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려던 건 없었고..
사려던 건 없었고..
들어갈 이유는 없었다.
그냥 길을 걷다가
잠깐, 눈에 밟혔다.
문을 밀고 들어가서
몇 바퀴 돌고 나왔더니
수세미 하나, 미니 플라스틱 바구니,
그리고 꼭 필요했던 것처럼 보이는 노트 한 권이 손에 들려 있었다.
사려던 건 없었는데
사게 된 건 참 많다.
다이소는 그런 곳이다.
누구도 나를 설득하지 않았는데
어쩐지 납득되고,
지갑은 얇게 열렸는데
기분은 넉넉해진다.
사려던 게 있어도 좋고
없어도 괜찮은 곳.
목적 없이도 다녀갈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
그래서
“다이소 갈래?”는
“우리 어디 좀 들렀다 가자”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다이소엔
‘필요’와 ‘충동’이 사이좋게 진열돼 있다.
필요한 걸 사러 왔다가
충동을 이해하게 되는 곳.
싸니까 괜찮은 게 아니라
싸고도 괜찮은 게 많으니까
더 자주 들르게 되는 곳.
가끔은
아무것도 사지 않고도
위로받고 나오는 날도 있다.
별거 아닌 것들이
이상하게 마음에 딱 들어맞는 날이 있다.
다이소는 그런 날에,
그런 사람들에게
그냥 있어서 고마운 곳이다.
사려던 건 없었고
살 마음도 없었지만
기분 좋게 들렀다.
다이소니까.
오늘도,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