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버지를 기억하다
세계 곳곳에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이 시름 시름한다. 미국 빼곤 모두가 불경기.
드디어 우리 회사에도 칼바람이 시작되었다.
같이 일했던 동료들이 전화를 받는다.
‘당신은 떠나야 합니다.’
혹시나 나에게도 오지 않을까 덜덜.
아이가 아직 어린 동료들이 특히 걱정이다.
더 불안한 것은 이 칼부림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거란 소문이다.
모두가 조용하다.
고요함이 불안함을 더욱 고조시킨다.
문득 25년 전이 떠올랐다.
중학생이었던 나는 가족들과 겨울여행을 갔다.
TV에서 어떤 사람이 기자회견을 하는데
모든 어른들이 그 앞에서 아무 말도 없이 보고 있다.
얼굴은 어안이 벙벙한 듯 이게 무슨 일인가 싶은 표정이다.
바로 IMF 구제금융 기자회견이었다.
당시 나의 아버지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 고작 한두 살이
많을 뿐이었다. 두 아이의 아버지.
어느 날 나에게 다가와 학원을 그만 다녀야겠다고 이야기한 것이 아직도 가슴이 아프다고 한다.
지금보다도 더 암울하고 규모가 큰 대량 해고의 시절.
당신은 지금의 나보다 무척이나 불안하고 힘들었겠구나.
곳곳에서 그 시절 IMF 때보다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부디 이 또한 지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