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장에 루팡하는 자들
해외여행을 누구나 자유롭게 다니고
그런 사진들을 SNS에 올리는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일 년에 한 번 해외여행을 가는 경우도 드물었고
LCC 등이 보급이 되고 그 사이 대한민국의 무비자 국가들도 늘고
여행산업 자체가 많이 변화되고 확대 보급된 이유가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해외 출장은 드문 경우이다.
'일'을 하는데 그것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해외와 관련되어 있는 경우도 적은데
굳이 그 국가들까지 방문해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는 더더욱이 적다.
상사 시절,
출장을 가게 되면 담배 한 보루를 사 오는 것이 관례였다.
면세점의 담배가 저렴하니 그것을 선물로 돌리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출장을 가는 것은 일의 연장인데 무언가 선물을 사 와야 하는 것이 관례라는 게 우습기도 하고 그 품목이 담배라는 것은 비흡연자가 다수인 지금에서 보면
꽤나 폭력적이다.
사무실 Back up 직원들은 누군가 출장 갈 때면 이것저것 면세점서 사 오기를 부탁한다. 일을 하면서 계속 도움을 받아야 하니 내부 접대의 일환으로 부탁도 들어주고 오는 길에 그분들 드릴 화장품이나 작은 선물들을 챙겨오는데 그런 문화도 시간이 흘려 점점 사라졌다. 그만큼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덕인 듯하다.
아무튼 '해외 출장'이란 전체 직장인을 두고 보면 흔치 않은 일임에,
이 기회를 외유로 삼으려는 루팡꾼들이 있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출장은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현지에서의 일정은 휴식을 포함 그 목적에 철저히 부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정을 빡빡하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현지에서 보고 배울 시간도 가져야 하고 업무에도 충실하며 현지 주재원이나 비지니스 파트너와의 스킨십 등에도 일정을 골고루 배분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루팡꾼'들은 출장이 외유인 줄 알고 온갖 개인적인 욕심을 투영한다.
(출장 기간 이후 개인 휴가를 사용하여 여행을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이런 행동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개인의 비용과 시간을 투자해서 현지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뷰를 넓히고 올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득이다. 그것을 말리는 상사는 피하길 바란다.)
출장 기간에 현지에서 공부하는 딸을 만나고 가족과의 식사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사례는 애교에 속한다.
출장지에 다른 국가 애인을 두는 사례는 개인의 취향이라고 해두자.
내가 경험한 최악은, 출장 기간 미팅 일정은 최소화하고 나머지 시간들을 본인의 '애인'과 보내려고 한 것이다. 은밀하게 실무자에 부탁해 호텔의 위치와 방의 타입 등을 지시하고 목적이 모호할 정도로 미팅 일정을 간소화한다. 아무리 조심한들 티가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사례들이 보이니 혹자들은 출장 가는 사람들에게 외유 간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기는 거다.
코로나가 터지기 전, 거의 매달 한 번 이상은 해외 출장을 다닌 적이 있다.
유럽, 미국, 동남아시아 등.
공항이 익숙해지고 라운지나 면세점이 재미없고
가능한 압축하고 효율적으로 일정과 비행시간 등을 조율하게 된다.
ABTC 카드가 있으면 입출국 시 긴 줄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이 또한 비지니스에 집중하라는 배려다.
그런 걸 보면 부러워하던 친구들도 있었고 늘상 해외에 나가 있는 내가 대단하다는 사람도 있었다. 2년 동안 이 모든 것을 중단하니 지겹던 출장이 그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