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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롯데백화점 식당가 소재의 국수전골집이다. 꽤 오래된 가게로 아마도 잠실 롯데백화점이 90년에 생겼을 당시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측해본다. 근거는 일하는 분들의 연령대로, 매니저-서빙-주방(은 모르겠지만 팀단위로 움직이는 요식업계 특성상) 거의다 50대 전후의 어머니연배에 가깝다. 한두분이 그럴 수도 있지만 이 가게는 몇몇 서버를 제외하고 높은 연령대를 자랑한다. 서울에 현존하는 백화점 식당에서 가장 평균연령이 높은 식당이 아닐까싶다. 가격도 수년간 오른 기억이 없다. 밑반찬도 변함없는걸 보아 역시 같은 사람이 계속 만들고 있는것 같다. 간혹 국밥집에 가면 다들 약속이나 한듯이 깍두기에 배추김치류의 매운 채소절임류 밖에 없다. 그것도 정말 무와 고추가루 양념만 들어있거나 배추와 고추가루 끝- 이런 반찬들이랑 밥을 먹다보면 그냥 빨리먹고 나가고 싶다. 소화도 안좋고 어딘지 영양 불균형의 기분이다. 탕이 매우면 반찬이 순하고, 탕이 심심하면 찬이 재미난 맛일 필요가 있는데 맵고 매운 것 뿐이라니- 학부시절 생활원예 교양수업 시간에 쌀 다음으로 국내 총 생산이 높은 재배작물이 고추라는 아이러니가 실감이 난다. 아마도 재료비를 아껴야 하는 속사정도 있겠으나, 다양한 찬을 기본으로 하는 한식문화가 사라져 가는 것 같아 아쉽다.
국수 전골이라는 요리도 어딘지 일본스러운 요리인데- 생각해보면 근대의 백화점이라는 것이 일본 식민지 시절, 혹은 근대문화의 산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봤을때 꽤나 자연스럽다. 재미난 것은 형식은 일본 백화점에 가깝더라도 실무인 부분들, 반찬의 구성이나 가게의 인테리어(심지어 브랜드 아이콘 이미지가 백제 기마상이다. 여러모로 중의적인듯-)는 한국식으로 변형된 것들이 느껴지는 지점이다.
맛도 다른 몇 군데의 같은 지점에 비해 깊은데 일단 육수부터 어딘지 다른 것 같다. 시원한 멸치국물 베이스에 숙력된 손놀림으로 종업원이 몇번 휘젓고 나면 진한 쇠고기 국수 한사발이 앞에 놓여져 있다.
개인접시에 나눠 담어주시는 것도 센스가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왔다면 남자에게 양을 좀 더 많이, 아이와 어머니라면 그에 맞게 분배해주신다.
지루하고 재미없는 뻔함 속에서도 시간의 켜에서 피어난 유일성이 감사하고 새롭다.
* 2017년 1월에 찾아갔을때 지배인과 종업원 모두 교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