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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Jun 26. 2023

무지개가 날씨를 바꾸지는 못한다

무보정 사진을 찍지 못하는 나

SNOW, B612 등등 수많은 필터 카메라.

스마트 폰이 보급되고 기술이 발전하고

덩달아 필터 카메라 어플 안 쓰는 사람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러다 간혹 무보정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화들짝 놀라곤 하는 나.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사진 속에 있으니까.

내 머릿속에 있던 그 모습과 너무 다르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 전혀 아니니까.

SNS에 올리는 것을 도저히 허락할 수 없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얼굴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실제의 나의 모습은, 점도 있고 있고 다크서클도 있는데.

필터를 써서 보정을 한다한들 내 모습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무지개가 날씨를 바꾸지 못하듯

나란 피사체를 바라보는 수많은 것들 중 그저 하나일 뿐인데, 그게 온전히 내 모습의 진실인양 좋아하는 것이,

어찌나 안타까워 보이던지.


不惑 나이가 마흔이면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다던데,

고작 사진 하나에 이렇게 흔들리고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니

감히 스스로를 '어른'이라 하기도 민망하다.

마음을 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보자.

그러면 더 잘 보이려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억지로 꾸미거나 그럴 노력에 시간 뺏길 일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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