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품평 / 금세 사랑에 빠지는

Culture

by Joong

장범준과 박수봉이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통해 만들어낸 음반 및 웹툰이다. 소위 말하는 브랜드툰으로, CJ가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기획하고 제작- 및 네이버가 유통한 문화 상품이다. 약간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있겠으나, 품 자체를 비하할 생각은 없다. 꽤 새로운 시도이고, 무엇보다 음악과 웹툰 자체가 요소요소별로 잘 어울린다. 감성이란 미묘한 것이어서, 어지간히 톤을 공유하지 않으면 어딘지 이질적이기 쉬운데 전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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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흐름은 꽤 빠른 편으로, 수년 간의 연애가 주마등을 훑듯이 지나간다. 시작도 못해본 첫사랑이자 짝사랑, 어렵게 시작한 첫사랑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모든 것이 처음인 사랑. 그리고 진짜인 것처럼 보이는, 마지막이라고 말해줬으면 좋을 것 같은 오랜 시간 뒤에 시작되는 사랑의 시작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후기에서 작가는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20대 남자가 사랑에 대해 경험하는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어찌어찌 별것 아닌 이유로 전공을 정하고, 어려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하고- 차이거나 만나거나 군대를 다녀오고 나면, 다시 세상은 무기력함을 선사하면서 다른 국면의 사랑으로 내몰려진다. 군인 월급이나 학생 용돈이나, 그리 풍족하지 않은 돈을 쪼개어 데이트 비용을 남자답게 내고 나면- 분명히 그 누구도 잘못한 것이 없음에도 돌아오는 허탈한 그 무엇은 이 사회가 선사하는 무기력함 때문이다.


노인과 아이, 여자가 사회적 약자라고들 하지만, 그건 육체적인 능력에 국한된 것이고 오히려 종합적인 관점의 사회적 약자는 갓 어른이 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독립적인 홀로서기를 해야만 하는 20대 남자들이 아닐까. 오히려 그나마 우월한 육체적인 능력 때문에 나라의 징집 대상이 되어 젊은 날의 개인사는 비극으로 얼룩지기 일 쑤일 뿐이다.


장범준은 그런 평범하면서도 좌절하지 않았던 20대 남성을 스스로 상징하고, 나름의 사회에 순응하면서 타협하였다. 나는 그를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그가 사회운동을 하기보다 할 수만 있다면 음악을 하는 것이 그와 이 사회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그의 벚꽃엔딩이라는 노래 때문에 연금복권을 탔네- 옛날 같은 순수한 느낌이 아니네-라고 말하지만, 그런 순진한 생각은 10대 때 성장하면서 사라진다는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지 않나? 그보다는 앨범이 나왔다는 소리에 음반만 홀랑 들어버리고 성급한 평가를 내뱉은 것이 후회될 따름이고, 약간의 과도한 실험이 오히려 웹툰을 통해 전체 앨범의 맥락이 이해가 되었다.


나는 반대로 안주하고 마는 숱한 젊은 성공한 사업가, 아티스트, 연예인 등등등- 을 경멸한다. 이승철 같은 인간의 노래는 어딘지 모르게 금방 질리고 마는 것이다.


자신이 타고난 기질과 목소리는 바꿀 수 없으니, 곡과 다른 형식으로 도전하고 실험한다. 그것도 한국이라는 특수한 환경 때문에 생기는 주제와 매체의 형식을 빌려서. 이쯤 되면 어찌 되었건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가 단순히 매력적인 목소리만을 가지고 노래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자칫 평범한 사람이 죽도록 자신의 인생과 싸워가면서 할 수 있는,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조차도 새롭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귀감을 얻어간다.


한편으로, 결국은 상처 투성이로 기억된 나의 20대 연애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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