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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카세는 내가 작업자의 가장 이상적인 작업철학이라고 생각하는 개념이다. 스스로 항상 그렇게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쉽지 않다. 오마카세라는 형태의 서비스란 일본 고급 스시집애서 주로 자신있는 장인급 쉐프만이 할 수 있는 영업의 한 형태로, 손님이 가격에 상관없이 오로지 쉐프를 믿고 모든 것을 일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음식의 가격도 매뉴도 타이밍도 모든 것을 쉐프가 책임는 것으로 시작해 한접시씩 내놓으면서 손님의 반응에 맞추어 다음 접시를 내어놓는 것에 묘미가 있다. 즉, 이 서비스의 밑바탕에는 사람이 대한 이해가 전재되어 있어야 하고, 어쨋거나 손님이 만족하지 못하면 그대로 실패다. 그렇기에 아무리 자신이 자신있는 매뉴가 있더라도 손님에 따라서 포기해야 할 줄도 알아야 하고, 사람을 빠른 시간안에 파악해 가는 것이 그 묘미가 있다.
이것을 작업자의 가장 이상적인 자세로 삼은 까닭은 그 오만하지 않은 것에 있다. 자기만의 세계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도 없고, 스스로의 세계안에 갇혀 버리는 일도 없다. 반대로 시류에 쓸려서 이도 저도 아닌 작업을 할 일도 없고, 애초에 대량생산될 수도 없다.
또한 오마카세는 그만큼 겸손하기도 하면서 역설적으로 자신있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작업을 받아들이는 쪽, 손님, 관람자, 클라이언트에 대한 관계를 가장 밑바탕에 깔로 있기 때문이다. 무릇 모든 서비스의 본질은 상대를 만족시키는 것이다. 여기에는 도덕적인 논란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서비스라는 것만 떼어놓고 생각하면, 그것은 그것으로 끝난다. 욕쟁이 할머니가 뭐라고 하든 손님이 즐거워하고 만족해하면 그것으로 된 것이고, 아무리 좋은 재료에 고급 레시피라거 한들, 손님이 비싸다고 생각하면 그것으로 제 값은 못하는 것이다. 음료건 작품이건 그것은 매개에 불과할 뿐이고, 역시 본질은 상대를 생각하는 자세 그리고 그 결과이다.
그러니, 꽤 여유로운 척 담당 바리스타분과 농담도 따먹고 했지만 소홀히 보지 않았다. 오히려 얼마나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대화하고 유쾌한 기분을 줄 수 있게 하는지, 혹은 너무 말이 많거나 잘난체 하는 인간은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꽤 합격점을 주고 싶은 분이다. 다만 아직은 사회 경험이 많지 않은 나이이기 때문에 연륜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움은 느껴지지 않았지만(죠지 클루니 급의) 나는 장범준도 꽤 좋아하는 인간이기에 그런 류의 풋풋한 기분도 나쁘지 않다. 오히려 그 정도의 나이에 내가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는 스타일의 시원하고 깔끔한 음료를 내놓는 것에 놀라울 뿐(하긴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그 나이에 이런 중책을 맡기는 것이겠지...)
사람은 그날 그날 기분이 조금씩 다르다. 그에 따라 입맛도 다르고, 저녁을 뭘 먹었느냐에 따라 또 틀리고 그렇다. 과연 두 번째 방문은 어떨까. 나를 기억은 할테고, 같은 라인업으로 승부를 볼 것인가. 아예 다른 길을 택할 것인가, 거기에 나를 더 깊게 꽤 뚫어볼 수 있을지, 궁극적으로 나는 처음처럼 만큼의 만족을 하고 가게를 나갈 것인가? 처음보다는 많은 돈을 지불하게 될까?(계산은 손님이 만족한 만큼 내고 가는 시스템이다- 이 지점은 기존의 오마카세와는 다르다. 약간은 미묘한 차이)
결론적으로 나는 이전에 왔을 때보다 40%높은 금액을 지불했다. 물론 만족도는 그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나머지 상승폭은 담당 바리스타와의 안면이 그만큼 터졌다는 것에서 오는 기분이 지불했다. 그리고 컨펌은 평소에 좋은 가게만 소개시켜주는 후배가 만족해하는 것에서 인증 받았다. 처음은 이전과 같은듯 살짝 다르게, 그 다음 잔은 내가 처음에 왔을 때 가장 만족해 했던 음료로, 마지막 잔은 아예 다른 산딸기 종류가 믹싱된 스파클링 음료를 내왔다. 뭔가 '시원하고 싶다.' 이게 오늘의 내 기분이였던 것 같다. 새로 들어간 회사에 적응하느라 그랬을 수도 있고, 날이 점점 더워져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는데 어쨌거나 마지막 잔은 시원했으니 나는 만족했고 그것으로 된 것이다. 이제는 시원하다.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첫번째 잔에서 두번째 잔을 받을 때 까지의 서비스 타임이 너무 길었다. 갑자기 손님이 많아지면 한 없이 취약해지는 시스템인데, 그에 비해 좌석수가 너무 많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영업이익을 생각해야 하지만) 어차피 베타 테스트 기간이라고 생각하면 약간은 closed 서비스로 진행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이런 류의 서비스란 결코 대중화 될 수 없고, 소수의 완벽히 만족한 경험이 중요한 것이지- 어설픈 만족의 상태란 오마카세와 어울려 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그럼에도 이런 시도는 칭찬받아야하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 다른 분야의 서비스업에서도 비슷한 가게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가게를 소개해준 동생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로 마친다.
*현재는 key라는 전담 바리스타가 동남아로 가면서 이 글에 쓴 서비스는(후임으로 다른 어떤 바리스타가 왔건) 사실상 종료되었다.
*2016년 9월 현재 강남역 지점에서 한쪽 바를 이용해 서비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