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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중희 Jul 16. 2020

로도스의 하얀 신전 린도스

사진으로 하는 그리스 섬 여행

40유로어치의 스릴러

그리스 로도스 섬에서의 네쨋날....

전날, 멀지는 않지만 심히 활동적인? 배를 타고 아름다운 섬 시미 까지 다녀오느라 몹시 피곤했던 우리는 식구대로 늦잠을 실컷 자고 일어났다.

그 덕분에 아침 먹고 나니 햇빛이 따사롭다 못해 뜨겁고 어디 가서 점심도 먹어야 하니 (끼니 챙기는 것이 젤루 중요한 1인) 근처 해수욕장을 다녀올까 했었다.


그런데...

호텔 앞 주차장에서 손님을 기다 리던 택시 한 대가 세일 가에 모신다는 소리에 혹해서 예정에도 없이 조금 멀리 가기로 했다.

그 젊은? 택시 기사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우리가 머물고 있던 로도스 시에서 린도스 까지 50유로인데 세일해서 40유로에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로도스 에 온 사람들이 라면 그 아름다운 신전의 도시 린도스를 꼭 보고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덧붙여서 말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우리 4명이서 버스를 타도 30유로 가까이 나올 테고 조금 더 보태서 택시를 타면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서 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더운 날에 한 발짝이라도 덜 걷고 빨리 도착할 수 있다면 10유로 정도 더 쓴다 해도 손해 나는 것 같지 않았다.


거기다 아름다운 신전 이라지 않은가?

어쨌거나 그 택시기사님의 현란한 영업? 에 넘어간우리는 그날 계획에도 없던 도시 린도스로 향했다.

여기서 거기까지 얼마나 걸리겠느냐는 질문에 운 좋으면 한 시간 이면 충분할 것 같다고 하는 기사님의 이야기에 에어컨 팡팡 나오는 시원한 택시에서 조금 졸다 깨면 도착 해 있겠지 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이 온전히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로도스 시에서 린도스로 가는 길은 좁고 울퉁불퉁했으며 차들 도 많았다. 거기다가 우리가 타고 있던 택시는 어떻게 이런 차가 굴러갈까 싶을 정도로 차의 상태가 엉망이었다.

기사님이 조금 속도를 낸다 싶으면 차체가 덜덜덜 소리를 내며 차의 문짝이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에어컨을 켰다는데 전혀 느낌이 없어 차라리 창문을 내려 달랬더니 창문이 내려가다 중간에 멈춰 섰다.

더 안 내려간다고 하니 기사님은  그 정도가 다 열린 거예요 라며 당당히 말했다.

이미 타고 있으니 차에서 내릴 수도 없고 가는 길은 덥고 불안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한여름에 에어컨도 제대로 안 나오고 창문도 열리다 마는 차 안에서 뜸질?하고 앉아 있으려니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때 택시가 웬 식당과 주유소를 겸한 곳에서 멈춰 서더니 기사님은 모닝커피를 못해서 커피가 급 필요하다며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푹푹 찌는 택시 안에 우리를 남겨 놓고 주유소에서 커피를 들고 아는 사람을 만났는지 수다 삼매경에 빠진 택시 기사님을 보고 멍 해진 나는 남편에게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여보야,우리 택시 잘못 탄 것 같아 내릴까?"

그랬더니 남편은
"어떻게 그래, 탔으면 그냥 가야지" 한다.


우리의 택시는 뽀얀 먼지를 날리며 마치 사막을 가르고 달리는 지프차처럼 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동산의 놀이 기구처럼 붕붕 거리며 로도스섬의 골목길을 누비며 달려 나갔다.

조금만 더 보태어 상상해 보자면 딱 요런 장면이 떠올랐다.

할리우드에 구라 팥떡 같은 영화에서 괴물 에게던 사람에게 던 쫓기어 전속력으로 달리던 차가 급커브를 틀며 어딘가에 부딪혀 차 문짝 하나가 뚝 떨어져 나가고 그럼에도 그 안의 사람들은 소리소리 지르며 흔들리는 차에 용케 버티고 앉아 있다가 차가 주저앉기 직전에 탈출하는 장면 말이다.

차는 개박살이 났어도 사람들은 몇 군데 긁혀 피 쬐 금 나고 겁나 멀쩡한 말도 안 되는 스릴러 영화들 말이다.

지금 막 큐 싸인 들어오면 그런? 영화를 찍는데도 이상 할 것 없어 보이는 기막힌 택시를 타고 로도스섬의 관광지 중에 한곳인 린도스로 가고 있었다.


어떻게든 왔노라 린도스


달리며.....

몸이 공중부양하는 덜커덩 거리는 택시 안에는..... 재밌다며 신이 난 막내와 더워서 줄줄 흐르는 땀 때문에 애써 하고 나온 화장이 다 흘러내려 끈적거린다며 짜증 지대로인 딸내미와 이와 중에도 린도스에서 뭘 하면 좋을지를 기사님께 묻고 있는 남편과 차가 쿵 할 때마다 혹시나 문짝이 떨어져 나가면 어쩌나.. 쾅하며 무거운 엉덩이가 공중에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니 무게를 못 이겨 이대로 타이어가 주저앉으면 어쩌나... 하며... 걱정 매들리를 읊조리고 있는 아줌마 하나 있었다.


택시를 탄지 두 시간 만에 그 난리도 아닌 차를 타고 우리는 린도스에 도착했다.

우리를 내려 주며 즐거운 여행되시라던 택시 기사님의 친절한 미소가 예전에 보았던 "나 홀로 집에 "라는 영화에서.. 허당스러운 악당이 반짝이는 금니를 내 보이며 씩 하고 웃던 장면과 몹시도 닮아 있었다.


당나귀를 타고 가세요.?

그렇게....

도착한 린도스는 푸른 바다와 하얀 조약돌 같은 집들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져 눈이 부시게 아름다웠다.

쪽빛 바다는....

옆으로 켜켜이 올라간 하얀 집들 꼭대기에 있는 신전까지 38도를 웃도는 정오의 땡볕을 밭으며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고민을 우리에게 안겨 준 채 잔잔이 파도 치고 있었다.

우리는 3단으로 쌓아 올린 웨딩 케이크처럼 하얀 집들이 차곡차곡 올라간 골목을 올려다보며...

그 난리 부르스 택시 안에서도 귀에 쏙 들려오던 린도스에 가면 꼭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세요 하던 택시 기사님의 말이 떠올랐다.

남편이 왜 당나귀를 타야 하느냐 물었더니 가보면 알 거라며 이 더운 날 그냥 걸어 올라갔다 기어 내려오는 사람들 많이 봤다는 것이다.

안 그래도 남편은 그전날부터 발이 아프다며 걷는 것을 힘들어하던 상황이었다.


우리는 골목 입구의 당나귀 택시 정류소? 앞에 모여 있던 많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한 사람당 편도는 7유로 왕복은 14유로라는 소리에 살짝 고민하다가 편도를 끊고 당나귀 택시를 타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당나귀가 말보다는 작지만 막상 올라앉으니 그위는 세상 높은 것이다. 게다가 안장이 흔들흔들하는 상태에서 경사 있는 오르막 길을 휘청 휘청 올라가자니 잡아 주는 아저씨들이 있어도 여간 불안하고 무 서븐 것이 아니었다.

안장을 떨리는 손으로 부여잡고 앉아 있어도

특히나 골목길들을 지나 시퍼런? 바다가 보이는 낭떠러지 길을 올라갈 때는 절경을 감상할 마음에 여유가 없을 만큼 떨고 있었다. 그때까지 당나귀의 줄을 잡고 있던 길잡이 아저씨가 사진 찍어 준다며 손을 놓자 잘못 내딛으면 바다로 곧장 다이빙하게 생긴 비탈길 위에 서서 진땀을 삐질 삐질 흘려야 했다. 내가 타고 있는 당나귀가 "아따 아줌마 디럽게 무겁네, 도저히 더 이상은 못 가겠슈"하고 나를 털어 낸다면 아무 안전장치도 없는 내추럴 비탈길을 대굴대굴 굴러 바다에 퐁당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상상을 하며 말이다.

나는 당나귀와 우리를 홀로 두고 기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찍어 주겠노라 줄을 놓고 내 핸디를 위로 한번 옆으로 한번 돌려 가며 치즈를 외치고 있는 아저씨에게 정말이지 이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아자씨 사진 됐슈... 줄 좀 잡 아유 지발...!"

로도스의 하얀 신전에서...


린도스의 꼭대기 신전까지 어떻게 올랐는지 가물가물하다 싶을 만큼 오는 길이 스펙터클 했던 나는 매섭게 더운 날씨와 지친 심신으로 그리스의 신전이고 뭣이고 고고학적 가치가 있는 아크로폴리스고 자시고 간에 시원한 데 가서 드러눕고 싶었다.

그리스의 한여름 한낮의 볕은 강렬하다는 말로 부족하다.

울 막내가 그랬다 "엄마 우리가 그릴이 되고 있는 것 같아"라고...

게다가 이 기둥 위주로 남아 있는 유적지는 시원한 그늘을 선사해 줄 나무 한그루 도 없었다.


기둥과 기둥 사이에 드리워진 얕으막한 그늘 사이에 파고든 우리는 빨랫줄에 조롱조롱 앉은 참새 떼처럼 모여 앉아 더운 날씨에 덥혀져서 뜨뜻해진 물을 마시며 더위를 식히려 애썼다.

그리스 사람들이 들으면 "아니 이 무식한 아줌마가 여기 요 기둥이 역사 적으로 얼마나 가치 있는 유적지 인지 아슈? "할지 모르겠으나 내게 그 순간 만큼은 한 뼘 남짓 한 그늘이 더 값졌다.

작은 그늘에 앉았어도 어찌나 라이브로 덥던지 다른 건 몰라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 왜 그리 헐벗고 있었던지 이해가 가고도 남았다.


역사 공부와 그리스의 고대 건축학적 역사가 쓰여진 유적지에 왔다는 감동의 쓰나미는 나중으로 미루고 우리는 쩔쩔 끓는 듯한 더위속 땡볕도 피하고 늦은 점심도 먹을 겸 걸어서 저 멀리 보이는 해수욕장으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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