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지어진 건물에서의 신선함을 선호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옛 것을 참고하여 새것을 첨가한다는 구본 신참(舊本新參)의 의미처럼 기존 건축가의 철학이 담긴 건축물 안에서 새롭게 인테리어를 개선하는 것 역시 짧거나 혹은 긴 건물의 역사적 흔적 안에서 고객에게 또 다른 새로움을 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마치 좋은 노래가 수 차례의 리메이크 버전을 거쳐 새로운 해석과 기법, 상상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전체적으로 튼튼하고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는 건물은 인테리어 디자이너에겐 더할 나위 없는 캔버스와 같다. 이번 기획은 해외 레노베이션 프로젝트, 동남아시아의 허브 싱가포르에 위치한 호텔 젠에 대해 알아본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의 금융허브, 바이오 허브, 정부의 꾸준한 예술지원 정책으로 아시아 아트의 허브라는 타이틀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등 각종 허브 타이틀을 거먼 쥔 전체적인 크기는 서울만 한 작지만 강한 나라이다.
전 세계 프리미어 호텔들을 소유 및 운영하고 있는 회사들 중 하나인 샹그릴라 호텔 & 리조트 (Shangri-La Hotels & Resorts)는 기존 비즈니스호텔 브랜드 ‘트레이더스 호텔’을 ‘호텔 젠(Hotel Jen)’으로 바꾸는 리브랜딩 작업을 진행 중이고, 싱가포르의 가장 활발한 쇼핑거리 오차드 로드에 있는 싱가포르 호텔 젠(Hotel Jen)이 대대적인 레노베이션 공사를 마쳤다. 호텔 젠은 독특한 브랜드 스타일의 새로운 세대(New Jeneration)의 여행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샹그릴라 계열의 호텔이다.
리브랜딩 과정에서 게스트룸과 로비, 클럽 라운지, 레스토랑 등이 새롭게 디자인되었다. 먼저, 565개의 게스트룸의 수는 그대로 유지되었지만, 자전거, 난초, 금붕어, 상징적인 싱가포르의 전통 가옥 이미지들을 부각해 4가지 테마의 포인트 벽지를 사용하여 각각의 룸에 다양성을 주었다. 인간이 발명한 가장 자연 친화적이며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기도 한 자전거는 게스트들에게 여행의 설렘을 가져다준다. 또한 게스트룸 이외에 자전거를 벽에 매달아 게스트들이 재미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기도 하고, 복도를 자전거 도로처럼 꾸미기도 하였으며, 자전거를 레스토랑의 테이블의 베이스로 사용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참고로 싱가포르는 지역마다 자전거 도로가 새롭게 건설되고 있으며, 국가 자전거 계획(National Cycling Plan)에 의하면 2020년 싱가포르의 전체 자전거 도로 길이는 190km, 2030년 싱가포르의 전체 자전거 도로 길이는 700km까지 확장할 계획에 있다.
싱가포르의 국화인 난초는 꽃의 모습이 고아할 뿐만 아니라 줄기와 잎은 청초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어딘지 모르게 함부로 대하기 어려운 범상치 않는 기품으로 군자나 고고한 선비에 비유되었다. 또한 난초에 대한 상징성은 중국에서 그 문화와 정신적 가치가 부여되어 우리나라와 일본 등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에 나라별로 크게 다르지 않다. 싱가포르는 난초의 신종품을 꾸준히 개발해서 싱가포르를 방문하는 국빈의 이름을 신종품에 붙임으로써 외교상의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금붕어 이미지는 금은보화를 상징하며 사람들은 행운과 부를 가져다준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싱가포르 전통가옥인 숍 하우스, 19세기 영국 식민지 시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이 가옥들은 과거에 상점들이 활황을 누리던 옛 시장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과거에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에서 싱가포르로 넘어온 이주민들이 동남아의 더운 기후를 고려해 지었고, 화교들이 싱가포르로 이주해 오면서 중국식의 건물 양식을 그대로 가져왔으며, 이 과정에서 바로크, 로코코, 아르데코, 모더니즘 등 다양한 건축 양식도 녹아들었다. 1층은 상점으로 인도에서부터 조금 떨어져 장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였으며, 2,3층은 주거 공간으로 쓰인다. 이와 같은 4가지 이미지들은 어찌 보면 생활 속의 평범한 그림에 불과하지만 싱가포르라는 지역성과 연관시키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완성된다.
게스트룸을 계획하며 디자이너의 핵심적인 규칙은 작은 공간 안에 고객에게 조금이나마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효율성을 지키는 동시에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방안의 돌출된 창(Bay Window)에 마련된 데이베드(day bed)는 아침에는 창밖의 거리와 사람들의 모습을, 점심엔 나른한 낮잠을, 저녁엔 도시의 야경과 와인 한잔의 로맨스를 제공한다. 또한 개인냉장고, 바 카운터, 옷장, 저장공간, 배기지 랙(Baggage Rack)이 하나의 공간에 마련되어 공간 활용을 극대화시켰고, 사용자의 키를 고려해 높이 조절이 가능한 테이블들과 해외 여행객을 위한 일체형 멀티 플러그와 USB 충전 장치가 제공된다.
영화에도 클라이맥스가 있듯이 호텔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한방의 포인트. 그것은 바로 침대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 Floating Bed Effect”. 침대 옆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침대 밑에 조명이 켜지며 침대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효과를 볼 수 있고 고객으로 하여금 와우! 이펙트(Wow effect)를 유발하게 한다.
전반적으로 호텔의 디자인은 기하학적 도형, 격자무늬, 다양한 패턴들과 색깔들에 영감을 받았다. 메인 로비 공간은 두 개의 커다란 공용 소파를 중심으로 너무 튀지 않으면서 면적인 요소를 부합한 금속 재질의 스툴들과 선적인 요소를 강조한 램프들처럼 서로 반대적인 재료를 사용하며 그 모양과 재질을 부각했고, 자유분방하며 즐거움의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 오래되고 낡은 여행 가방들을 리셉션 데스크를 위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로비 공간 이외에도 곳곳의 넓은 라운지 공간을 마련하여 게스트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였으며, 컨시어지 공간을 없애고 고객과 직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이른바 ‘Heart Map’이라는 특별한 공간을 마련했다. 예를 들어 호텔의 직원들은 현지 생활의 전문가로서 자신이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주변의 전통 맛집과 새로이 이슈 되는 샵들, 문화적인 거리에서부터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하는 숨은 명소까지 손으로 그려진 커다란 지도에 자신들만의 개성적인 여행 팁들을 제공한다. 즉, 여행객의 모험심을 만족시키기 위해 직원들 각자가 호텔의 문화 대사 역할을 하며, 누구보다 이 지역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고객이 느끼게 하는 것이다.
비록 백화점과는 비교도 안될 매출액의 차이가 있고, 운영에 있어 관리가 까다롭고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호텔에 큰 자금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고객의 만족,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고객의 감각과 니즈를 만족시키고 앞서가는 문화를 창조해야 하는 호텔의 운명이다 보니, 끊임없는 재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숙박시설의 다양화, 인터넷의 발전에 더불어 토머스 프리드먼이 말한 평평한 세계를 실감하듯이 세계적으로 뻗친 고객들의 리뷰들을 체크 및 대처해야 하는 등의 노력과 변화는 하루가 다르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거기에 계속되는 호텔 객실 요금의 하향세, 넘쳐나는 객실 과잉 공급으로 업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국내외 호텔들은 리노베이션을 계획, 실행하며, 발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Images by Hotel Jen Tanglin Singapore and The Shutterwh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