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커피 볶는집 le Cafe는 양재역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개인 까페이다.
영세업자가 차린 까페라기 보다는 작정하고 규모있게 차린, 커피의 품질에 나름 자부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까페에 있어 자부심을 구분하는 나의 간단한 평가방법은 아이스 카푸치노를 시켜보는 것이다. 이 메뉴는 워낙 가능한 곳도 잘 없고, 보통 손님들이라면 잘 주문하지 않기도 하다. 더욱이 거품을 차게 내려주는 곳은 없는데, 커피에 늦깎이로 입문한 나에게 제일 처음으로 시원한 카푸치노 거품을 맛보게 해준 가게이다.
왜 차가운 카푸치노 거품을 내려주는 가게가 드문 것일까? 일단, 커피를 내릴때는 뜨거운 물이 필요하다. 찬물로 커피를 내리는 것은 더치 정도인데, 그건 기본 메뉴가 아니다. 보통 매장에서 더치 커피 종류는 약간의 프리미엄을 붙여서 가격을 높여 판다. 기본 메뉴로서의 ‘아이스 카푸치노’가 되려면 어쨌거나 뜨거운 물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 자연히 거품을 내는 기계도 뜨거운 거품을 만들어 주는 기능으로 셋팅되어 있다. 요컨대 커피 머신중에 ‘찬 거품’을 만들어 주는 기능이란 희소한 사용빈도 덕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찬 거품’은 일일이 손으로 내려주어야 한다.
점심먹고 가끔 스타벅스에 가보면 넘치는 사람들 덕분에, 일일이 손으로 내려주는 아이스 카푸치노를 만든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카푸치노를 주문하면(아마도 많은 체인 까페들에서도) 아래는 차게, 거품은 뜨겁게 만들어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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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그 맛도 나름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럭저럭 마셨는데, 한 번 거품을 차게 내린 매력을 맛보고 난 뒤로는 절대로 스타벅스에서 아이스 카푸치노를 주문하지 않는다.
작년 쯤 까페 인테리어를 리뉴얼 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 이전에 인테리어가 더 나았던 것 같다. 지금은 커피를 내려주는 분들이 너무 앞쪽에 있어서(출입구 바로 근처) 뭐랄까- 손님 입장에서는 압박감을 받는다. 반대로 일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불안함을 느낄 것 같다. 겨울엔 추우실 테고-
더불어 자리도 원래는 더욱 넓직하고 앉기 편했었는데, 어딘지 좁아지고 마음에 드는 쇼파자리가 없어졌다. 무엇보다 제일 짜증이 나는 건 나이 많은 아저씨-아주머니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너무 시끄러워 졌다는 점. 아무래도 역 앞 까페라서 그런 것 같은데- 이걸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 다른 한편으로는 나이드신 분들도 시대가 변했고 이곳은 다방이 아니니, 아니- 본인들이 알고 있는 찻집이 변해가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80-90년대의 찻집과는 인테리어도, 메뉴도, 일하는 사람도, 까페의 문화도 변했는데 손님만 변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
* 2015년 리모델링으로 구조가 바뀌었면서 이전 분위기와는 다소 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