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품평 / 나카노 브로드웨이 뒷골목 덮밥집

Place

by Joong

아쉽게도 가게 이름을 기억 못한 관계로(읽지도 못한 일어 불구자인 탓으로) 이름없는 덮밥집으로 소개를 시작해야 하겠다. 위치는 도쿄 시내 나카노 지역 브로드웨이 뒷골목에 자리잡고 있으며 늘상 뒷골목이 그렇든 어딘지 편안하면서도 위협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약간 이른 시간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자리는 만석이였으며, 소위 말하는 B급의 세계- 일상에도 등급이 있다면 B급 인생들이 자리를 하나씩 차지하고 있었다. 간밤에 적당한 모텔에서 뒹굴었을 것 같은 염색머리 커플부터, 왜 이시간에 앉아 있는지 알 수 없는 젊줌마 셋(기혼이길 기도드린다.)-


사실 막상 이집까지 오기에는 우여곡절이 많았으나, (가게앞에서 B급 조폭처럼 생긴 홍보요원이 호객행위를 하고 있어서 처음엔 패스했다.) 점심 할인을 한다고 써붙인 가게는 안한다고 하질 않나- 해서 다시 돌아온 참에 용기있게 들어간 가게였다.


가게는 좁디 좁아서, 바깥쪽 사람이 나가야 안쪽 사람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스택구조인가 싶었다가도, 허리를 돌려 게걸음으로 진입하면 되기는 되는 구나 싶을 정도의 크기라고 묘사하거나, 안쪽 종업원들도 각자의 자리를 좋든 싫든 지키고 그릇을 건네- 건네 받아야만 하는 크기로 회상한다.


이 가게의 핵심, 정수는 튀김아저씨로- 단박에 그 내공을 전해받을 수 있었다. 다른 가게의 구성원들은 자주 바뀌는 사람들인지 아닌지 알 수 없으나, 이 아저씨가 다른 가게로 옮겨버린다면 이 가게는 아마 망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튀김이라는 음식을 나는 종종 우습게 보는데, 사실 밀가루(탄수화물) 기름(지방)에 쩔어서 내어놓으면 혀란 간사한 법인지라 맛이 없기가 어려운 음식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리법도 간단하고, 실력의 우위를 말할 요소라는게 희박한 장르라고 생각했다. 어느정도 재료가 B급이여도, 얼마간 밀가루 등급이 낮아도- 이 고온의 기름이라는 마법의 재료가 모든 식재료를 '튀김'이라는 혀에 강력한 자극을 선사해 주는 음식으로 치환해 주는 건 역시 치사하다고 생각한다. 그 연유로 서울에 이리도 많은 치킨집이 즐비한 것을 아무도 부정할 수는 없을테다.


그러나. 그것은 혀로만 맛을 본다는 것에 국한된 이야기이고, 좋던 싫던 이 좁디좁은 가게에서 실시간으로 아재가 튀기는 장면을 보고 있자면 그저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는 것이다. 손에 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조심스레 그 뜨거운 기름앞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그때 그때의 재료들을 손질하면서 하나씩 튀기는 정성은 손만저도 익어갈 것 같은 빨간 손가락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여유있는 공간도 없고, 그럴듯한 튀김 도구도 없다. 미모의 종업원을 고용할 마진도 생각하지 않고, 앉아서 쉴만한 휴게 공간도 없다. 대신 재료를 손질해줄 만큼의 종업원도 구하기 어렵고, 다른 요리를 시도할 시간적-금전적 여유도 없지만, 쯔유 만큼은 직접만들어 내놓고 밥도 중국산 찐쌀따위를 쓰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절차대로 지어 내놓는 B급 인생의 A급 튀김덮밥. 그 맛에서 삶의 한 수를 배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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