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칠 기삼 運七技三
'운이 7할이고 기가 3할이다.
운이 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 - 고사명어연구 사전에서,
가끔 저 말을 운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하니
실력 따위 뭣이 중하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운 10기 0 이란 말이 아니잖아.
운과 기의 밸런스가 중요하다는 말이고
역으로 이야기하면 기 3이 없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거다.
타인의 결과를 그의 노력과 실력보다는
그저 운으로 치부하는 것이
자신에게는 위로가 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운빨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거겠지.
왜 내가 쟤보다 못해 보이는지, 불행해 보이는지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자존감이 더 떨어질 것 같으니까.
나는 주위 누구에게나 직장인이라면 매 분기 혹은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레쥬메를 업데이트하라고 한다.
신입사원이 왔을 때도 당당하게 이력서 작성하는 것을
보여주고 당신도 꾸준히 업데이트하세요라고.
그래야 좋은 기회가 있을 때 잡을 수 있다고.
그런 걸 이상하게 쳐다보던 문화가 있었다 (아직도 있나?).
이직을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현 직장에 대한 배신이라고 여기는.
(뭐 야쿠자라도 되냐? 걔네들은 충성하면 평생을 보장하기라도 하지)
아무튼 평소에 이직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현재에 불만인지 진지한 고민도 없이
이력서도 한 장 써놓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좋은 곳으로 이직하면
운이 좋았네라고 하더라.
첫 직장에 취업했을 때, 친한 친구가 한 말
' 너가 어떻게? 영어도 못하면서?'.
내가 해외영업직에 취업한 것이 배가 아팠는지
그냥 궁금했는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의 영어실력을 그 친구가 알 리가 없고,
내가 취업을 한 것이 easy going 했다고 느낀 듯하다.
별 노력 없이 그저 운으로 된 걸 거라며.
수없이 탈락한 1차 서류들, 무너졌던 자존감, 면접에서의 서러움 등 내가 겪은 것을 1도 모르고 이야기 한 것에 그저 놀랐다. 그런 이야기를 한 사람들이 몇몇 더 있었는데 덕분에 배운 것 하나,
나는 타인에게 축하할 일이 생기면 아무리 부럽더라도 꼭
'축하해 수고했어'라고 해주자라고.
어른 들 중에 이런 말 하는 분들이 있다. ' 너는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보살펴주니까 잘 될 거야,' '아는 스님께 물어봤는데 조상신들이 너에게 항상 같이 있대 걱정 마 다 잘 될 거야'라고.
그 말이 진실이라면 왜 나의 할아버지와 조상들은
더 쉽게 살게 도와주지 않나요?
내 노력에 상관없이 그분들 덕에 잘 된 거라면
오히려 자존심이 상하는데요?
어르신, 제가 만약 잘 된 거라면 그건 조상 탓도 아니고
돌아가신 할아버지 덕도 아니에요.
제가 노력해서 된 거랍니다.
그냥 ‘수고했다. 너가 잘한거다. 노력하니 잘 될거야’ 라고
이야기해 주시면 안되나요? 다른 사족 없이.
운은 중요하다. 다른 회사에서 채용공고가 없고 그 소식이 나에게 전해지지 않았다면 이직을 못했을 거다. 이런 건 내가 노력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우연과 우연히 만나 우연이라고 설명하기엔 필연 같아 보일 정도로 세상이 운을 만들어 낸 거다.
그렇지만 내가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면
과연 그 운을 잡을 수 있겠는가.
지금 무언가 안되는 것 같다고 생각되면
나는 기 3이 준비되어 있는가라고 물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