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대학로 골목 안쪽 지하 1층에 위치한 다소 오래된 책방이다.
최근에 많아진 독립출판 서점의 형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올드한 면이 있기에, 오래된 미래라고 해두는 편이 좋을 것 같다.
가게는 나이에 비해 앳되보이시는 점잖은 남자 정잠님이 묵묵히 운영하고 있다. 가만히 책을 구경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책방의 영업시간을 전화로 물었다. 이런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데 단골이나 열정을 가진 손님만큼 중요한 존재는 없을 것이다. 그들은, 숨겨진 보석이 어디에 있던 기어이 찾아내서 함께해주는 존재들이다. 누구라도, 타협하지 않으려면 이런 존재들이 필요하다.
간간히 펜 사인회도 하는 모양인지 외국 동화책 작가의 팬사인회 일정이 5월 26일로 잡혀있었다. 짧게나마 그녀의 책을 속독하였는데, 시처럼 간결하고 이미지는 새롭다. 단단한 책방의 단단한 작가의 동화책이다. 보통 여운이 남는 컨텐츠는 드물다. 그것은 어떤 암시로 관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서 그 '불분명함'에 관객의 노력이 들어가야 한다. 여유있는 상태의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모두가 모두를 위해, 모두에 의해- 바쁜 지금은 노오오오력이 어렵고, 이런 컨텐츠란 그들에게 피곤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게다가 동화라니, 이딴 걸 읽어서 언제 승진이나 하겠는가- 수능에도 나올리 없고, 소개팅에도 도움이 안되며, 이거 읽는 다고 쌍커풀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돈과 시간은 써야한다니 넌 지하에 쳐박혀 있거라. 우리는 너희를 외면하고 싶단다.
그래서- 책방은 지하 1층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법정 스님의 주옥같은 책을 절판이기에 판매를 할 수는 없지만, 빌려는 드리는 책방으로-
그 어떤 상업 갤러리보다도 진실된 작업을 전시하는 책방으로-
내가 대학원 시절 큰 틀을 잡아가는데 도움이 되었던 E.H 곰브리치의 '예술과 환영'이 꽂혀있고,
워크룸 프레스 편집장이 말한 '아무도 비싸서 안살거같아서 5만원으로 했더니 정말 안팔렸다'는 얀 치홀트의 책이 5만원을 간직한 채 꽂혀있었던 그런 책방으로 남았다.
그래도 월세는 내야하니까,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입체 카드 같은 것들로 타협하면서도, 자존심으로 돈도 안되는, 1권이나 팔릴까 말까한 '착한 전기'같은 초등학교 교과서같은 메아리를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그런 책방으로 살아남았다. 이런 곳을 보고 있자면 어딘지 측은지심과 의심- 의아의 눈초리 사이의 안타까운 웃음이. 이런 지긋지긋한 어린왕자 같은 이야기라며 책을 전부 다 빼서 던져버리고 싶지만서도 여전히 애른으로 남아있는 스스로를 다시 거울처럼 돌아보게 마는 것이다.
그래도 응원합니다. 당신을 -
결국은 사람인,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