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품평 / 안동찜닭거리

Place

by Joong
web0-3.jpg


세계 어딜가도, 여행을 하거나 조금 번화한 곳을 가게되면 한종류의 음식으로 구심점이 생기는 곳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형적인 어떤 '거리'를 형성하는데, 아쉽게도 그 역사가 너무 짧아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내가 한 5년전쯤 안동찜닭을 먹어본 기억이 없었다면, 이날의 맛이 오리지널의 그 무엇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분명 내가 기억하는 찜닭의 맛은 미묘하게 달랐다. 물론 서울에서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체인의 똑같은 맛의 찜닭과 비교했을 때에는 훨씬 맛이 좋다. 무엇보다 당면이 넓적하지도 않고 과하게 탱글거리지도 않아서 좋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쉬웠다. 무엇보다 이런 영계로 만들었던 기억이 아니다. 이건 분명히 어딘가 빠져있다. 먹을 당시에는 워낙 절친한 사람들과 배고프게 먹어서 맛있다고 느꼈는데 다시 냉정하게 기억 대 기억으로 비교해보니 무언가 다르다. 자세하게 꼬집기에는 나는 비전문가이고, 그렇다고 퉁치고 가기에는 역시 거지말은 못할 성격이다.


최근의 가락수산시장의 변화(나는 이 동네에서 이제 거의 30년을 살고 있다.) - 더 좋은 건물의 신축(개축) 혹은 전문 호객꾼의 등장, 결코 저렴해지지 않은 가격, 영세상인들의 몰락- 그리고 점점 더 비싸지는 권리금 혹은 월세가 소비자인 나에게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쉬이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을 절감해 버렸다. 우리나라 상인들 혹은 우리나라의 소비자들의 아쉬운 공통점은, 위기가 닥쳤을 때 원재료에 손을 가장 먼저 대고 반대로 소비자는 소비자가격에만 너무 민감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파는자나 사는자나 자신이 사고 파는 것에 대한 소신이 없다.


어제의 한지상인이 돈만 많이 벌 수 있다면 내일의 생선장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맛은 없어져도 양이 많아지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한다. 가격이 그대로인데 맛이 변한 것은 못알아 차리면서, 가격이 변하고 맛은 그대로인 것에는 길길이 날뛰고 싫어한다.


하지만 역시나 이런 문제는 풀기 어려운 것이고, 이런 자리에서 하소연 한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소리는 너무 기대하지 말라는 뜻도 있겠지만, 생각보다 소문난 것에 대한 추가적인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러나 역시 음식은 맛이 없고, 상술에 속은 기분일지라도 좋은 사람들과 먹으면 다 용서되는 것만 같다. 동행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언젠가 좋은 찜닭집을 발견하게 되면 다시 가자고 연통이나 날려봐야겠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일상품평 / 송파대로 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