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에 대하여

만 65세까지 직장생활을 하는 아버지

by 핵추남


사실 부모님을 부모로서 좋아하는 것이지

존경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물론 열심히 가능한 정직하게 사시지만

장삼이사,

인류를 위해 이바지했다거나 뚜렷한 업적을 남겼다거나 한 건 아니니까.


직장인으로서의 아버지도 그러했다.


공군 장교를 지냈지만 (2사관) 아버지의 친구들처럼 파일럿이 되진 못했다.

대위전역을 하시고는 사회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화장품 대리점도 해보시다 망하고

그러다 국내 제일 큰 항공사에 들어가시긴 했지만

다른 아버지 친구분들은 항공사 파일럿으로 억대 연봉을 받지만

아버지는 정년을 마치고 떠나실 때까지 만년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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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버지가 직장인으로서 성공 케이스는 아니었던 거다.

이후 공항 관련 직장으로 잠시 재취업을 하신 후

LLC에 정식으로 채용과정을 거쳐서,

즉 자기소개서부터 면접까지 치른 후 아들보다 어린 동료들과

신입사원 훈련도 해내었을 때야

정비를 전공한 전문가로서의 아버지의 진가를 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여러 사람들과 식사를 할 때마다



'아직도 일을 하셔? 대단하네'


라는 말을 여러 번 듣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와 우리 아빠 대단하구나'


'아빠보다 잘 살고 싶었는데 그것조차 어렵다는 게 이런 건가'


'역시 엔지니어 같은 전문직인가'


'의대를 갔어야 하나'


등등의 생각이 스쳐가며, 좋든 싫든 작금의 대한민국은 정글이요,


성문같은 '정년'은 글로만 있을 뿐 지키기란 쉽지 않은데 (대한민국 기업의 평균 은퇴가 55세가 안된단다)


거기서 지금까지 살아남고,


기존 직장에서 은퇴 후 재취업도 했고,


자신 아래 100여 명이 넘는 인원을 Manage 하고


자나 깨나 한국의 항공산업을 걱정하는 모습은


'존경'이란 단어로도 표현 못 할 무언가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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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저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아주 멋지게 살 줄 알았지만 불혹이 된 지금 여전히 불안하며 직장인으로서 커리어를 제대로 밟고는 있는 건지 늘 회의하고 이룬 것도 없다고 느끼는 나는 이제야 아버지가 매우 대단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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