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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04. 2020

어느 각도에서도 인생 샷, 그리스의 섬 Symi 시미

 사진으로 떠나는 여행,사진 겁나 많음 주의!


로도스 항구에서 만난
 재미난 인연.


우리는 로도스 에서의 둘째 날 마마 소피아에서 맛난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구시가지에서 걸어 걸어서 신시가지에 있는 로도스의 항구까지 나갔다. 오후 늦은 시간이었지만 콩콩 달아 있는 아스팔트의 열기는 식을 줄을 몰랐고 정오보다 쪼금 부드러워진 태양이 머리 위에 머물고 있었다. 한여름의 그리스 섬에서는 챙 넓은 모자는 필수품이다. 우리 집 딸내미처럼 헤어스타일 망가질까 봐 모자 없이 돌아다니다가는 머리로 커피 끓일 수 있는 지경이 된다.


돌아다니다 보니 로도스의 신시가지는 크레타의 하니아 나 레팀노 같은 분위기였다.

저만큼 앞쪽에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커피숍들, 오렌지 등의 생과일을 갈아서 시원한 음료수로 팔고 있는 작은 가게들, 올리브 오일 , 비누 등의 특산물들을 파는 상점들, 여행지에서 입고 집에 가면 남사스러워 못 입을 옷들 위주로 진열해 놓고 나처럼 저 옷 입으면 저런 느낌이겠지 라는 순진한? 아줌마 들을 유혹하는 옷가게들..., 이름 자주 들어본 명품숍들.. 약국, 슈퍼,....

그리스 섬의 신시가지는 크기에 차이만 있지 비슷비슷한 곳이 많구나 하며 정박해 있는 크고 작은 배들 사이에 낚싯줄을 드리우고 있는 사람들이 보이는 부둣가로 향했다.


부둣가에는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작은 여행사 창구들이 있다. 여행 시간표 들이 적혀있는 종이들과 여행 팸플릿, 그리고 티켓들이 올려져 있는 작은 책상 하나와 그 옆에 간판 비슷하게 세워진 것에 배 사진, 그리고 패키지를 끊으면 다니게 될 곳들이 찍힌 사진들이 주르미 나열되어 있는 광고판을 세워 두고 한두 명이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을 불러 세운다."이거 보다 더 싼 상품은 없다, 영어 됩니다. 독일어 돼요. 이제 몇 장 안 남았어요, 내일 출발!" 등을 목청 높게 외치며 배 타고 하는 다양한 패키지 상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 웃겼던 것은 어느 창구 간판에 멋지구리한 사진 밑에 영어로 쓰여 있던 광고 문구였다.

"선상에서 노을 보며 돌고래 떼와 저녁을 "그 밑에 작은 글씨로 때에 따라 돌고래 못 볼 수도 있음이라는 문구였다.

돌고래 떼 보려고 그 패키지 끊었는데 밥만 먹고 돌아간 사람들이 있었던 게다.

우리는 한참 웃으며 음.. 저 집 패스! 그리고 다음날 항구에서 배 타고 어디든 가보기로 했다.


우리는 그렇게 하늘이 오렌지 빛으로 물들어 갈 때 호텔로 저녁을 먹으러 돌아가기 위해 서둘러 택시를 탔다.

이배는 항구에 정박해 있는 모습이 멋지구리 해서  한컷, 우리가 타고간 배는 훨씬 훨씬 쪼만한 배 였어요.그러나 속도는 좋았습니다.
로도스  섬에서 가까운 Symi 시미 섬 하루 당일 치기로 아주 그만이에요.

처음 택시를 탔을 때 우리가 어느 호텔로 가려고 한다 등을 서로 영어로 주고받던 택시 기사님이 갑자기 독일어로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이 독일어 한국어 섞어 가며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던 거다 그래서 우리는 영어보다 더 편한 독일어로 로도스에서 갈만한 곳들에 대해 귀한 팁들을 얻어 들었다.

그런데 기사님이 중년의? 여자분이라는 것도 신기했는데 독일어를 기가 막히게 하시는 거다.

호텔에서도 그 어디서도 우리가 그리스 섬에서 만난 그리스 사람 중에 이렇게 독일어를 퍼펙트하게 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잘하는 분들도 그리스 악센트라도 있게 마련인데 이분은 눈감고 있으면 독일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 지경이었다.

그래서 내가 "어머나 독일어를 너무 잘하세요. 심지어 악센트도 없으세요 "라고 나도 모르게 말해 버렸다.

그랬더니 그 기사님이 웃으면서 "저요? 저 독일 사람이에요" 하는 것이 아닌가?

허거덩...


독일 쾰른 근처 시골에서 태어나 20대 중반까지 독일에서 살았다는 하이케는 (이름도 전형적인 독일 이름) 어느 날 그리스 로도스 섬으로 여행을 왔다가 아름다운 정경과 정스런 사람들에게 그야말로 꽂혀서 눌러앉았다고 했다.

로도스에 살고 있은지 30년이 되었다는 그녀는 외양에서 풍기는 이미지만 보면 누가 봐도 그리스 사람이었다.

고향이 그립지는 않으냐고 물었더니 어쩌다 독일에 다녀오기는 하지만 그럴 때면 로도스 집으로 빨리 오고 싶어 진다며 자기는 그리스가 정말 마음에 든다는 것이다. 독일 사람들은 보편적으로 낯선 것에 두려움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음식도 주로 먹던 것만 여행도 매번 가던 곳으로 등등 익숙한 것을 더 편안해하고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고향을 떠나 사는 것을 많이 힘들어한다. 물론 사람 나름 이기는 하지만 태어난 동네에서 한 번도 떠나지 않고 끝까지 사는 사람들도 많고 독일 내에 타지에 살다가도 고향이 그리워 다시 돌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런데, 같은 유럽이기는 하지만 너무 다른 그리스에서 여행이 아닌 삶을 살며 너무 행복해하는 독일 사람을 만나게 되니 내게 만날 때마다 고향에 가고 싶어 어떻게 사냐고 묻고는 하는 우리 이웃 독일 할머니 할아버지 들과 오버랩되며 기분이 묘했다.


어쨌거나 그녀 하이케가 강추 해준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로도스에서 배 타고 가면 만나 진다는 작고 아름다운 섬 Symi 시미였다. 우리는 이곳을 세쨋날 여행지로 정했다.

나는 무엇보다도 그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별미라고 이야기한 꼭 먹어 보아야 한다는 시미 식

새우 요리가 먹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우리는 Symi 시미 섬
으로 갔다.


다음날 호텔에서 아침을 먹고 서둘러 항구로 나갔다.

벌써 항구에는 이곳저곳을 가기 위해 배를 타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고 시미로 가는 배표는 매진되었거나 이미 배가 시미 섬으로 출발을 한 후였다. 다음 배를 타려면 2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날로 미뤄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전날 부둣가에서 찍어 놓은 몇 군데 작은 여행사 중에 한 곳에서 30분만 기다리면 Symi 시미로 출발하는 배가 있다는 거다.

우리는 배에 타고 나서야 이배의 표가 왜 남아 있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다른 큰 배들에 비해 작고 날렵하게 생긴 배는 생긴 것만큼이나 빨랐다.


다른 큰 배들이 유람선처럼 유유히 바다를 가로질러 항해하고 있었다면 우리가 탄 배는 마치 수상스키를 타듯 빠르게 물살을 가르고 있었다. 빠른 것은 괜찮은데 어찌나 기름 냄새가 진동을 하는지

흔들리는 배의 느낌을 온몸으로 느끼며 기름 냄새를 맡고 있자니 환장할 지경이었다.

'나는 지금 기름통을 지고 물 위를 걷는겨'라는 상상을 할 때쯤 우리는 아름다운 섬 시미 에 도착했다.



Symi 시미 에서의 즐거운 포토 타임


오는 동안 배안에서 기름 냄새와 함께 파도에 헹가래 쳐지며 비몽사몽 간에 도착한 시미는 몽롱한 상태에서 정신이 번쩍 나게 이뻤다. 아기자기한 집들이 색색의 옷을 입고 산을 배경 삼아 켜켜이 올라가 있는 모습은 정말이지 장관이었다.

우리는 정오가 되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울렁거리는 속도 달랠 겸 일단 사진 찍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같은 곳 다른 느낌! ㅎㅎㅎ
돌계단에 앉으니 섬 전체가 아주 가까이 내려다 보였다. 마치 우리가 섬의 일부가 된 것처럼...

어디랄 없이 사람들이 많이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골목마다 초록 대문의 이 집도 노란 벽지를 바른듯한 저 집도 이쁘고 분위기 있었다.

우리는 남의 집 대문 앞이 무슨 드라마 촬영 장소 라도 되는 것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어 댔다.

그런데 진짜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사진이 너무 예쁘게 나오는 거다.

평소에, 사진이 잘 안 나와서 사진 찍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도 덩달아 신이 났고

여행 가면 가족들 사진 찍어 주느라 본인 사진 별로 없던 남편도 독사진 위주로 찍으며 배 안나오게 찍으라는 주문 까지 하신다.

우린 온 가족이 각자 화보 촬영 온 연예인이라도 된 것처럼 열심히 사진을 찍어 댔다.

그렇게 소속사가 우리집인 모델 들은 중간중간 계단에 앉아 쉬기도 하고 물도 마셔 가며 우리는 골목의 끝 산 꼭대기까지 올라갔다.


골목 끝에는 여기저기 돌계단 이 있었고 그 계단에 앉으니 시미 섬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주 가까이....

선명히 들어오는 섬의 모습을 감상하며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고 있으려니 우리가 마치 섬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우리는 에어컨보다 훨씬 시원한 공짜 바닷바람과 호텔 스카이라운지에서 보다 비싼 몇백년은 되었음직한 자연석에 기대앉아 황홀한 모멘트를 즐겼다.



2유로짜리 옷과 시미 섬 특산물


전날 인 스터 그램을 통해 시미 섬에서 인생 샷 건지기 딱이라는 정보를 모은 딸내미는 사진 촬영?을 위해 그 더운 날 이쁘지만 무지 더운 옷을 드레스코드로 선택을 해서 길 다니면서 사우나를 해야 했다.

우리는 실컷 사진 촬영을 하고 돌아 내려오면서 어디선가 딸내미의 옷을 해결해 주기로 했다.

촬영도 좋지만 저 옷을 그대로 입고 더 돌아다녔다가는 울 딸내미 땀띠 나게 생겨서 말이다.



작은 상점들이 한 줄로 늘어서 있는 부두가에서 우리는 남편과 막내는 티셔츠를 딸내미와 나는 원피스를 한화로 하자면 각각 삼천 원씩 해서 만 이천 원 들었다.

한낮이 되니 날이 너무 더워져서 뜸질하고 있는 딸내미 만 하나 사서 갈아 입히려다가 뭐든 2유로라는 말에 온 가족이 갈아입고 나왔다.

뽀송뽀송한 옷으로 갈아 입고 나니 더위가 한결 견딜만했다.

베고 자도 될 만큼 커다란 스펀지


옷 갈아 입고 사람들 많은 상점들 쪽으로 가보니 시미 섬의 특산물 자연산 스펀지를 파는 곳들이었다. 바다에서 캐어 온 것으로 자연산 스펀지를 몇십 년 동안 대를 이어 만들어 온 원조집부터 그 외 짝퉁 집? 들 까지 모두 크고 작은 자연산 스펀지 들을 팔고 있었는데 이 스펀지는 목욕할 때 떼를 밀지 않는 유럽 사람들에게 우리의 이태리 타월만큼이나 유용하게 쓰인다.

그 부드러운 정도와 종류도 다양하고 가격도 천차만별인 스펀지를 사려는 사람들로 상점 들 안은 북적였다.

온 동네 사람들 스펀지 선물을 하려는지 평생 사용할 스펀지를 사 가려는지 몇백 유로 어치를 사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 보드랍고 작은 (크기와 특성에 따라 생각보다 비싼 것도 많았다) 스펀지 두 개를 사서 넣고 드디어 시미의 새우 요리를 알현하러 갔다.

골목마다 과일 가게, 슈퍼 등등 작은 상점들이 옛날 우리 동네 집 앞 슈퍼처럼 들어앉아 있었다.
2유로짜리 티셔츠, 2유로짜리 원피스 치고 괜찮지 않은가? 뒤에 아저씨는 포토그래퍼처럼 가족사진을 식당에서 슈팅 중이시다.ㅎㅎㅎ
사진의 왼쪽 부터 그리스식 가지 요리 그리고 가운데 것이 시미섬의 특산물 새우 요리 그리고 오른쪽은 그리스식 양갈비 요리
시미 섬의 특산요리
껍질째 먹는 새우


드디어 그날 우리는 택시기사님 하이케가 강추했던 시미 섬의 특산 요리를 맛보았다.

작은 잔새우들을 올리브와 허브에 볶아낸 것을 껍질채 먹는 것인데 보기보다 새우의 껍질도 부드러웠고 살도 꽉 차 있어서 씹을때 마다 톡톡 터지는 것이 입안 가득 고소함과 바다내음이 뒤섞여 특별한 맛의 기억을 남겨 주었다.

한참 맛나게 먹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된장국에 넣어서 먹는 건새우가 말리기 전에 이렇게 생기지 않았을까? 하고 말이다.


행복하게 점심을 먹고 식당 밖을 나서니 태양이 작열 했다.신고전주의 아름다운 건축물 이고 뭣이고 간에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 가고싶은 마음만 간절했다.

그런데 우리의 해수욕장은 항구 맨 끝에 붙어 있었다.

물어 물어 해수욕장을 가면서 우리는 잠시 그늘로 들어 서서 뜨거움을 식혔다가 또 걷고 다시 상점 지붕 밑에 숨어? 들어 사진찍으며 한낮의 햇빛을 몇분 피했다가 마치 햇님과 밀당을 하듯 길을 다녔다.


그렇게 해서 간신히 찾은 시미섬의 해수욕장...

유리알 같이 맑고 차가운 바닷물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

물속에 서면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발가락이 훤히 내려다 보이고 작은 물고기가 돌아 다니는 것이 보이는 바닷물 속에서 몸을 식히며....

미모의 여신 카리스 가 태어났다는 곳,14세기 전까지는 섬의 존재 조차 알려 지지 않았었다는 신비한 동화 같은 역사를 담고 있는 시미섬에서....

우리는 마음 만은 이미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 이 되어 있었다. (몸매의 후덕함은 이미 같은급 ㅋㅋ)

"그런데 언젠가 이 섬이 지도 상에서 사라진다거나 해서 못찾는건 아니겠지?" 라는 판타지를 빙자한 시덥잖은 농담을 해가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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