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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그렇게, 진짜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크로아티아 풀다 로

by 김중희

토요일

우리는 그렇게

차를 카센터에 맡겨 두고

친절한 이탈리아 직원 아저씨가

건네 주신 버스표를 손에 들고

밖으로 나왔다.

크로아티아 풀다 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가려면

맞은편에서

중앙역까지 시내버스 20번을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는 친절한

설명을 머릿속에 입력 한 체

마치 생전 처음

낯선 곳에 떨어진 사람 들처럼

버스표 손에 꼭 쥐고

입으로 20번 버스를 되뇌 이며 말이다.



트리에스테의 시내버스 20번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독일

우리 동네 시내버스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단지

기사 아저씨에게 종점까지

몇 정거장 남았는지

영어로 물어봤다가

!@#$%^&*()!@#$%^&*

알아들을 수 없는 이탈리아 어로

답을 들었다는 것과

버스 안에서 이탈리아 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듣지 못했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렇게 도착한

트리에스테 버스 터미널에서

크로아티아 풀라로

가는 버스표를 끊고

우리는

아직 두 시간도 더 남은

출발 시간을 기다리기 위해

바로 길 건너편에

있는 중앙 역 안으로 들어갔다.




트리에스테

중앙 역 안은

어디선 가에서 지금 막

도착한 사람들..

그리고

어디론 가로 떠나 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에서

아 이제 도착했구나 하는

안도감과

아 이제 드디어 출발한다 하는

설렘이

소리 없이 교차된다.

말없이 나란히 서 있는

출발 지 다른

기차 들처럼...




어디론 가로 떠나려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짐을 정리하고...

또는

필요한 음료수 나

물품 들을 챙기고...

간단한 요기를 하는 등의

특별할 것 없는

일련의 움직임 들은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의 여행에 한 부분이

되어

소리 없이 얹어진다.

지금 우리가

트리에스테를 떠올리면

자연스레 한 장의 사진처럼

그날의 모습 들이

떠오르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트리에스테의 버스 터미널

에서

다른 여행 객 들 틈에 끼어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어

2시간 30분 만에

숙소에서 출발 한지

만 하루 만에

크로아티아 풀다 에 도착했다.

금요일 저녁 이면 다시 숙소로

돌아와

있을 것이라는

원래의 계획보다는 많이 늦은

시간이었지만

그날

만약 트리에스테 카센터

에서

슬로베니아의 카센터로

가기 위해

무리하게 길을 나서 더라면

러시아 푸틴의 슬로베니아

방문으로

슬로베니아의 모든 터널이 막히고

사상 최대의 교통체증 이였다는

그날 그곳에

서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과

계획 외의 일들을

뜻밖의 시간에

만나 기도 하는 것

그것이

여행인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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