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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ng Oct 13. 2016

작은 별 통신

지은이 / 나라 요시토모 | 옮긴이 / 김난주

THE LITTLE STAR DWELLER(작은 별 통신)

나라 요시토모 글, 그림

김난주 옮김

SIGONGART 


- 모든 것이 하얗게 덮이는 겨울, 특히 눈보라 때문에 밖에 나갈 수 없을 때는 얼어 붙은 유리창에 부딪히는 싸락눈 소리를 들으면서 마음 내키는 대로 그림을 그렸다. 물론 맑은 날에는 밖에 나가 눈부신 풍경 속에서 스키를 타고 눈집을 만들면서 놀았다. 만약 내가 눈이 내리지 않는 남쪽에서 태어났다면, 집 안에 틀어박혀 그림이나 그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방 안에 혼자 틀어박혀서 창문 밖으로 펼쳐지는 미지의 세계를 보면서 언젠가 도전하게 될 모험을 상상하고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그림을 그린 것은, 어쩌면 나 자신의 내면에 펼쳐지는 또 하나의 세계로 떠나는 끝없는 여행의 서막이었는지도 모르겠다.[p14]


- 늘 그리고 싶었지만 대학의 커리큘럼은 학구적인 과제를 요구했고, 록 음악에 몸을 흔드는 리얼한 생활과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메이지 시대의 화상이 그렸을 법한 모티프를 보면서 나는 그림을 그릴 동기를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학교보다는 집에서 내 멋대로 낙서 비슷한 것을 그렸고, 밤에는 편의점에 납품하는 도시락을 싸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새벽에 도시락 하나를 슬쩍 해서 집으로 돌아와 먹고는 잠들었다가 낮에 일어나 다시 그림을 그리는 생활을 계속했다.[p22]


- 살아 있는 동안에는 그림을 사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는 고흐가 당시 어떤 감각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얼마나 독자적인 수법을 구사했는지를 생각하면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림을 실제로 확인하는 미술관 순례가 전혀 다른 의미를 띤다. 나는 그들의 그림 앞에 서서 당시의 그들 자신이 된 기분으로, 그들이 어떤 관점에서 대상을 파악하고 표현했는지를 리얼하게 느낄 수 있었다. 요컨대 당시 그들이 무엇을 어떤 느낌으로 표현했는지, 시차 없이 느낄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옛 것을 보는 감상자의 발견에 지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느끼고 알게는 되었지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또 당시의 현대 작가를 거의 몰랐던 나는 훗날이 되어서야 '현대를 사는 작가가 무엇을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를 그나마 알게 되었다.[27p]


- 최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기뻐하는 학생에게 폴 매커시 교수(나와 무라카미 씨를 이 학교로 부른)는 이렇게 말했다. "1등으로 졸업했다고 해서 작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은 폴 매커시 교수가 다른 학생에게도 똑같이 하고 싶었던 말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학생이란 신분의 편안함 때문에 좋은 작품이 탄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은 학교란 온실을 떠나 개인으로 작품을 제작하면서 비로소 길고도 끝없는 진정한 작가 생활이 시작되기 때문이다.[84p]


- '작품'이란 자신의 마음에서 우러나 태어난 것인데, 어떤 기업을 위해 내 분신인 작품을 제공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이는 나 개인의 생각일 뿐 다른 여러 견해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떤 방면의 프로라면 광고를 통해 성공을 거머쥘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나는 직업으로 이 길을 선택한 것이 아니고, '삶의 방식'으로 선택했다. 그림과 책이 팔려서 돈을 버는 것은 덤과 같은 것이다.[86p]


- 경험이 그림으로 환치되려면 나름의 시간이 필요하다.[1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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