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품평 / 송파대로 동상

Culture

by Jo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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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에서부터 대략 잠실 종합운동장까지 길게 늘어선 길을 따라 동상들이 있다. 딱히 국가에서 만들었음에도 홍보한 적이 없어 작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세워졌는지는 알 수 없다. 매우 많은 종류의 올림픽 경기 종목을 모티브로한 인체상들이 줄지어서 세워져 있는데 하나 하나가 전부 볼만하다.


닮음과 닮지 않음 사이에서 아슬한 외줄타기를 해야만이 현실로부터 조금 떨어져 다시 나의 현실을 반추하게 만들 수 있다는 오래된 명제가 가시화 되어있는 장소이다. 모든 종목의 운동, 운동선수들에 대한 표현이 개성있게 잘 드러나있고, 꼭 사실적이지만은 않게 표현하였다. (촬영한 사진은 투포환 던지는 조각상인데, 마치 미슐랭 타이어 캐릭터 처럼 탄성있게 데포름되었다.)


한국의 건축법은 기묘한지라(대부분의 국가들의 법들이 좀 이상한게 많지만-) 새로 건물을 짓거나 신도시를 계획할 때, 용적률의 x%만큼은 꼭 예술작품으로 채워야 한다는 법이 있다. 좋은 의도로 설립되었겠으나 실제로 운영되어가면서(특히 200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 시대에 진입하면서-) 온갖 수준 이하의 조형물들이 난립하게 되었다.


그래도 기억나는 어린시절의 조각상들은(이를 테면 아직도 존재하는 중앙일보사 현관의 인체 군상들-) 어린 꼬마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연출이 비교적 잘 되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마저도 '추상'이라는 변명아래 괴아한 정육면체들이나 알 수 없는 쇠붙이들을 그저 갖다 붙여 착복할 뿐으로 변질되었다.


특히나 이런 과정에서 그 질이 나빠진 것은 조형물이 자리하는 위치인데, 애초에 이제 건축이나 도시 설계상에서 조형물을 위한 공간을 따로 빼두고 설계하지 않기때문에 완공된 건물의 구석 자리 아무 곳에나 끼워 넣는 곳이 대부분이 되었다. 그러한 천덕꾸러기 조형물들은 행인들의 행보를 방해하거나 제대로 관리 되지 않아 금새 더러워 지기 일쑤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이 스쳐지나가게끔 한다.


일상에서의 마지막 보루인 예술이 이제 아무 의미가 없게 된 것이다. (혹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아이가 순수한 눈으로 바라보더라도-) 이제는 아무런 의미를 읽을 수 없는 그저 정방형의 쇠붙이들 틈에서 서울의 위로는 한강 다리 위의 조악한 몇 마디로 종결되어 버렸다.


그런 일상에서 이러한 건축물들을 어느날 인지하게 되고, 온갖 감정들을 표출하는 다양한 장르의 스포츠 정신을 상징하는 조각상들의 정지된 카니발 행진에 순간이나마 마음을 붙이고 눈을 내려놓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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