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아내와 함께 미국 샌디에이고에 갔을 때다.
산책을 하다 너무 더워 스타벅스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너무 먹고 싶었다.
목은 타 들어가고 덥고 기다리는 손님은 많고.
왜 줄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고 앞을 보니
휠체어에 타서 거동을 하며 의사소통도 음성 기계와 타자기에 의존하는 장애인의 주문을 직원이 몸을 숙여 귀 기울여 듣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뒤의 기다리는 사람들 그 어느 누구도 왜 빨리 주문받지 않냐고,
혹은 내가 먼저 좀 하겠다며 불평을 하지 않고 묵묵히 기다렸다.
그 장면이 나에게 준 충격은 여전히 선명하다.
'선진국이란 타인을 기다려 줄 줄 아는 곳이구나.'
여유가 있는 사회. 재촉하지 않는 사회.
늦다고 나무라지 않는 사회.
그 반대라면,
약자를 호혜의 대상으로 보면서 반대에서 갑의 위치에 서려 하고,
만약 을이 심기를 거스르면 '을'은 호혜도 모르는 배은망덕한 사람이 되는
그런 사회가 아닐까 한다.
전장연의 시위에 욕을 하고 불평을 하는 사람들을 보고
우리가 지금 그런 사회인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나마 선진국이 되어가고 있다 믿었는데
잠시 다시 돌아 보니 여전히 우리는 기다릴 줄 모르고
재촉하고, 그래서 나보다 느린 약자는 느리게 다니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까지 느리게 다니게 하는 것은 참지 못하는.
그들의 시위가 시민의 교통에 피해를 주었다고 하던데,
반대로 다른 사람들이 너무 빨리 가려 하는 덕분에 장애인들이 지하철을 못 타게 한 피해를 준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장애인들도 좀 편히 안전히 탈 수 있게 시설 좀 투자하고 만들어 달란 거 아닌가. 그런 시위로 2~30분 늦어서 울분이 터진다면 좀 일찍 일어나서 나오면 안 될까?
그저 손가락질하며 욕하기는 너무 쉽다.
그 입장에 스스로 서 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