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품평 / 카페 아모카

Place

by Joong

서울 시청역 근처의 카페다. 친구가 다니는 굉장히 오래된 성공회 건물을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소개받았다. 가게 주변에 문화재급 건축물이 있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은 축복이다. 뭐랄까- 복잡한 문화적인 가치는 차치하더라도, 적어도 그놈의 지긋지긋한 재개발의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한 블록에 하나 정도는 공사판이 즐비한데, 도저히 시내를 거닐 맛이 안 난다. 심지어 그게 내 작업실 주변이거나 학교 근처라면 이건 공부를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종교적인 고건축물은 문화재청의 보호와 교단의 비호 아래 변할 일 없으니(어느 정도의 지속적인 보수공사 정도는 있겠지만-) 이웃으로 이만한 건물이 있을까.


성당이 오래된 벽돌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카페 내부도 마찬가지로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요새 새로 지은 건물들 인테리어를 많이들 벽돌로 하는데, 너무 새것이라 어딘지 어색하다. 주인장은 세월의 켜를 맞추려고 한 것인지 어디서 구해왔는지 모를 오래된 벽돌들로 꾸며 놓았다. 격에 맞추어 바닥도 꽤 앤틱 한 나무 마감의 격자 패턴이다. 인테리어 자체는 굉장히 단순한데, 마감(질감)은 보통이 아니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나로서는 다음과 같은 공식이 성립한다.


단순하고 정제된 어떤 틀, 형태, 구조

질감이 좋고 마감이 뛰어난 마무리의 스킨, 패턴, 조명(빛), 연결부

반대도 성립하는 것 같다.


질감이 싸고 어설프면, 차라리

복잡하고 러프한 어떤 틀, 형태, 구조가 붙는 것이 좋다.


이 두 가지는 각기의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나도 매체로부터 무의식적으로 학습된 결과인지 인간이란 원래 그런 것들을 선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현상적으로- 꽤 많은 경우에 있어 성립하는 공식이라고 생각한다.


위의 공식에 카페를 대입해 보면 다음과 같았다.


넓고 트인, 그리고 단순한 공간 구성-

정사각형 모양의 평면도. ㄱ자 모양의 벽, ㄴ자 모양의 채광부

그와 반대로 디테일 감 넘치는 앤틱한 가구(나중에 설명을 들으니 홍대 AA 카페 주인장이 인테리어를 한 것이라고-)


보통은 신경 쓰지 않는 바닥에 대한 아낌없는 투자

앤틱한 벽돌이 주는 패턴의 깊이감

향이 북향인지 해는 많이 들지 않아서 빛을 발하는 내부 조명.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대척점 사이의 내가 느껴지는 곳.


* 아쉽게도, 2015.12월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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