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디자인

지은이 / 빅터 파파넥 | 옮긴이 / 한도룡, 이해묵

by Joong

인간과 디자인
저자 빅터 파파넥
역자 한도룡, 이해묵
발행처 미진사(서울시 마포구 창전동 436-11)
1986년 6월 25일 초판인쇄
1986년 6월 30일 초판발행


서론
- 뉴욕에서 소련의 서남부 노보시빌스크(Novosibirsk)까지, 도쿄에서 토론토, 런던에서 페루의 리마(Lima), 파리에서 말레이의 페낭(Penang)에 이르기까지 건축가들은 지역적 특성을 파괴하는 특성없는 고충건물들을 지어 우리의 도시들을 비인간화시켜 왔다. 사람들은 밤이 되면 방대한 합숙소 내에 있는 거대한 서류정리 캐비넷 속에 감추어져 유리로 만든 벌집과 놀라 만큼 유사한 곳을 작업공간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1p]


- 디자인과 건축 모두 사람들의 실제적 요구를 너무도 빈번히 무시하여 왔다. 대량생산으로 인해 많은 제조업자들은 근래에 마법사이 도제로 변했다. 즉, 한번의 작은 그릇된 판단을 의식하지 못하여 그것이 수백만 배로 늘어나 결국 사회적 결합이 갈가리 찢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11p]


-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상당수는 '예술적'으로 되어가고 있다. 즉 그것은 더이상 놀라지 않는 부르조아지를 놀라게 하기 위한 헛된 시도로서 그저 색 다른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 색다른 것을 계속 단계적으로 확대시켜 나가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중략- 현재 대부분의 디자인과 건축은 대중은 완전히 무시된 채 점점 더 소수의 엘리트에 의해 행해지는 게임인 것이다. [12p]


- 오늘날 디자인의 근본적인 문제는 디자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또한 판매시장이나 제조, 품질관리의 문제도 확실히 아니라) 디자인과 인간과의 관계, 혹은 한걸음 더 나아가서 디자인과 인간과의 연관성의 결핍에 있다. 디자이너들이 고려해야 할 새로운 두 분야가 있다. 분배의 대체 수단과 디자인 행위 그 자체의 결과이다.
다른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그런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것은, 그 한 방법으로 생산수단의 지역분산화이며, 동시에 사용자로 하여금 더 많은 선택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다. 나중에 언급되겠지만, 제품이 대량생산이나 개인별 조립, 마을단위, 그리고 가내공업의 차원에서 만들어지고,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다른 혼합적 방법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디자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능한 일이다. [12~13p]


- [인간을 위한 디자인]에서 나는 세 가지 주제를 제시하였다.
1. 대부분의 디자인은 선진국에 살고 있는 유복한 중산층을 위해 이루어지고 있다. 디자이너들은 신체부자유자들이나 가난한 사람들, 저능아들, 아이들과 아기들, 노인들, 비만한 사람들과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
2. 디자인은 최종 사용자와 근로자로 구성된 팀에 의해 여러 분야를 섭렵하여 종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3. 상당수의 디자인 학교와 디자이너들은 현실세계를 직시해야함에도 불구하고 환상적인 세계(호화스러운 해상호텔, 3차원 TV 시스템, 그리고 기타 자질구레한 자원낭비 등)를 추구하고 있다.
[인간을 위한 디자인]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 무엇을 그리고 왜 디자인 할 것이다>
[인간과 디자인]에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 이러한 문제를 논리적으로 추구하고 있다. 무엇을 그리고 왜 디자인할 것인가를 결정한 다음 생각해야할 문제점은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중심과제이다. [17~18p]


- 나는 어머니가 유별난 사람이 아니라는 것과 키가 150센티인 다른 부인들이 틀림없이 잇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시작하였다. 이 어려운 자료들을 어디에서 구해야 할 지 몰랐기 때문에 우선 추측을 해 보았다. 만일 나의 어머니가 그렇게 작다면 아마도 북아메리카에는 10만명 정도의 키 작은 할머니들이 있을 것이라고 어림잡았다. (나의 추측은 틀렸다. 1940년 미국 통계국 기록에 의하면 50만명 가까이 되었다. 하지만 독자들은 내가 30년 이상이나 추구해온 보수적인 내 방식대로 따라 주었으면 한다.)
만약 내가 추측하였던 대로 정말 10만명 정도의 키 작은 할머니들이 있다면, 마찬가지로 10만명 가량의 키 작은 할아버지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나는 현재 20만명의 키 작은 사람들은 파악하였다. 그 외에 더 있을까? 2차대전이 종료된지 4년이 채 못되었고 굶주림과 반 아사상태가 유럽과 아시아에 만연해 있었다. 적당한 영양분, 무기물 그리고 비타민들이 세계의 대부분에서 부족한 상태였으며 이러한 식량부족은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되었다. 그 당시의 키에 관한 인구통계를 통해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중동, 멕시코, 미크로네시아, 태평양 군도 그리고 남유럽에서조차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키가 작으며, 따라서 나의 목록에 추가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제 나는 15억 2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파악하였다. 그 외에 더 있을까? 우리들 모두는 9세에서 18세 시절의 한대 122센티에서 152센티 정도의 키였었고, 그와 같은 연령층의 어린이 수는 세계에 약 2억 5천만명에 달한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평균키보다 작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지금까지 파악한 수가 전 인구의 약 7/8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수를 가산하는 것은 의미없는 일로 생각되었다. 이제 우리가 소수의 키 작은 할머니들 보다는 30억에 가까운 사람들을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디자인 조직에 인식시키는 일이 남았다.
결과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우선 어떤 일들을 해야할지를 분석해 보자. '관시을 갖기엔 그 수가 너무 적다'고 생각되는 집단의 요구에 대해 어색하거나 편협한 정의를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런 집단이 '정상인'과 어떤 점에서 상이한가 조사해 보면서, 나는 이 집단이 속하지 않은 다른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차이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22~23p]


2. 디자인에의 참여
Design Participation
- 일반 소비자들은 디자인이 어떠한 것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그것은 사람들이 바보라서가 아니라, 제품이 시장에 나왔을 때, 누가 그것을 실제 디자인하고 개발해 냈는지를 거의 언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39~40p]


- 결국 디자이너와 건축가는 사람들과 더욱 친숙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사용하게 될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소비자 자신이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것이다. [40p]


- 디자인은 즐겁고 창조적인 작업이다. 디자인은 그 자체로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에 관계된다. 처음에는 연습조로 선을 그어 보다가 그것이 여러 단계로 발전하여 결국은 최종 제품에 대해 정확하고 실제적인 원형(prototype)을 만들어 낼 때 디자이너는 굉장한 만족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특히 생태학적, 사회적, 정치적인 결과를 고려할 때 디자이너가 직면한 문제들은 점점 더 복잡해진다. 디자인이란 너무 중요한 작업이기 때문에 디자이너에게만 내버려 둘 수는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결코 가혹한 판단이 아니고 더 높은 수준의 디자인을 요구하는 뜻에서 한 말이다. 디자인은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또한 여러 상황에 잘 반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팀에 의해 수행되어져야 하낟. 그러나 디자이너로만 구성된 팀은 모두가 쓸데없는 논쟁만을 일삼는 팀이 되기 일쑤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비(非)디자이너들인 것이다. [40~41p]


- 디자인팀에는 최종 사용자도 몇 사람 포함되어야 한다. [41p]


- 디자인 전공의 학생들이 아름답다고 느낀 것을 최종 사용자들은 흉하게 본 것이다. -중략-
가난한 사람과 노인들의 세계는 대부분의 디자인하는 학생들에게는 낯설은 것이다. 이 경우에는 학생들이 사용자들의 미(美)에 대한 개념을 파악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그래서 4년 후 새로운 의자들이 디자인되었다. 이번에는 주민들에게 더 철저하게 자문을 구하여 안락하고, 값싸고, 아름답고, 만들기 쉬운 의자를 디자인해 냈다.[51p]


3. 제품 중독의 교정
Curing Product Addiction
- 백화점이나 전문상점, 교외의 할인 센터에는 쓸모없는 눈속임 제품들이 넋이 빠지게 잔뜩 진열되어 있다. 제조업자들이 쓸모없는 잡동사니들을 소비자들에게 팔아 먹으려고 점점 더 혈안이 되어가는 것을 보면서 언제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종식될지 의아해 진다. [53p]


- 사람들은 훈련되고, 중독당하고, 부추김을 당하고, 협박받고, 성가심을 당하고, 그리고 제품에 중독이 되게끔 잠재적으로 교모히 조정되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은 광고산업에 의해 유발된 가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자질을 발휘하는 것을 사리에 맞는 일로 생각하고 있다. [54p]


- 서구 사회에서 디자인을 한다는 것과 물건을 만든다는 것에 개념적 차이를 두기 시작한 것은 불과 250년 전의 일이다. [55p]


- 품질(quality), 안정성(safety), 성능(performance), 유용성(utility), 그리고 제품의 수명(product life), 이 모든 것이 전환되어 사라져 버리는 것 같다. 다음과 같다면 제품은 팔린다.
1. 이것은 신제품(new brand)으로서 일을 빨리(fast)해 냅니다.
2. 이것은 생활(일, 작업, 또는 그밖의 것)을 더 쉽게(easier), 더 편리(Convenient)하게 해 줄 것입니다.
3. 이것은 대단해 보입니다(looks great) (무엇을 의미하던지 간에). [55~56p]


- 모든-신제품-새로운-최신의, 빠르고-쉽고-편리한, 혹은 멋져 보이는 것과 같은 문안들이 판매를 촉진시키지 못할 때, 대개의 제품들은 그 품질이 잘 알려진 제품같이 보이도록 디자인된다. [58p]


- 원래 제조사의 상표는 간단한 확인 마크였다. 나중에 이러한 확인 마크는 품질에 대한 어떤 수준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것이 보다 더 안타까운 변화로 초래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35년 전의 일이다. 품질을 보장하는 상표는 그것 자체가 신분적 상징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미루어, 제품과 의류들이 모조품으로 만들어질 때 상표가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해 왔나를 쉽사리 알 수 있다. 그러나 고급 제품들이 자취를 감추게 된 근원은 보다 깊은데 있다. 서구사회의 상당수가(시장에서부터 조립라인의 최저 임금 조수에 이르기까지)보다 심오한 만족감 대신에 돈으로 살 수 있는 만족감을 추구하고 있다. [66p]


- 기술발전을 이룩한 나라들 중에서도 소련, 미국, 이스라엘, 호주, 남아프리카와 캐나다는 품질에 대한 의식이 가장 낮은 것 같다. 비록 이들 나라들이 자기만의 독특한 국가적, 민족적 뿌리를 갖고 있고,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정말 엄청난 인구적인 상이함이 있긴 하지만 이 국가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된 점-즉 개척적인 사회라는 점이 있다. 역사적으로 이 나라들은 개척자 정신에 입각한 실용주의적 접근의 경험이 있는 나라들이다. 이런 개척자적 접근은 근본적인 의문을 품게 한다. 그것이 효과가 있을까? 개척주의적 사회에 있어서 목적에의 적합성은 그것이 훌륭한 해결책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유일한 기준이 된다. 도구는 일단 목적달성을 한 이후에는 내버리게 된다. 목적에의 적합성이 제품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한 가지 방법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평가기준이라면 세련되고 정밀함은 결코 이룩될 수 없다. [67p]


- 따라서 “모든 품질은 어디로 사라졌는가?”에 대한 대답은 아마도 간단하지 않고 여러 가지의 답이 있을 것이다.
1. 어떤 사람들은 자작품(do-it-yourself)시장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한 석유기업 간부는 그의 집 복도에 서 있는 대형 괘종시계를 자랑한다. 첫 번째 시계는 ‘어떻게 움직이냐를 이해하기 위해’ 조립한 장치였고, 이것은 그가 조립한 두 번째 시계다. 그는 두 번째 시계를 여러 종류의 열대 경질목을 조각하여 제작하였다. 그는 자신이 스스로 제작함으로서 시계 제조업자보다 더 훌륭히, 더 싸게, 좀더 독자적으로, 원하는 모양에 더 가깝게 제작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내가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에 만약 잘못이 생기면 어떻게 고쳐야 할지도 알고 있다”고 덧붙여 말한다.
2. 몇몇 우수한 제품은(유럽과 일본제품의 예를 들어 이미 설명한 바와 같이)점차 외국에서 생산되어 가고 있다.
3. 몇몇 우수한 제품은 공예품화되어 가고 있다. [72~73p]


-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아이들은 현존하는 물건들은 버려지는 것이며 ‘새로운’ 것으로 대체된다는 것을 배운다. 어린아이들은 부모들이 자신의 물건을 다루는 방법을 관찰한다.
어릴 때 수집가적 천성을 키우게 하는 방법들이 여러 가지 있다. 야구놀이 카드는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을 모으고, 교환하고, 팔고, 사고 하면서 어린아이들은 좀더크게 잘 하려면 그것을 위한 특별한 앨범, 카다로그, 수집함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74~75p]


- 인형의 집이나 작은 차 또는 야구놀이 카드를 가지고 노는 어린애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장난감을 이용하여 어린 아이들로 하여금 사고, 수집하고, 결국은 제품중독이 되게하는 강력한 광고행위인 것이다. [75p]


4. 제품의 단순화
- 200년 전에 단순화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주택 설계나 책의 낱장 디자인과 마찬가지로 도구, 가공품 또는 운송수단 등의 디자인은 디자이너, 건축가, 일반대중 같은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그런 법칙에 따랐다. 다음과 같은 사항이 디자이너, 비평가, 그리고 일반대중들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1. 디자인은 도구의 사용법과 용도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완성품은 제조에 사용된 재료, 도구들, 제조과정을 알 수 있게 만들어져야 한다.
3. 제품, 물건, 가공품은 가능한한 수리를 하지 않고 관리하기도 용이하게 그 기능이 좋아야 한다.
4. 디자인된 물건은 최종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5. 대부분의 물건들은 사람들의 직접적인 요구에 따라 만들어져야 하며 특별한 필요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79~80p]


- 200년 전까만 해도 제품의 기술적 기능은 눈으로 볼 수 있었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중략- 물론 그때에도 더욱 복잡한 고안물들이 있었다. -중략- 하지만 런던의 세븐다이알스(Sevendials)의 경지에 도달한 악기제조자 웨이브라이트(Thomas Wainbright)라 할지라도, 그의 솜씨의 한계와 사용자 자신의 필요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주문을 받았다. [80p]


- 디자인은 결코 강요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재의 대량 마케팅 기술로 인하여 디자인은 그렇게 되어 버렸다. 예를들어 스토브는 소매상점과 할인매점에 경쟁상품들과 나란히 진열되어 다른 상품보다 월등히 낫다고 외치면서 서 있도록 디자인되고 있다. 이러한 눈속임은 표면 스타일링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다시 말해서 일단 가정에 비치되면 그것은 흉하지 않게 무명화되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미학적으로나 시각적으로 외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82~83p]


- 인류는 항상 도구, 물건, 소유물에 장식과 모양, 장신구를 붙여 왔다. 원시적인 창과 작살에는 사냥되는 동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새겨져 있는 경우가 흔히 있다. 중세기 귀족의 군복에는 방패, 마차, 깃발, 은으로 된 가정용품들이 규칙적으로 단조롭게 장식된 반면, 일본 귀족의 가마, 칼, 기모노에는 불규칙적으로 산재해 있는 국화무늬, 그리고 그와 연결된 벚꽃 송이들로 장식되었다. 이에 비해 단어나 슬로건으로 된 상표를 붙임으로써 개인적이 아닌 방법으로 물건을 구별짓는 것은 비교적 새로운 방법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접근방법을 바꿔버렸다. 우리는 더 이상 물건을 개인전용으로 하기 위하여, 그리고 소유하기 위하여 상표를 사용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현재 명찰을 사용하여 물건을 일반화하며,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물건에 불과하다고 표시하는 것이다. [85p]


- 그들은 무질서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노력하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사물에 방향을 부여하고자 한다. 이것은 훌륭한 형태의 추구, 기본적인 패턴의 추구, 인간의 모든 생각과 행동의 버전에 깔려 있는 형태발생의 욕구를 의미한다. -중략- 이 모든 세 가지의 경우, 참여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훌륭한 형태, 일리 있는 것, 기억하기 쉬운 것-상식적인 고안품을 추구해온 것이다. [87~92p]


5. 디자인의 인간화
- 삑삑 소리를 내고, 꼴딱거리고, 헐떡거리며, 깜박거리는 컴퓨터화, 극소형화, 마이크로 프로세스화된 모든 장난감들은 오락 시간을 더욱 더 개인적 시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또한 부자를 울리고 짤까닥 소리를 내며 깜박거리는 바보 불빛으로 아이들을 사로잡는다. 아이들을 단지 어린애도 되게 하며, 일시적인 고아로 만들며, 친구들과 부모로부터 단절시켜 버린다. 이러한 게임들이 무엇이든지 팔리는 것을 승인하도록 인형사업체로부터 권위있는 변호인으로 추대된 아동심리학자들은, 이러한 게임들이 “어린이들을 기계에 익숙할 수 있도록 가르쳐 준다”고 우리에게 말한다. 이것은 도덕적으로 부패한 말일 뿐만 아니라 더 나쁜 심리학이다. [102~103p]


6. 지역적 특성에 맞는 디자인
Decentralization : 지역분산화
- 우리의 임무는 항상 더 큰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압도하는 체제를 분해시키고, 덜 추상적인 것을 찾으며, 의존상태를 멀리하는 것이다. -SHELDON S. WOLN- [117p]


-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작품은 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있을 때, 라이트는 가급적이면 지역적인 재료만을 사용한다. 그가 지은 중서부의 많은 집들은, 버려진 지방의 헛간에서 힘들게 분해시킨 나무를 사용했다. 이것은 미적인 일시적 발상이 아니었다. 미네소타주에서 30년 동안 비바람 맞은 재목은 같은 지역, 같은 기후에서 그 기능을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다. 아리조나의 여름을 견뎌온 사암이나 역암같은 지역에서 완벽한 담을 쌓는데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 가져온 돌들은 그것 만큼 기능이 좋지 않다. [120p]


- 1. 인류학적 연구보고에 의하면 문화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심볼은 없다고 한다. 범세계적인 상징언어를 개발해내어 모든 인구에게 가르치는 것은 전래적인 읽기과 쓰기 기술을 가르치는 것보다 더 어렵다.
2. 도식적인 에스페란토(Esperanto)어와 같은, 또 다른 언어를 문맹자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그들을 역시 문맹상태로 동결시켜 버린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3.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는 입으로 이야기를 전하는 전통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기억력이 매우 발달되어 있고 높이 평가할 만하며, 글로 쓰여지는 것보다는 말로 하는 것이 훨씬 강력하다.
4. 하나도 유력한 언어가 없기 때문에, 의사전달이라는 것은 언어 사용권에 따른 지역분산화가 요구된다. [122p]


7. 어린이들의 고충 : 디자인 교육
- 인간은 젊은 세대들에게 가르친 내용과 방법 그리고 목적에 따라 사회와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132p]


- 그들 상당수의 어린이에게 학교는 마치 감옥같이 보인다. 그들의 순수한 육체적 욕구는 종종 좌절되기 때문에 주의력이 분산되고 지식 습득에 대한 그들의 선천적인 욕구와 진취적인 호기심은 숨통이 조여지고 빗나가버리는 것이다. 답답한 학교 교실에 감금되며, 학교 예산에서 가장 싼 입찰가격으로 사들인 불편하고 값싼 의자에 앉혀져서는, 그들은 끊임없이 꼼지락대고, 몸을 뒤틀고, 또 다른 방식으로 다리를 겹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리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141p]


- 현혹적인 광고(TV에서는 종종 어린이들의 두뇌를 마비시키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에 의해 어린이의 감수성이 계속 공격을 받아오고 있으며, ‘당신이 사는 물건에 의해 당신의 인격이 결정된다’는 저변에 깔려 있는 자본주의적 사고방식, 그리고 물건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려는 생각들로 인해서 교육의 문제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144p]


8. 인간에 맞는 디자인 : 디자인 생태학
- 디자인과 기술과의 관계는 생태학과 생물학의 관계와 같다. 전문가들은 인류학, 철학, 공학, 예술, 생물학, 심리학 같은 과목들-모두 디자인에 관련된-은 고도로 훈련된 지적인 기량이 요구되므로, 그와 똑같이 건축과 디자인을 동시에 숙달할 수는 없다고 또다시 주장할 것이다. 디자이너들은 어려운 문제 하나를 완전히 이해하는데 필요한 모든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디자인은 각 분야와의 미묘한 관계를 고려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계속 주장할 것이다. [148p]


- 미학, 즉 아름다움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인식 유무와는 관계없이 존재하는 자연형태와 생물학적 과정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우리의 모든 미적 가치체제라는 것은, 이미 우리 내부에 또는 주변에 존재해 있는 자연의 추상적인 형태에 지나지 않는다. 디자인이 자연계에 존재하는 형태와 과정에 적합한 경우에만 거기서 미를 발견하게 된다. [149p]


- 귀여움 : 깊이가 없고 단정치 못한 이 속어는 최근에 생물학자, 동물행태학자, 그리고 사회생물학자들이 새끼 동물들을 보았을 때 생겨나는 다소 아리송한 느낌을 묘사하는데 사용해 오고 있다. ‘귀여운’이라고 인식되는 어린애들의 특징은, 적어도 성인의 비례기준에서 볼 때 신체의 나머지 부위와 다소 비례를 이루지 못하고 얼굴 아래쪽에 내려온 큰 눈이라든지 대부분의 포유류 새끼들의 공통된 특징들에 대해 선천적인 반응이 있다. [154p]


- 문화란 학습된 반응이다. 문화적인 반응, 즉 환경적으로 학습된 반응을 통해서 우리는 다른 문화권의 예술작품이나 건축물, 그리고 디자인된 물건들에 대해 다르게 반응을 보일 수가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의 기저부에는 지금 우리가 주장하려고 하는 사실-자연계에 존재하는 형태와 과정에 적합한 디자인일 경우에만 우리는 디자인에서 미를 발견할 수가 있다-이 내재되어 있다. [158p]


- 1880년대의 사무실과 그로부터 100년 뒤에 디자인되고 지어진 사무실을 비교해 보자. 가장 간단하게 생각하면, 건물은 골격(버팀대, 지붕, 토대), 피부(벽, 바닥, 창문), 그리고 순환계(난방, 냉방, 조명, 송수로, 전기배선)로 구성된다. 과거의 고층빌딩의 피부와 뼈대는, 내부공간을 외부로부터 격리시키고, 창문을 열어 방을 환기시키고, 건물의 주된 기능, 즉 사용가능한 공간을 멋지게, 효율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에워쌀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다. 건물의 구조와 피부에 해당하는 부위는 자본투자의 큰 부분을 차지하였고 순환계는 중요하지 않게 생각되는 경우가 흔했다.
오늘날의 사무실을 보면, 기계와 전기설비 시스템에 많은 자본과 인력이 투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복잡하고 정교한 시스템들은 자주 수리하거나 대체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건물구조를 부숴야 할 때가 종종 있다. 1981년도의 조명, 난방, 냉방 시스템의 상당수는 10년~15년 내에 쓸모없게 되어버려 다 헐어버리고 최신의 시스템 디자인으로 다시 지어야 할 것이다. [159p]


결론
- 모든 훌륭한 디자인은 적합한 것이다. 어떤 제품이든 그것이 행해야 할 임무와, 사용자, 그리고 재료에 적합해야 한다. 또한 제품은 그것을 만들어 낼 도구와 작업과정, 우리의 윤리성, 그리고 에너지 결핍의 세계에서 생활과 환경에 적합해야만 한다. [16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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