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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퍼키스의 사진강의 노트

필립 퍼키스 / 박태희 옮김

by Joong

2024년 3월 9일 안목개정판 2쇄 발행

2005년 눈빛 출판사 초판 발생

2001년 미국 OBPress 초판 발행


지은이 필림 퍼키스

옮긴이 박태희

펴낸곳 안목


- 지금은 거의 모든 사진이 디지털로 변했고 우리들 가운데 일부만이 아날로그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나는 두 가지 이유로 개정판의 내용을 변경하거나 "업데이트" 하지 않기로 했다. 첫째는, 우리의 시각과 예술 훈련은 바뀌지 않았고 바뀔 수도 없는 것이다. ("시각"의 발달은 어떤 종류의 기술에도 의존하지 않는다.) 둘째는 이 책에 실린 기술에 대한 내용들이 아날로그 사진을 탐구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나는 여전히 암실에서 인화를 한다.)


기술의 발전이 매체의 미학을 주도한다는, 논란의 여지가 다소 있는 존 자코우스키의 주장은 입증되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그는 옳았다.) [6p]


- 보여지는 것, 그 자체, 너무 성급하게 메타포나 상징으로 건너뛰지 마라. '문화적 의미'를 담으려 하지 마라. 아직 이르다. 이런 것들은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먼저 대상의 표면에 떨어진 빛의 실체를 느껴야 한다. [18]


- 성공적인 사진은 형식과 내용을 분리할 수 없다. 형식과 내용은 동시에 발생한다. 사실, 그 둘 사이엔 어떤 차이도 없다. [21]


- 예술은

추상 <->-<->-<->-<->-<-> 사실

사이의 긴장감 속에 살아 있다. [27]


- 다음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 보자.


예술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서 예술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당신은 왜 예술 창작을 하는가?

왜 어떤 행위들(회화나 음악)은 예술로 여겨지고, 어떤 행위들(기계공학, 사회학)은 그렇지 않은가?

'순수'예술과 '상업'이나 '응용'예술 사이의 차이는 무엇인가?

살아 있는 예술가들 가운데 친밀감을 느끼는 작가는 누구인가?

죽은 예술가들 가운데 친밀감을 느끼는 작가는 누구인가?

예술 작업을 할 때, '재능'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예술과 정치, 경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예술과 종교(영)의 세계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예술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29]


- 시를 쓰는 단 하나의 이유는 산문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있기 때문이다. [34]


- 공원의 벤치나 숲속의 바위에 앉아 사방을 둘러보면 내가 보는 대상에 따라 시야가 급속히 바뀌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나는 여기서 저기로 시선을 돌린다. 다시 말하면 주위를 '둘러본다'. 내가 바라본 전체가 한 장의 사진으로 조합되어 마음속에 각인된다. 우리가 과학 시간에 들었던 지리멸렬한 설명과는 다른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다. 다시 말해 나의 뇌와 눈은 얼마간 서로 공모자인 셈이다. 일방통행이 아니라 쌍방통행이다. [39 - 40]


- "공을 치는 것과 생각을 동시에 할 순 없어요." [40]


- 사진은 크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단지 관계들만을 보여줄 뿐이다. [45]


- 알프레드 히치콕은 영화를 만들 때 절대 내용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단지 이야기가 스스로 흘러가도록 분위기만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미리 계획하는 것보다 덜 의도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더 의도적일 수 있다. 구체적인 계획이 없으면, 내 안에 잠재된 것들까지 끌어내 더욱 역동적으로 상황에 대처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리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고 일을 진행시키는 것보다 대략적인 계획 아래 구체적인 부분들을 자신의 본능, 직관, 감각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49]


- 1970년대에 이르자 사진은 상품 가치를 띠게 되었다. 이전에는 사진가들이 관찰한 세계와 그들의 사고를 보여주는 증거로서 가치가 있었지 사진 자체가 회화처럼 소장품이 되거나 돈으로 팔고사는 거래의 대상이 되는 일은 드물었다. [53]


- 텔레비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다채로운 시각 매체가 아니다. 텔레비전을 틀고 자세히 살펴보라.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대게 엇비슷하며, 화면 하나하나를 주의깊게 관찰해 보면, 화상의 풍부함과 섬세함이 결여되어 있고, 색감은 다른 시각 매체에 비해 다소 조잡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내 생각에 텔레비전은 시각 매체보다 오히려 문학적인 성격의 이야기 매체에 더 가깝다. [61]


- 어둑해 질 무렵, 여전히 볕이 드는 방 안에서 빛이 들어오는 쪽을 향해 편안한 의자를 놓고 앉는다. 완전히 해가 질 때까지 그곳에 머문다. 그저 빛을 지켜본다. [67]


- 머릿속에 든 생각이 점점 빈약해질수록 사진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간다. 갤러리나 전시장에 걸린 대형 사진들을 자세히 보면, 크기를 작게 했을 땐 대개가 별 신통한 구석이 없는 사진이란 사실을 분명히 깨닫게 된다. -중략- 대형 사진 제작이 잘못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대형 인화라고 해서 더 훌륭한 사진으로 격상되는 것은 아니며, 도리어 손실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77]


- 뛰어난 사진가라도 평생에 걸쳐 남길 수 있는 위대한 걸작의 수가 몇 안된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실이다. [82]


- 선생과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비평이 가장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원형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이 무대 위에서 매우 엄격하게 지켜야할 몇 가지 규칙과 원칙이 있다.


무례하게 굴지 않는다.

경쟁을 조장하지 않는다.

예술가에게 작품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해 묻지 않는다.(비평은 심리치료가 아니다.)

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이 직접 토론할 작품을 고른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반응을 원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작품이 토론의 대상이 되도록 자유롭게 요창할 수 있다.) 수업마다 모든 학생의 작품을 얘기할 필요는 없다.


주요 원칙은 다음과 같다.

자신의 작품이 토론 대상이 되었을 때, 작업을 한 학생은 토론의 초기 단계에서는 작품에 대한 사실들, 이를테면 사진을 찍은 장소, 렌즈나 카메라의 종류 같은 질문에 대해서만 답을 하도록 한다. 작품의 의도, 내용, 의미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반드시 대답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나머지 학생들은 무슨 말이든 해도 된다. 미적, 정치적, 예술사적 의미뿐만 아니라 자신의 꿈, 환상, 무심코 떠오른 연상들처럼 작품에 대한 것이면 뭐든 괜찮다. [93]


- 강렬한 인물은 사진은 또한 강렬한 사진이다. [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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