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ce
시청역 근처 소재의 죽집이다. 죽 이외에 해산물과 관련된 몇 가지의 안주와 식사류를 판매한다. 꽤 오래된 느낌의 집으로 쓰인 목재가 반들반들하다. 식기 역시 이제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지는 약간 청백색의 물컵 같은게 나온다.
당시 일행은 속이 좋지 않아 전복죽을, 나는 솥밥을 먹었는데 인사동 조금과 비교하면 좀 더 단촐한 맛이 있고, 좀 더 일상적인 맛이다. 혹은 분위기가 그렇다. 아무래도 시청 근처의 직장인 점심을 책임지다 보니 자연스레 허세없는 구성이 된 듯하다.
이층엔 생활공간겸 낮은 천장의 좌식공간이 나오는데 화장실이 이 곳에 딸려있어 올라가 볼 수 있었다. 계산만 담당하는 듯한 주인아저씨가 낮잠을 자고 있어 당황. 요즘은 식당 아줌마들이 휴게시간에 이렇게 간간히 바닥에 누워 자는 걸 본지도 오래되었다. 생각해보면 대부분 프렌차이즈 알바생들은 언제 편히 쉬나 싶기도하다. 여유 있는 시대의 끝자락을 보는듯도-
각설하고 솥밥에 날치알이 생각보다 많이 올려져 있어 좋다. 전복죽은 몇 번 더 먹어보아야 그 맛에 정이 들어 제 맛을 알듯. 굳이 이 지역에 정기적으로 볼 일이 없다면 따로 시간내서 찾아오기엔 아까운 맛이다.
주말의 시내, 그것도 점심은 참 한가롭다. 드러누워도 좋고, 불을 키지 않고 식당영업을 해도 좋은 것이다. 그래, 주말엔 좀 쉬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가끔 주말에도 평일과 똑같이 일하는 가게들을 보면 무섭다. 8-90년대의 여유로운 모습을 간직한 몇 안되는 오래된 식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