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있었다면

링에서 쓰러진 복서 김득구를 기리며

by 핵추남


SBS '꼬꼬무'에서 얼마 전 김득구님의 일생에 대한 내용을 방영했습니다.


평생 복싱밖에 몰랐던 사나이.


최선을 다하고 죽을힘을 다해 경기하다

링 위에서 쓰러진 복서.


영화나 글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했지만 이분의 일대기를 찬찬히 조명한 것은 처음 본지라 코끝이 찡하고 남은 분들의 그리움은 어느 정도일지 상상도 안되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당시 '헝그리 정신'에 대해서 존중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멈출 줄' 알았더라면 어떻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절대 누구를 폄훼하는 내용이 아니니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




권투를 좋아하지 않는 분도 한 번쯤은 '무하마드 알리'에 대해서 들어봤을 겁니다.

윌 스미스가 이분의 일대기로 영화를 찍기도 했죠.


그리고 가장 유명한 경기는 당시 최고의 복서 조지 포먼과의 경기입니다.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알리는 힘겨운 경기를 이어나가며 결국조지 포먼을 이기고 맙니다.


사람들은 여기까지 기억합니다.


그런데 이후 알리의 인생은 무수한 패배와 병으로 나락의 길을 가게 됩니다.

당시 포먼과의 경기 때 얻은 치명적 손상이 원인이라는 것이 중론이라고 합니다.


알리가 포먼과의 경기에서 멈출 수 있었다면,


김득구님도 미국에서의 경기에서 코치가 멈추게 했더라면.


'사나이'는 그럴 수 없다는 곤조에 저는 반대하지 않습니다만,

끈기가 늘 최선은 아니며, 포기가 패배가 아니라는 말을

그분들에게 단 한 명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더 멋진 경기를 이후에 더 많이 보진 않았을까요?




사실 쉬운 게 아닙니다.


저런 독한 분들도 못하는 것을 저 같은 범인은 더욱 못합니다.

심지어 여전히 할리우드의 히어로물에서 영웅들은

죽을 도록 처맞아도 도망가지 않고 다시 맞섭니다.

후퇴란 2시간도 안되는 영화에서는 멋이 없습니다.

현실은 2시간보다 훨씬 길죠.


그래서 내가 지금까지 투입한 매몰비용, 현상 유지에 대한 편향, 왠지 내 마음대로 될 거 같다는 희망 등으로,

무언가 시작한 것을 끊기가 쉽지 않습니다.

나 자신 외에도 가족 등 생각할 것도 많죠.


더구나 성공하려면 2만 시간을 투자하라면서

열심히 계속하는 것을 '善'이라고 사회는 독려하니까요.

(실제 넛지의 작가는 2만 시간을 투자하면 성공이 답보된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스스로 안 되는 것에 빠른 포기,

되는 것에 집중에 능하다고 생각했고

타인들에게도 그러한 것을 독려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1년을 휴학한 것도,

잘 다니던 회사를 이직한 것도,

긴 시간 교제하던 사람과 헤어진 것도

덕분에 복학 후 대학생활에서 중요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었고 더 넓은 세상을 다른 조직에서 경험했으며

지금의 사랑하는 영원한 내 편, 아내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최근에는 그게 잘 안되더라고요.


꼬꼬무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끊을 시간인가 아니면 계속해야 할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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