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평범한 것이 최고로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
내가 요리강습을 하고 있는
문화센터 중에 한 곳인 KFB에서는
일 년 에 한 번
네 명의 강사가 돌아가며
강습하는
4번짜리 블록 세미나 형식의
특별 요리강습 이 진행된다.
우리끼리 이야기하기로는
일명 VIP 강습
그 수업의 대상 은
문화센터의 건물주 가 포함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이 동네 상류층 들이다.
그들의
50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전통 있는 그들 만의
특별한
사교모임에서 진행되는 요리강습.
그 VIP 그룹은
말 그대로
카셀에서 대대손손
이름을 떨치며 잘 살고 계시는
백만장자, 기업인, 정치인, 교수,
변호사, 의사, 치과의사 등등
나름 내로라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들만의 모임을 가지고
봉사활동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일 년에 한 번
4주에 거쳐
요리 강습으로 친목도 다지고
즐겁고 유용한 시간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 특별한 강습 이
우리 문화센터에서 시작된 지
26년이 넘었다고 한다.
뭐든 시작하면
길고 꾸준히 하는
독일 사람들이다.
처음
이 스페셜 한 모임의 강습을
제안을 받았을 때
그것도
제일 첫 번째 시간으로
강습을
시작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사실
조금 많이 부담스럽긴 했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사람들에 비해
이 VIP 그룹은
대단? 스런 사람들이라
입맛도 까다로울 것 같고
내 뒤에 줄줄이 있을 수업 들이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강습 으로
셰프 출신의 강습 잘 하기로 소문난
요리 강사들 중 선별된
에이스 강사 들 이기 때문이다.
그런 특별한 릴레이 강습에
에이스도 아닌 내가 끼게 된 이유는
그 VIP 그룹에서
이번에 꼭
한국 요리를 해보고 싶다고
게다가
블록 세미나 4주 중에
제일 첫 타임으로
콕 집어 지목해 주었기 때문이다.
어쩐다?
이거 잘 해야 본전이고
못 하면 안 되고
겁나게 잘해야 판세를
뒤집을까? 말까?인데...
그러나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니
일단
열심히 준비하고 보는 거다.
16명의 VIP
그 입맛 높을 데로 높아져 있는
사람들 에게
맛으로도 충분해야 하고
주로 원하는 요리의
파트 별 셰프 들을 데려다
제집에서 가든파티를
여는 사람들이니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도
아닐 테고 그러니
조리 과정이 너무 복잡하거나
어려 워도 안 되는 것이다.
뭔가 특별한 한국요리
강습 메뉴를 짜기 위해
머리 싸매고 한 고민 끝에
언제나
가장 평범한 것이
최고로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것 에서
답을 찾았다.
마치 내게 있어
친정어머니의 된장찌개 가
세상에서 제일 특별하고
맛있는 음식인 것처럼 말이다.
우리가 가장 손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고
맛난 한국 음식 중 하나
삼색 주먹밥
익은 배추김치 송송 썰어
물기 꽉 짜고 참기름 양념한 밥에
섞어 만들고
잘게 다진 노란 단무지 품은 주먹밥에
달걀노른자 가루 솔솔 입히고
바삭하고 고소한 김 가루에 흑임자 으깬 것
섞어서...
이렇게
세 가지의 각기 다른 색
다른 맛으로 주먹밥을 만들고
그위에 색깔 고추를 썰어 얹었다.
비주얼은 평범했으나
그 맛은 독특하고 특별했다.
독일 VIP 들의
반응 또한 열렬했다.
그중에서도
김가루 흑임자의 고소한 맛과
익은 김치의 감칠맛에
비해
평소
색감 들여 절인 무라는 것에 익숙 하지
않은 독일 사람들이 자주
이건 뭐니?라고 묻는
단무지는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그중 제일 맛있어했다.
노란 단무지의 놀라운 반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뿐만 아니다
이번 강습에서는
기막힌 반전이 하나 더 있었다.
저 그릇 군데군데
뭍은 고추장이 보이시는가?
독일 사람들 중
매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도 하고
유럽으로 수출되는
한국 고추장, 고춧가루는
국내에서 판매되는 것보다
훨씬 덜 맵다.
그. 러. 나
내가
한국요리 강사로 강습을
하는 동안
잡채에 고추장을 섞어 보겠다는
아이디어를 낸
독일 사람 들은 아직
못 만나 봤는데
이날 특별반 강습에서
드디어 나왔다.
개인 비서까지 대동하시고
오신
그분은 원래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신단다.
그럼에도 우리의 고추장이
너무 맛나다 는 거다.
이분의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에
그 조는 잡채에 고추장 넣고
비벼 빨간 잡채를
먹게 되었고
다른 조들도 맛보고는
따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말았다.
급기야
고기만두 속에 고추장, 고춧가루를
버무려 만드는
조까지 탄생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날의 VIP 그룹은
다른 요리강습 강사들이
호들갑을 떨 만큼
이 동네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로 쉽게 길가다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중에는
유명한 기업의 대표도 있었고
아버지가 장관을 역임하신
대대로 국회의원 인 분도
있었으며
할아버지가 독일인 이면 누구나 아는
학자 집안의 교수 도 있었다.
이날, 그들의 모임에서
주최되는 행사에
관한 회의도
요리 강습 안에서 진행되었고
대를 이어하는 전통 있는
모임이다 보니
행사 때마다
다음대를 이을 주니어들을
모임에
데뷔? 시키는데
이번
한식 요리강습에서
누구의 아들과 사위가
처음으로 그들 모임에
데뷔를 했다.
그와 동시에
직접 만들어 본
한국의 삼색 주먹밥 등의
한국 요리가
박수갈채를
받으며
독일 VIP 들 에게도
특별하고 놀라운 맛으로
강렬하게 데뷔를 했다.
가장 소박하고 평범한 우리 만의 맛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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