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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림 May 21. 2019

Hotel Design Story

Le Lapin_Macao Science Center 5/F, Macau

불어로 토끼라는 뜻을 가진 르라팡(Le Lapin) 은 마카오 사이언스 센터(Macao Science Centre)에 위치한 프랑스식 레스토랑이다. 윌슨 어소시에이츠 (Wilson Associates) 뉴욕 디자인 팀에서는 공간 구획 및 설정,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정, 메뉴 설정, 키친 플래닝, 조명, 테이블, 그래픽, 유니폼 등 레스토랑 안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을 디자인하였다.


특히 윌슨 그래픽 팀에서는 캐릭터 설정, 글자 및 사인(Signage) 디자인을 비롯한 메뉴 디자인을 통해 르라팡의 아이덴티티를 확실히 만들어 냈다. 이처럼 테이블 위에 올라가는 모든 것, 식당에서 보고 느끼는 모든 것들을 통해 고객이 느끼는 오감을 만족시키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클라이언트를 위한 클라이언트에 의한 디자인을 선보인다.



디자인 콘셉트


현대식 프랑스 요리의 대가 조엘 로부숑(Joel Robuchon)의 제자 이기도 한 Carson Liu는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건축가 이오밍 페이 (I.M. Pei.)가 디자인한 마카오 사이언스 센터(Macao Science Centre)에 자신만의 독특한 현대식 프랑스 레스토랑인 르라팡(Le Lapin)을 오픈했다. 리서치 과정과 클라이언트와의 수많은 대화를 통해 윌슨 디자인 팀은 클라이언트만의 독창적인 공간을 위해 Carson 이 태어난 해의 상징인 토끼를 디자인 요소로 사용하기로 했다.


동아시아의 전설에서 달에 산다는 옥토끼의 이야기와 공상 과학과 모험 소설로 유명한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Jules Verne)의 기발한 상상력이 담긴 작품인 “지구에서 달까지(From the Earth to the Moon, 1865)”에서 보이는 달에 대한 환상과 인간도 달에 갈 수 있다는 이야기 속에서 디자인적인 요소를 찾았으며,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등장하는 엉뚱한 토끼의 이미지와 그가 이동하는 통로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재미난 비밀 공간 또한 만들어 냈다.



캐릭터 설정


레스토랑을 대표하는 몇 가지 캐릭터들을 설정하고, 1960~70 년대의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했던 액세서리, 패션 스타일을 적용하고, 그들의 삶의 스토리를 삽화로 그려 넣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치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의 역사적인 공간에 방문한 듯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레스토랑의 캐릭터들을 소개하자면, 이곳의 마스코트이자 이야기의 주인공인 “미스터 토끼” 군은 세련된 프랑스인으로 심술 굿은 와인 마니아이다. 그에 반해 우아하며 과묵한 성격인 “미스 토끼” 양과 미스터 토끼 군의 인생 최고의 라이벌 “미스터 폭스”를 캐릭터로 만들어 그들의 삶과 일상적인 상황들을 재미있게 표현하였고, 이러한 요소들은 입구의 문에서부터 메인 다이닝 공간, 프라이빗 다이닝 공간에서 화장실에 이르기까지 레스토랑 전체에 스며들었다.


그저 맛 좋은 현대식 프랑스 레스토랑이라는 이미지의 전달만이 아닌, 공간의 상징성과 재미,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레스토랑 안에서 탄탄히 전개해 나간 것이다.


공간 설정(Layout)


마치 밝게 빛나는 둥근달과 같이, 르라팡은 완전한 원형의 평면에 위치해 있고, 이는 달이라는 키워드를 만들어낸 핵심 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레스토랑의 입구에서는 “나는 촛불(flying candles!)”이라는 천정 조명들이 고객들을 맞이 한다.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가면 Cason 이 그동안 수집한 20억 원가량의  와인 컬렉션들을 진열해 놓은 16미터 높이의 “와인 월(wine wall)”을 볼 수 있다. 전체적으로 검은색 배경에 수많은 LED 포인트 조명들을 사용해 마치 밤하늘에 별들이 반짝이는 효과를 냈다.



와인 월을 따라 걷다 보면 초승달 모양으로 디자인된 바 라운지의 카운터가 공중에 떠 있는 듯 빛나고 있으며, 반짝이는 크리스털 위스키 병들 사이로 아름다운 마카오의 야경이 펼쳐진다.


메인 다이닝(main dining) 공간에서는 사슬처럼 엮어 만든 금빛 메쉬 패널들을 천정에 매달아 공간의 구획을 나눴으며, 차분한 무채색 의자들을 배치해 전체적으로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지게 하였다.



두 개의 프라이빗 다이닝룸(private dining room) 사이에 위치한 와인 시음공간(wine tasting room)은 바닥부터 천정까지 이어진 책장들과 백색 페인트로 그려 놓은 수많은 별빛들, 와인을 너무나 사랑한 20세기 독창적인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와인을 향한 금빛 문구가 왼쪽 벽 한편에 새겨져 있다.


또한 첩보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비밀 문의 요소를 책장 양쪽 부분에 적용하여, 프라이빗 룸들과 와인 테이스팅 룸을 서로 비밀스럽게 연결하는 요소를 접목시켰다.



큰 룸과 작은 룸으로 구성된 프라이빗 다이닝 룸들의 바닥 카펫 디자인에는 달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가 존재한다.


큰 룸의 바닥 디자인은 쥘 베른의 소설에서 등장하는 열기구들의 이미지들과 달의 모양들을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벽에는 오래되어 낡은 UFO에 관한 신문 기사들과 백과사전에서 오려낸 우주 탐험과 관련된 조각들이 액자에 장식되어 있다.



작은 룸은 중국 송나라 시대의 작가이자 시인인 서동포(Su Shi)의 시 “Mid-Autumn Moon”을 수놓았다. 더불어 글을 새겨 놓은 방향을 창가 쪽으로 향하게 만들어 글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마카오의 풍경, 야경과 달빛을 볼 수 있게 설정해 놓았다.


이러한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같은 하늘 아래에서 바라보는 달이 서양과 동양의 인물들의 다른 시각을 이야기해보려 했다. 이처럼 디자인 팀은 그저 좋은 음식만을 먹는 장소가 아닌, 기억에 남을 공간을 만들려고 고민하였다.



마지막으로 미스터 토끼 군과 미스 토끼 양이 마스코트로 새겨진 화장실에서는 거울 속에서 튀어나온 듯한 수도꼭지, 엉뚱한 그림들과 벽지, 조명기구들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재미난 특성들이 보인다.



, 분위기 그리고 소통


르라팡(Le Lapin)에서는 유명 화가 달리의 문구, 서동포의 시, 쥘 베른의 소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수많은 이야깃거리가 한 공간 안에 존재하며, 고객들에게 서로 이야기 꽃을 필 수 있는 완벽한 맞춤형 공간으로 디자인되었다.


때론 자신이 영화 속 주인공이 되었다고 착각하고, 시인이 되어 시 한 편을 읊조리고, 이제는 현실이 된 달나라 여행을 꿈꾸며, 각박한 삶 속에서 엉뚱한 상상과 여유로움, 감성적 풍요로움을 느끼고자 사람들이 이곳을 다시 찾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늘 지인들을 초대해 달과 토끼 씨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알려주는 스토리텔러가 돼보는 건 어떨까?


글쓴이_ Jimi Lim Joonhwan

이미지 제공_ Wilson Associa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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