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가 실제는 멀지 않을거라
25년 즈음 전 이지만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 장면이다.
여느때와 다름없는 남고의 쉬는 시간.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며 뛰어다닌다. 당연히 교실의 문들이 곱게 닫혀있을리가 없다. 열렸다 닫혔다 누군가 뛰어 왔다가 나갔다가.
소위 '일진' 이라는 아이는 교실 맨 뒷자리에서 잠을 청하고 있있었다.
물론 그 잠은 첫 수업시간부터 니래 이어지는 것이었다.
교실 뒷 문이 열리면 들어오는 바람이 잠자리에 방해가 되었나 보다.
한 두번 즈음 반 친구들에게 문을 닫으라고 부탁(보다는 명령에 가까운)을 한다.
'일진'이라고 하지만 특별히 누군가를 괴롭히거나 왕따를 시키는 아이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공부를 멀리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술담배를 즐겼고 싸움을 종종 한다고만 알고 있다. 싸움을 잘했다기 보다는 폭력을 행사하는데 거침이 없던거 같다. (그게 싸움을 잘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생각에 걸릴게 없이 행동하니까)
그런데 그날 따라 너무 잠이 자고 싶었는지 그리고 자꾸만 열리는 문에 짜증이 났는지 문 열면 가만안둔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잠결에 하는 소리여서인지 쉬는시간의 소음때문인지 잘 들리지는 않는다.
그저 '일진'인 자신이 '지시'를 했으니 알아서 듣고 따르리라 믿었을지도.
어느 순간 누군가 들어오며 교실 문이 또 열렸다.
그 전까지 교실에 있지도 않던 아이였다.
그리고 불행히도 그 아이는 문을 닫지 않았다.
그 순간 '일진' 아이의 짜증이 폭발했나 보다.
눈에 들어온 교실 문을 닫지 않은 아이의 멱살을 잡는다.
그렇게 닫으라고 몇 번을 이야기 했는데 왜 말을 듣지 않느냐며 뺨을 갈긴다.
한 번이 아니라 반복된다.
맞는 아이의 안경이 날라가고 입술에 피가 맺힌다.
몇 번의 싸대기 이후 '일진'은 잠을 다시 청하고
맞은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억울함에 씩씩거리고 헌편으로는 두려워한다.
교실은 갑자기 조용해진다.
'일진'은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자신의 폭력이 작동했으니까.
권력을 느꼈을 것이고 스스로 자부심도 느꼈겠지.
이 모든 장면을 본 나는 그대로 가만히 침묵하고 있었다.
내가 한발만 먼저 나섰다면 막았을 수도 있다.
해명을 해주고 불필요한 폭력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첫 싸대기 때라도 나서서 말렸다면 나았으리라.
주저하던 발검음은 멈췄고 모든 폭력이 끝날 때까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그저 가만히 있었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그 하루를 지나갔다.
너무도 비겁햇기에 아직도 그 장면이 생생한가보다.
마음 속에 짐처럼 가지고 있는 수치감.
맞았던 아이는 그 일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졌을지도 모르겠다.
'더 글로리'를 보고, 많은 학교폭력 뉴스를 보고, 혹은 길에서 발생하는 폭력이나 기타 범법행위에 대한 뉴스를 보고도, 편하게 가해자 혹은 범법자들을 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나는 그런 행위가 발생하게 둔 방관자가 아니었던가.
글쎄?
다시 그런 광경을 목도한다면
이번에는 방관자가 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