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직장 문 앞에서 사라진다

시간이 걸리고 힘들어도 꼭 지켜야 할 하나의 원칙

by 핵추남


N사 직원의 자살에 대한 기사를 다시 읽었다.


편한 복장으로 IT 기업에 출근한다고 해서 절대 수평적인 곳에 출근하는 것은 아니었구나를 깨달으며

꼭 한 가지만 꼽으라면 무엇이 문제였을까 생각해 봤다.

추측하건대 아마 그건 '뭘 해도 안 되겠구나' 하는 무력감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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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노력하고 차상위 상급자에게 회사 설립자에게까지 어려움이 전달되었지만


바뀌는 것이 없는 결과.

지친 동료들은 하나 둘 떠나고, 불만을 토로한 동료들은 보직 해위를 당하고,

반복되는 모멸감과 부당지시 등등.



얼마나 힘들고 지쳤을까?


그리고 스스로 무력감을 느꼈을까?




내가 입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당시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 사이에는 여러 회사를 list up 해서

마치 수능 점수에 따라 지원 가능한 대학을 정리한 표처럼 정리한 회사 목록이 있었는데,

그중 내가 입사한 회사는 최상위급이었다.


그런데 입사 첫날 목격한 광경은


어느 팀장의 고성 소리 그리고 그 앞에 일렬로 서있는 팀원들이었다.


그리고 그 팀이 내가 갈 팀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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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너무 다행스럽게도 학창 시절부터 군대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당한 적은 없다. 상대는 수치심을 주려고 한 것 같은데 내가 눈치를 못 챘던 것 같다.


그래도 최소한의 눈치는 있던 터라, 어느 날 다른 팀원들과 같이 팀장의 고함 섞인 잔소리를 한 시간 동안이나 서서 듣고 자리에 돌아간 경험이 있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불만을 개진한다면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었을까?라고 생각하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무려 한 시간이라고. 최저임금을 적용해도 그 팀장은 무려 10만 원이나 욕하는데 쓴 거다.


어느 누구도 의견을 낼 수 없는 구조,

나의 리더를 견제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 리더의 리더는 그 상황을 슬쩍 보고 지나가는데.




그리고 시간이 좀 더 흘러서.

팀보다 높은 단계인 부문에서 전체 회식을 진행하는데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투표를 하는 것이다.

와... 시간이 흐르니 문화도 이렇게 달라지는구나 라고 생각했다.

회식을 어떻게 할지 직원들의 의견을 듣겠다니? 그저 놀라울 수가.


모두들 뭔가 바뀐 거 같다는 생각과 더 이상 술만 많이 마시고 불편하게 식사하다 마치는 회식이 아닌

다른 형태의 activity 가 있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렘으로 흥분이 되었었는데,


투표 결과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아마도 야구 혹은 영화 관람이었던 것 같다.


설레던 직원들의 바람과는 반대로 실제 회식은 야외에서의 술과 고기였다.


최상위 결정권자의 의견으로는 야구나 영화가 싫고, 직원 간 소통의 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렇다면 애초에 투표는 왜 했으며, 목록에는 왜 넣은 것인가.


회사 생활을 한 지 얼마 안 되었지만 그곳을 언젠가는 떠나야겠다고 처음 생각한 때인 것 같다.

'민주주의'가 없는 조직에서 어떤 발전을 기대할 수 있겠나.


도대체 그곳이 저 북쪽보다 나은 게 무어란 말인가?

가스라이팅... 저런 무기력을 몇 번 경험하다 보면 그것에 길들여지게 된다.




아마 N 사의 그분은 감히 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절망을 하셨으리라.


가정과 학교, 회사 등등 어떤 곳에서라도 '민주주의'가 이루어져야


대한민국 사회 전체가 건강할 것이라고 믿는다.


'민주주의'는 비효율적이다. 빠르지 않다.

그럼에도 꼭 지켜야 할 한 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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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기준 대한민국의 근로자는 정규직 1300만과 비정규직 740만을 더하면 2천만 명이 넘는다.

이 모든 사람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직장에서 경험하기를 무척이나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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