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 베르나르 베르베르 | 옮긴이 / 이세욱

by Joong


발행일 2002년 7월 10일 초판 1쇄
2006년 2월 10일 초판 56쇄
2006년 4월 10일 신판 1쇄
2012년 3월 25일 신판 32쇄
지은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옮긴이 이세욱
발행처 주식회사 열린책들(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53 파주출판도시)


Book 1.


-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13p]


- “그리고 두고 보면 알겠지만, 이제부터 그녀와 자보려고 치근거리는 남자들이 아주 많이 생길 겁니다”
“마조히즘 때문인가요?”
“호기심 때문이죠. 사랑의 신 에로스와 죽음의 신 타나토스가 하나로 뒤섞이는 상황에 끌리는 겁니다. 게다가 사마귀의 세계에서 보는 것처럼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일은 생물학적 원형의 하나에요. 이 원형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한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마귀 암컷이 교미 도중에 수컷의 머리를 뽑아서 죽이는 거 본 적 없어요? 그 장면에 우리의 마음이 끌리는 것은 사마귀들이 우리 안에 새겨진 어떤 것을 일깨우기 때문이죠. 우리 안에 깊이 새겨진 어떤 것을 말입니다…….”
“사랑에 대한 공포 말인가요?”
“그보다는 죽음과 결합된 사랑이라고 해두죠.”
[35p]


- 두 여자의 눈길이 서로 부딪친다. 뤼크레스는 눈빛을 조금 부드럽게 하면서 살며시 시선을 떨군다.
이런, 고개를 숙이면 안 된다. 테나르디에라는 여자는 자기에게 당당히 맞서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이는 자들은 경멸의 대상이 된다. [46p]


- “아냐. 우리 독자들은 그를 잊었어. 1년 넘게 기사를 쓰지 않는 기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야. 우리는 사람들 기억에 오래 남을 예술 작품을 만들고 있는게 아냐. 우린 그저 덧없이 사라지는 기사를 쓰고 있을 뿐이라고. [49p]


- “어이, 허세 그만 부리고 이리 앉아. 그래도 그 성깔은 마음에 든다. 나도 젊었을 때는 그랬지. 어서 돌아와 앉아.”[51p]


- "교사들의 시위도 동기는 똑같네요.“
뤼크레스는 흥미 없다는 듯이 냉소를 흘린다.
“당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저들이 원하는 건 돈이 아니라 존경이에요. 예전에 교사의 사회적 지위가 높았어요. 교사가 된다는 건 사회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지요. 오늘날 교사들은 자기들을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 학생들과 씨름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그들에게 승산 없는 싸움을 벌이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부모 역할을 포기한 사람들 대신 부모 노릇까지 하라는 겁니다. 뉴스에서는 교사들을 마치 휴가와 특권에 굶주린 사람들로 묘사하고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건 그저 조금 더 많은 인정과 존경입니다. 내가 보기엔, 그들은 할 수만 있다면 플래카드에<봉급 인상>이 아니라<더 많은 존중>이라는 요구를 내걸 겁니다. 사실, 사람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동기가 언제나 그들의 진정한 동기인 건 아니죠.” [56p]


- “내게 왜 고분고분하죠?” 그녀가 호기심을 느끼며 묻는다.
“어쩌면…… 남자의 자유 의지는 자기 대신 무언가를 결정해 줄 여자를 선택하는 데에 있는지도 모르죠.” [65~66p]


-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동기가 있기 마련이죠. 저 사람의 동기는 명예욕입니다. 저 학위 증서와 작은 선반 위에 있는 스포츠 트포피들 봤지요? 그가 저것들을 전시하는 것은 자기 이미지에 문제를 느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기에 대한 남들의 평가에 신경을 쓰고 있어요. 언론에 자기에 관한 기사가 실리는 것을 남들에게 인정받는 하나의 방식으로 여기는 사람이지요.” [75p]


- “바로 그<의무감>에서 사람들은 전쟁터에 나가는 것을 받아들이고 희생을 견뎌 내죠. 사람들은 양떼 속에 들어 있는 한 마리 어린 양처럼 길들여집니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무리를 떠날 수 없게 되고, 무리 속의 다른 양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행동하지요. 바로 그런 이유로 누구나 표창을 받으려 하는 것이고, 임금인상이나 신문 기사 등을 통해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안락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소비는 부분적으로 이 의무감이라는 개념과 연결되어 있어요. 사람들이 텔레비전이나 자동차를 사는 까닭은 꼭 그것들이 필요해서가 아닙니다. 자기가 똑같은 무리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이웃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서 사는 경우도 있지요. 사람들은 가장 멋진 텔레비전이나 가장 멋있는 자동차를 가지려고 애쓰기도 합니다. 그건 자기가 부유하다는 것, 자기가 무리를 구성하는 가치 있는 요소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그러는 겁니다.” [76~77p]


- “이지도르, 저거 믿어요? 최면술 말이에요.”
“나는 암시의 힘을 믿어요.”
“암시라는 게 뭐죠?”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무슨 색깔이죠?”
“흰색이요.”
“이 종이는 무슨 색깔이죠?”
“흰색이요.” “그럼 젖소는 뭘 마시죠?”
"우유요…….“
이지도르는 빙그레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98p]


- “사랑이란 지력에 대한 상상력의 승리죠.” [101p]


- 분노는 의무감보다 훨씬 더 강한 동기예요. 의무감은 사람들로 하여금 남에게 기쁨을 주는 행동을 하게 하고 사회에 동화하도록 만들지요. 그에 반해서 분노는 사람들로 하여금 혁명을 일으키게 하고 사회를 변화시키게 만들어요.“ [113p]


- 어떤 것을 생각할 때든 그것을 정말로 볼 때든 뇌의 똑같은 영역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였다. [130p]


- 철학자 베르크손은<희극적 효과를 내는 데에는 32가지 방식이 있다>라고 말했다. [131p]


- 난 미치지 않았어 하고 뤼크레스는 생각한다.
난 미치지 않았어 하고 이지도르도 생각한다. [150p]


- "로베르에게 속아 넘어갔구먼! 그는 사람을 속이는 재주가 비상하지. 보나마나 의사 행세를 했을 거야. 사실 그는 진짜 의학 박사야. 하지만 진짜 환자이기도 해. 하긴, 의사라고 해서 환자가 되지 말란 법은 없지. 로베르는 다중 인격을 지닌 사람이야. 두 사람에게는 좋은 교훈이 되었을 거야. 사람의 겉모습이나 직함은 믿을 게 못 돼.“ [161p]


- 그녀는 마치 주문을 외듯이 이런 말을 자꾸자꾸 되뇌었다. “내 느낌에는 당신이 조금 좋아진 것 같아요.” “나는 당신이 완쾌될 거라고 확신해요.” 그녀는 남편에게보다 자기 자신에게 먼저 그런 믿음을 불어넣으려고 애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 역시 앞뒤가 잘 안 맞는 변명을 늘어놓는 단계로 들어가더니, 마침내 더 이상 오지 않게 되었다. [169p]


- 난 아무에게도 의존하고 싶지 않다. 어떤 여자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남편을 구하지만, 난 그런 한심한 것들하고는 달라! 동화가 우리 세대의 여자들에게 많은 해악을 끼쳤지. [171p]


- 어둠, 그것은 시각의 호흡정지였다. [175p]


- 무언가에 열정을 불태우며 자아를 실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모든 사람들에게 삶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강력한 동기지요.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재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찾아내고 게발하는 것이지요. 그 재능을 계발하는 과정에서 열정이 생겨납니다. 이 열정이 우리를 이끌고, 모든 시련을 견딜 수 있게 하고, 우리 삶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돈이니 사랑이니 명예니 하는 것들은 덧없는 보상일 뿐이지요.“ [187p]


- “이렇게 애를 태우다가 당근을 주면 토끼가 얼마나 기뻐하겠어요! 사람의 행복이란 것도 이런 겁니다. 고조된 욕망을 채우는 게 행복이죠. 아는 먼저 토끼에게 욕구 불만이 생겨나게 합니다. 그런 다음 그 상태를 유지시키면서 욕구를 자꾸 키워나갑니다. 그러나가 마침내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요. 으음…… 나는 이 흰 토끼를 가지고 내 공연에 변화를 줄 생각입니다. 이 녀석을 모자 속에 감춰 둘 거예요. 마술 공연에 사용되는 토끼나 비둘기가 낑낑거리거나 구구소리를 내지 않고 마술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자면 엄청난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으세요? 그 동물들은 상자나 호주머니 안에서 잔뜩 눌린 채 그 시간을 참아 냅니다. 정말 대단한 일이죠. 공연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토끼의 고독을 누가 감히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 토끼로 하여금 그렇게 인내하는 것을 받아들이게 하려면, 먼저 조건 반응이 일어나도록 훈련을 시켜야 합니다. 토끼가 나를 저의 욕망을 충족시켜 주는 사람으로 알고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하지요. 이를테면 내가 녀석의 신이 되어야 하는 겁니다. 녀석은 내가 제 고통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오로지 그 고통을 중단시키는 나의 능력만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188p]


-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내재적인 속성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자기 습관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 것보다 설령 위험할지라도 자기에게 익숙한 것을 더 좋아한다. [199p]


- 아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라고 보기엔 너무나 폭력적인 일본의 애니메이션, 광고, 가사용의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선전하는 TV 주문 판매 방송, 광고, 실행이 불가능한 조리법을 소개하는 요리 프로그램, 광고, 따라서 하기가 불가능한 체조 프로그램, 광고, 퀴즈 프로그램<기권이냐 갑절이냐>, 광고, 지방 소식을 주로 전해 주는 오후 1시 뉴스, 광고, 스포츠 프로그램, 광고, 보통 사람들의 대표자로 특별히 선정된 사람들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 광고, 독일의 따분한 텔레비전용 영화, 광고, 국내 소식과 국제 소식을 전해 주는 저녁 8시 뉴스, 광고, 일기 예보, 광고, 미국의 액션 영화, 광고, 광고 분석 프로그램, 광고, 이미 방송된 프로그램들의 하이라이트를 모아서 다시 보여 주는 프로그램, 광고, 사냥과 낚시에 관한 프로그램. [212p]
- 그는 시청자들의 잠재의식에 미치는 텔레비전의 또 다른 영향을 감지하였다. 즉, 텔레비전은 개인들의 고립화를 조장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자기 부모들이 보수적이고 복고적이라는 의식을 심어 주고, 부모들에게는 자기 자녀들이 나약하고 어리섞다는 의식을 심어 주고 있었다. 또한 텔레비전은 식사 때에 서로 대화하지 않은 것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게 하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어떤 역사적인 전투의 연대를 기억하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있었다. [213p]


- ‘우리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밖에 없다. 행위와 말과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내가 보기에 말은 행위보다 강하고 생각은 말보다 강하다. 무엇을 짓거나 허무는 것은 행위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의 광대함 속에서 그것은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는 환호성 속에서 건설되었다가 눈물 속에서 폐허가 된 기념물들의 연속일 뿐이다. 그에 반해서 생각이란 건설적인 것이든 파괴적인 것이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무한히 퍼져 나가면서 무수한 기념물들과 폐허들을 낳는다.“ [232p]


- 마르탱은 크나큰 불행을 겪더라도 첫 번째 사람이 되지 않으면 아무도 관심을 보여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놀라움을 느꼈다. [235p]


- "우리의 생각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요.“ [257p]


- 놀라운 것은 그가 세계를 향해 자기 자신을 열면 열수록 자기 자신을 잊게 된다는 거였다. 인류가 축적해 놓은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을 탐색하는 데에 몰두해 있을 때면, 자신의 병까지 잊어버리기가 일쑤였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자기가 오로지 순수한 정신으로만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316p]


- '뇌의 미래는 컴퓨터에 달려 있다.‘ [319p]


Book 2
-<꿈을 꾼다는 것의 이점이 뭐지요?>“꿈은 우리 자신을 다시 포맷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매일 밤, 수면 중에 급속한 안구 운동이 일어나는 이른바 역설 수면의 단계 동안 우리는 이미지들과 관념들을 받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낮 동안에 우리를 속박하려고 했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납니다. 옛 소련에서 스탈린 체제의 숙청기에 가장 널리 행해진 고문은 사람들을 재우지 않음으로써 꿈을 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꿈을 빼앗기면, 우리의 모든 지적인 힘을 잃어버립니다. 호메로스의 이야기에 나오는 오뒤세우스도 꿈을 구는 동안에 아테나의 조언을 듣습니다. 컴퓨터들은 꿈을 꾸지 않습니다. 그저 지식을 축적할 뿐이지요. 컴퓨터들은 하나의 사고 체계에 갇혀 있습니다. 이 사고 체계는 선별을 통해서가 아니라 축적을 통해서 기능합니다.” [333p]


- 옛날에는 검열이라는 제도가 유익한 정보의 유통을 가로막았지만, 이제는 정보의 홍수가 동일한 결과를 야기하고 있었다. [339p]


- 분노는 사법 제도에 대한 욕구를 낳는다. 그럼으로써 법원, 판사, 경찰 등이 점차로 제도화된다. 이런 제도는 분노에 물꼬를 틔움으로써 분노가 사회에 파괴적으로 기능하지 않도록 만든다. 하지만, 사람들의 분노가 너무 커서 제도로 그것을 더 이상 진정시킬 수 없을 때는 혁명이 일어난다. [344p]


- “그들은 돈에 관심이 없어요. 그들이 원하는 건 자기들의 재능을 표출하는 거예요. 그들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권한다면, 누구나 격렬하게 반발할 거예요.” [393p]


- “데카르트가 데카르트주의자가 아니었듯이, 에피쿠로스는 에피쿠로스주의자가 아니어썬 셈이군요.”[416p]


- 두 번째 욕망은 무엇인가? 이 모든 일을 잊고 침대에 누워 쉬는 것이다. 그녀는 그것도 접어 둔다. 그 밖에 어떤 욕망이 있을까? 이지도르를 다시 만나는 것(그와 함께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기사를 잘 써서 테나르디에 부장의 인정을 받는 것(그저 그 비열한 여자에게 본때를 보여 주기 위해서다).
그것 말고도 이러저러한 욕망이 뒤죽박죽 떠오른다. 이상형의 남자와 결혼하는 것(하지만 조건이 있다. 그가 나를 자유롭게 내버려 두어야 한다). 귀여운 아이들을 낳아서 키우는 것(여기에도 조건이 있다. 아이들이 나에게서 너무 많은 시간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 모든 남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하지만 어떤 남자도 나를 독차지할 권리가 있다고 느껴서는 안 된다). 다른 여자들의 부러움을 사는 것(그러나 이건 시샘이 아니라 경탄이 되어야 한다). 명성을 얻는 것(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조건에서). 사람들의 이해를 받는 것(단, 오로지 똑똑한 사람들로부터). 늙지 않는 것(그러면서도 경험은 점점 많아져야 한다). 담배, 발톱 다듬기…….[418~419p]


- 언뜻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그의 생각은 옳지 않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속도를 늦추는 것은 곧 후퇴하는 것이다. [421p]


- 그들은 생쥐를 지켜보고 있었다. 한 사람은 진짜 눈으로, 다른 사람은 비디오카메라의 렌즈를 통해서. [424~425p]


- 우리가 지금까지 작성한 목록의 순서는 어느정도 인간의 성장 단계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처음에 인간은 고통을 멎게 하는 일에 대해서 주로 생각합니다. 아기가 기저귀에 오줌을 싸고 우는 건 오줌 때문에 살갗이 따끔거리기 때문입니다. 그다음에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생각을 하지요. 아이가 어둠이 두려워서 우는 게 바로 그런 겁니다. 그러다가 조금 컸다 싶으면 아이는 배고프다고 어른을 부르고 놀고 싶다고 사람을 찾습니다. 더 자라서 학교에 들어가면 좋은 성적을 받고 싶어 하고, 운동장에서 제 공을 빼앗아 간 녀석의 얼굴을 때리고 싶어 합니다. 그러다가 청소년이 되면 여자 친구랑 키스도 하고 싶어 하고 담배도 피우고 싶어 하지요. 성인이 된다고 해서 이상의 동기들과 무관해지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성인의 행동에는 새로운 동기들이 추가됩니다. 종교나 모험도 그런 동기가 될 수 있겠지요. 이렇게 동기들의 목록을 차례차례 되짚어 보면, 이 서열이 인류의 역사나 한 개인의 인생 역정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431~432p]


- 만일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연결해서 하나로 합친다면, 그것이 몇 사람의 뇌를 연결한 것에 해당할까요?“
“천만 명이나 1억 명쯤의 뇌를 합친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한 사람의 뇌에 해당합니다.”
두 기자는 그의 말뜻을 이해라려고 애쓴다.
“그렇다니까요……. 사람의 뇌는 세상의 모든 컴퓨터를 합친 것만큼이나 복잡한 네트워크를 지니고 있어요. 사람의 뇌에는 2천억 개의 뉴런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은하수에 있는 별만큼이나 많죠. 그리고 각각의 뉴런은 천 갈래로 접속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두 기자는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니까, 컴퓨터는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없죠. 그 대신 우리는 천천히 사고하니까요. 신경 자극은 시속 3백 킬로미터 정도의 속도로 전달됩니다. 컴퓨터 신호는 그보다 천 배나 빨리 전달되죠.”
뤼크레스는 수첩을 꺼내어 맥킨리의 말을 적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컴퓨터가 우리 인간을 능가한다는 말이군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우리 인간은 상대적인<느림>을 사고의<다양성>으로 벌충하니까요. 우리는 1초당 수백 가지 연산을 동시에 실행합니다. 그에 비해서 컴퓨터는 기껏해야 열 가지 정도의 연산을 동시에 실행할 뿐이지요.”
뤼크레스는 앞서 적은 것을 지우기 위해 줄을 긋는다.
“그러니까, 우리 인간이 컴퓨터보다 강하다는 얘기로군요.”
맥킨리는 이 젊은 여자의 이력서를 찾아내고, 여러 행정 관청의 사이트를 뒤져 그녀의 사진 몇 장을 수집한다.
“그렇다고 볼 수도 있죠. 뇌를 많이 쓰고 공부를 많이 하면 우리 뉴런의 접속 상태가 점점 좋아지죠. 뇌에 지식과 정보라는 영양을 많이 공급하면 할수록, 뇌는 점점 강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간이 앞으로도 변함없이 우위에 설 거라는 얘기로군요.”
그는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젓는다.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인간의 지식은 십 년마다 배로 늘어나지만, 컴퓨터의 성능은 18개월마다 배로 좋아지니까요. 인터넷으로 말하자면, 해마다 네트워크가 배로 확대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시간은 컴퓨터의 편이라는 건가요? 결국엔 컴퓨터가 우리를 이길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군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컴퓨터는 아직 중요한 정보와 중요하지 않은 정보를 선별할 줄 모르니까요. 처리하는 정보의 양에 있어서는 컴퓨터가 우리를 능가하지만, 좋은 정보를 걸러 내는 데에 있어서는 우리를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컴퓨터는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느라고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만, 우리는 오로지 중요한 요소들만 선별하지요. 예컨대 체스를 둘 때, 컴퓨터는 수천 가지의 불필요한 조합을 검토하지만, 사람은 금방 최선의 조합 서너 가지를 골라냅니다.”
“그러니까……인간이……변함없이…….”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는 없죠. 프로그램들 역시 아주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니까요. 프로그램은 컴퓨터의 사유양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신 세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은 저희의 성공이나 승리의 경험을 바탕으로, 또는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만나면서 저희 자신의 프로그래밍을 변화시킵니다. 경험을 자꾸 쌓아 나가고 다른 프로그램들과 계속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쓸모없는 정보 때문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법을 배우고 저희들 자신의 분석 능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지요.”
[505~507p]


- "고통을 회피하는 것과 쾌락을 원하는 것은 모든 행위의 두 가지 시동장치이다.“ [540p]


- "사람들은 예외적인 것이나 자기들의 삶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그들이 정보 제공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이해하기 쉬운 정보, 자기들이 이미 알고 있는 것과 비슷한 정보예요. 그들이 원하는 건 자기들을 안심시켜 주는 것이죠. [611p]


- "자아 그럼<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해서 우리가 얻은 답을 한번 정리해 볼가요?
1. 고통을 멎게 하는 것.
2. 두려움에서 벗어나는 것.
3. 생존을 위한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4. 안락함을 위한 부차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5. 의무감.
6. 분노.
7. 성애.
8. 습관성 물질.
9. 개인적인 열정.
10. 종교.
11. 모험.
12. 최후 비밀에 대한 약속.
13. 최후 비밀의 실제적인 경험.
[615~6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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