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누군가 자신의 생각을 시로 표현한 것을 보고 잊고 있던 지난날이 기억났다.
고1이었나? 친구들과 함께 여학생들을 만나러 미팅을 갔는데 어떤 애들이었는지 누구랑 갔는지는 딱히 기억은 안 나고, 당시 취미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그 시절엔 다이어리에 스티커 붙이고 좋아하는 연예인 사진도 붙이면서 꾸미는 게 유행이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구도 기록하면서.
나는 ‘시’가 좋았던 것 같다.
함축적이고 운율에 기반하고 있고 울림도 주고 사춘기 남자아이가 충분히 좋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좋아하는 시구들을 다이어리에 적곤 했고 ‘취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자연스레 그 이야기를 꺼냈는데 같이 갔던 친구가 그걸 놀림감으로 삼으며 이야기의 화제로 삼았던 거다.
‘남고’의 남학생이 ‘시’를 좋아한다는 것이 전형성에서 벗어나니 우습지 않느냐란 내용이었던 것 같고 동시에 내 코가 크다며 놀렸던 것 같다.
그 자리에서 크게 화제가 되어 내가 창피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나의 취향이 같은 반 친구에게 존중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꽤나 불쾌했던 기억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자격지심에서 그랬다고 이해된다.
지금 이 나이가 되어 주위를 보아도 그런 분들이 있다.
자신의 장점이 부족하고 상대를 부러워하는데 그걸 대놓고 표현할 용기는 없어서 뭐 하나라도 붙잡아 깎아내리고 싶어 주위 다른 사람들에게 동의를 구하는. 그래야만 자신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불쌍한 사람들.
아무튼 그날의 영향인지 취향의 변화인지 모르겠지만 이후에는 시를 찾아 읽지 않았다..
그날의 그 녀석이 아니었더라면,
혹시 지금 나는 시를 쓰고 있진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