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근처의 오래된 도서관이다. 구조는 학교의 그것을 차용하고 있어 아마도, 일전에는 초중고등학교의 시설로서 기능했거나 혹은 설계 및 시공 책임 회사가 돌려찍기로 하나쯤 저렴하게 만들어 주었을 수도 있겠다.
90년대까지의 이러한 국가시설들은 매번 세금이 엉뚱한 곳에 쓰였던 탓에 오랫동안 현대화되지 못하고 방치되어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 부터는 부동산에 대한 기이한 과열현상이 국가기반시설에도 번져서 과잉 호화 청사들이 줄을 이었다. 대부분 시청이나 지방 중소도시에 있는 경찰청 청사, 시군청 건물이 대표적이다. 아직까지는 그런 화차의 화마가 미치지 않아 오래된 정원, 정겨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다. 다만 주말만큼은 주차난과 몰이꾼형 관광객들로 너무 붐비는 탓에 피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런 빽빽한 틈 바구니에도 어느때고 구내 식당만큼은 자주 이용하게 된다. 나이를 먹다보니 얼마간 사무적인 이유로 삼청동에 오면 혼자 간단히 먹기에 아쉬움이 없는 것이다.
메뉴는 백반, 라면, 돈까스 등의 익숙히 알고 있는 그것이지만 한끼 식사가 참 싸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주문부터 먹는 내내 익숙하고 편하다는 점이다. 주마등 처럼 떠오르는 많은 수학여행과 수련회, 급식, 짬밥의 기억으로부터 오는 소속감이 있다. 그렇기에 여럿이 먹어도, 혼자 먹어도 식사의 기억이라는 놈이 마주하고 앉아 같이 밥을 먹는다.
커다란 서예작품이 아무 맥락없이 걸려있고, 나는 그 뜻을 알 재간이 없는 상태는 무언가를 상징한다. 왜 꼭 식탁에 유리를 깔았었는지, 은수저를 고집했던 기억은 무엇이였는지- 종이컵 분량의 금속질 물컵을 한잔 떠다가 커피믹스로 마무리 해야할 것 같은.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어쩌다보니 남겨진 이런 셋트장같은 곳은 숱한 '우리네'를 떠올리고 반추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