 

해외 경험이 풍부한 사람들로

다른 나라의 문화와 

식문화에 관심이 많고 

요리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모여 동호회를 만든 것이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 다녀온 사람들도

있고

집에서 직접 한국음식을 

만들어 본 사람들도 있었다. 


(삶아 건진 당면의 맛이 궁금해 잡채 양념하기 전 

서로 먹어 본다고 난리들 이였다)


12년째 모여 같이 요리하고 

만나 온 사람 들이라 

가족 같은 사람 들이었고

오랜 시간 요리를 해 온 

사람 들이라

앞에서 요리하는 법을 보여 주고 

설명 이 끝남과 동시에  

일사불란 하게 척 ~척 이였다.


어찌나 잘들 따라오는지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선생님 들이

공부 잘하는 애들을 이뻐했나 보다 

 덕분에 

요리조리 사진 찍을 시간도 

챙길 수 있었고

 자르고, 양념하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버무려서 

5가지 한국 요리를 가뿐히

소화할 수 있었다.

돼지불고기, 배추김치, 잡채,

 치킨 두 가지

양념반 프라이드 반 

으로 다가 


(매운 양념치킨을 손으로 들고 

제대로 뜯고 계신다)


불타는 금요일에 제격인

치킨과 맥주

직장인 들의 애환을 달래주고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 주며

온 가족이 늦은 밤 모여 앉아

먹는 야식으로도 인기 있는

드라마 보며 먹기에도 

아주 그만인

우리들의 치맥 ~~

그 치맥을

독일 요리 동호회

사람들과 제대로 만들어 

맛나게 먹었다.


어떻게?

손가락에 뭍은 양념까지 

쪽쪽 빨아먹어 가며~~

후라이드 반, 양념반으로 튀겨낸 

치킨 중

매운 양념치킨이

단연 인기였고

튀겨 놓은 닭에

또 한 번 양념을 덧 입힌 한다는 

것에 

모두들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들이 치느님을 제대로 상봉한 날이다. 


(한국 요리강습 시간에 한국말로 꼭 

가르쳐 주는 것 세 가지 

감사합니다/맛있게 드세요/건배)


한국 식의 매운 양념 치킨을 먹으며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준비되었던

독일 맥주를 높이 들고

한국말로 건배를 외쳤다. 

먹는 도중

아직 한국 맥주를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 맛이 어떤지를 궁금해 

했었다.


그때

한국에 출장 다녀온 사람 중 

한 명이

한국 맥주는 너무 순해서

한국 갈빗집에서 소주를 마셨는데

처음에 너무 부드럽게 잘 넘어

가서

마셨다가 

일어설 때 휘청 했다고 

고것이 알코올 도수 꽤  쎄~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해 

모두 한바탕  웃었다.


우리는 한국 맥주로 시작해

한국의 직장 문화

고깃집 풍경,

겨울철 김장문화 등등

자연스레 

한국 문화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한국 요리 강습은 

식재료를 손질해서 자르고

 지지고 볶고 양념하고 

만들어서 음식만 나누어

먹는 것이 아니라

 요리를 함께한 사람들과 마음도 

나누며

무엇보다

한국의 문화와 정을  

전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다.


우리 것을 알릴 수 있어 

뿌듯했고

귀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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