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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핵추남 Aug 02. 2023

특권의식의 성장과정

북쪽의.그것과 대동소이하다는 아이러니

일단 아들을 선호한다.

딸들은 다 그다음이다.

어머니 세대에는 머리가 좋아도 대학을 못 가게 했다지.

8남매의 장녀인 어머니는 재수까지 강하게 주장해 서울에 대학에 오고 교사가 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니 대단한 고집이다)

외조부가 돌아가시기까지 참 정성스레 돌보았지만 많은 재산은 모두 아들들에게.

그러니, 단지 아들이란 이유로 우쭈쭈 받게 되면서 어릴 때부터 그게 당연한 줄 한다. 여기에 맏이라면 (장남의 무게는 다른 이야기다) 더더욱 권리가 당연 한 줄.

나의 할머니는 꼭 밥을 줘도 내 여동생보다 내 거를 많이 주었더라.


공부를 잘하면 모든 걸 용서한다.

그래야 학교에 '좋은 대학' 출신들이 많아지고 교사들 보너스도 나오고 학교 위신도 서고 부모들도 그 학교를 선호하고. 어떤 교육을 하는지 간섭도 안 받고.

요새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모의고사 본 후 학교 복도에 상위권 학생들 성적을 이름과 게시하면 그때부터 그 사람들은 특권층이 된다.

성적이 다른 것들과 서로 정비례하는 것은 아닐 터.

그럼에도 본인들이 대우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공부를 못 하는 아이들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가면 그게 또 특권이다.

서울대에 합격한 후 고모부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대에 가서 축하를 받는 이유는 앞으로 너에게는 다른 이들보다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때는 그게 무슨 말인지 몰랐다.

한 사범대의 선배는 이렇게 말한다.

'서울대니까 대우받는 게 뭐가 문제야? 그게 꼬우면 지들도 공부하지 그랬어?'

이런 분이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학교 밖에서 뭔가 일이 있을 때면 학생증을 꺼낸다.

그 뒤에 주민등록증이 있어도.

'연고전 (고연전)' 을 하면서 신촌 한복판을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 다니면서 난리를 피우는 것은 잠재 고객을 대상으로 묵묵히 있는 상인들 덕에 가능하다는 것을 모르고 본인들이 그럴 자격이 있어서 난동을 피워도 된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에 가면 그것으로 하나 더 라벨이 붙는다.

당연히 중소기업에 비해 대출도 잘 되고 연봉도 좋다. 자연스레 여유도 생기면서 자기 계발에 재투자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본인의 몸값도 올린다.

내가 처음 들어간 직장에 동기 30명의 출신 대학은 두 손으로 셀 수가 있었다.

간혹 지방의 대학이라면 사람들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그때 처음 알았다.... 이래서 그렇게 죽어라 고등학교 때 공부하라고 했구나.

10손가락 안으로 셀 수 있는 대학 출신끼리도 서열이 나뉜다.

'아우 대단하네'라고 누군가 추켜 세우면 ' 아니에요 뭘'이라면서 겸손을 떨지만

속으로는  '당연하지 훗훗'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이 5년 10년 흐르면 본인들이 만나는 범주의 사람들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안다. 이름 들으면 아는 대학 출신에 어느 정도 자산의 여유도 있고 그 주위에 친구들은 대략 어느 정도 범주의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고 등등.

그래서 그 범위 바깥의 사람들을 만나지도 않고 생각도 않지만 가끔 부딪히면 세상에 이런 사람들이 있냐며 소스라치게 놀란다.


특권의식은 자신 안의 씨앗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깥에서 주는 영양들이 같이 만나서 자라난다.

한 번 자라면 잭의 콩나무처럼 멈추지 않고 자란다.

그래서 애초에 자라지 않게 싹을잘라야 한다.

씨앗을 없애거나 영양을 주지 않거나.

스스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가 않다.

아니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스로 특권을 놓는 사람에게 우리는 박수를 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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