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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Jun 25. 2024

다시 홈런의 시즌

지난 6월 18일 화요일부터 20일 목요일까지 광주에서 LG와 KIA의 3연전을 중계했다. 나에게는 전반기 마지막 야구 중계였다. 시리즈 첫날 기준으로 1위 팀과 2위 팀의 대결이어서 관심도도 높았고, 거기에 걸맞게 경기도 아주 재밌게 진행됐다. 특히 두 번째와 세 번째 경기는 모두 경기 후반부에 홈런으로 승부가 뒤집혔다. 수요일 경기는 LG 홍창기의 7회 스리런 홈런이, 목요일에는 KIA 나성범의 8회 솔로 홈런이 결승타였다. 이 이틀 동안만 양 팀은 8개의 홈런을 주고받으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치열한 경기에 나 역시 깊게 몰입하고 있었고, 게다가 터져 나온 홈런 여덟 개가 모두 극적이어서 샤우팅을 적당히 할 수도 없었다. 이런 경기를 중계하면 진은 빠져도 명승부가 남기는 여운으로 즐거워진다. 


올 시즌엔 홈런이 많이 나오고 있다. 6월 23일까지 총 380경기가 펼쳐졌고 홈런은 730개가 나왔다. 한 경기에서 평균 1.92개의 홈런이 나오는 셈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올해 홈런 개수는 1383개로 예상된다.


지금의 144경기 체제가 된 2015년부터의 리그 홈런 개수다. 2018년에 KBO 리그의 홈런은 1756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KBO가 공인구의 반발계수를 조정하며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꾸준히 감소세를 보여 왔다. 작년에는 144경기 체제 처음으로 1000개 미만의 홈런이 나왔다. 현재와 같은 380경기 시점에 작년에는 두 자릿수 홈런 타자가 열한 명뿐이었다. 올해는 이미 스무 명의 선수가 열 개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구장별로 봤을 때 홈런이 가장 자주 나오는 곳은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다. 올해 총 39경기에서 103홈런이 터졌으며, 약 30타석에 한 번 꼴로 홈런이 나오고 있다. 잠실이 55타석에 한 번 정도 홈런이기 때문에 잠실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자주 홈런이 나오는 구장이라고 볼 수 있다.


확실히 다시 공이 멀리 가다 보니 예측할 수 없는 승부가 많아졌다. 올 시즌 현재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4.84로, 지난해 4.14, 지지난해 4.06에 비해 월등히 높아졌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은 4.92까지 치솟았다. 10개 팀 중 네 팀이 5점대 불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경기 후반에 점수를 지키기가 그만큼 힘겨워졌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불펜의 힘이 곧 팀의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KIA, 삼성, LG, 두산 등 현재 상위권에 오른 팀들은 모두 불펜 평균자책점이 낮은 팀들이다. 지난 3연전 중계 동안 극적인 홈런이 터지는 순간도 참 짜릿했지만, 수요일 LG 유영찬이 보여준 혼신의 2이닝 세이브나 목요일 KIA 정해영의 깔끔한 삼자범퇴 세이브를 볼 때도 소름이 돋기는 마찬가지다. 후반기에는 불펜이 팽팽하게 맞서며 펼치는 명승부도 더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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