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보다 호흡을 위한 옷”
요가를 시작한 지 꽤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단순한 스트레칭쯤으로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게 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방식이자 하루를 정리하는 태도가 되었다.
그런데 요가복만큼은 여전히 낯설었다.
처음 요가원을 찾았을 때 놀랐던 건, 생각보다 노출이 많다는 점이었다.
딱 붙는 레깅스, 짧은 탑, 몸의 선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옷들.
그게 요가복의 기본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왜 요가를 하려면 몸을 이토록 드러내야 하지?
요가의 본고장, 인도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여전히 루즈핏 면티와 헐렁한 바지를 입고 요가를 한다.
‘요가 종주국은 루즈핏을 입는다.’ 몸을 조이지 않고, 호흡을 방해하지 않는 옷이 기본이다. 요가를 하는 데 중요한 건 외형이 아니라 내면이고, 집중이고, 호흡이다. 복장은 그저 수련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요가가 상업화되면서 요가복은 점점 ‘보여주기 위한 옷’으로 바뀌었다.
타이트한 레깅스와 브라탑이 트렌드가 되었고,
한국은 이를 누구보다 빠르고 열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요가는 점점 몸매 관리의 영역으로 이동했고,
요가복은 운동복이 아니라 퍼포먼스와 스타일의 수단이 되어버렸다.
나처럼 단지 요가를 수련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그 유행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민망함, 시선, 긴장감. 몸에 집중하고 싶지만 복장 때문에 자꾸 겉을 의식하게 된다면,
그건 요가가 아니다.
다행히 최근 들어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루즈핏, 면소재, 톤다운된 색상의 요가복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요가복을 ‘나를 위한 옷’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꼭 몸을 드러내야만 건강하고 멋진 건 아니다.
오히려 나를 가볍게 감싸주고, 집중하게 해주는 옷이 진짜 요가복에 가깝다.
민망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내 호흡에만 집중할 수 있다.
쫄쫄이 요가복은 이제 안녕이다.
요가복은 결국, 보여주는 옷이 아니라 나를 돌아보게 하는 옷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