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보전원러 Dec 26. 2021

김장의 시간... 배추김치와 섞박지, 그리고 동치미

드디어 겨울, 12월이 왔습니다.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면서 우리 마을은 월동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아파트에 살 때는 관리사무소에서 다 도와줬지만, 주택에 살면 스스로 월동준비를 해야 합니다. 아파트에 사시는 분들은 다들 잘 모르실 텐데요. 동사무소, 아니 주민센터에 가면 집마다 염화칼슘을 줍니다. 집 앞 도로에 눈이 많이 왔을 때 염화칼슘이 필수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조만간 월동준비 편에서 자세히 설명드릴까 합니다.


오늘은 '김장'으로 돌아왔습니다. 11월 말부터 12월 초까지는 아무래도 김장의 계절이죠. 요즘은 김장을 하지 않고 김치를 사 먹는 집들도 많을 텐데요. 그래도 김장을 하고 나서 먹는 수육과 김치의 맛은, 힘든 김장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드는 '천상의 맛' 아닐까 합니다.


초보전원러의 전원주택에서도 김장을 했는데요. 우리의 김장은 일반적인 김장과는 조금 다릅니다. 김장에 사용할 무와 배추를 직접 키웠기 때문인데요. 지난번에 수확했던 무와 배추로 김장을 해봤습니다.


절이기도 힘들지만, 배추 세척이 정말 어렵다... 절인 배추는 '축복'


우선 김장을 위해 수확한 무와 배추를 씻어야 합니다. 무는 수세미로 닦으면 흙이 잘 떨어지는 편입니다. 무청은 따로 잘라 말려서 시래기로 만들거나 무청으로 된장국이나 된장 지짐 같은 요리를 할 수 있습니다. 김치 할 때 무청도 일부 필요하니 잘 씻어서 준비하면 됩니다.

마당에서 열심히 배추를 세척한 뒤 소금물에 절이고 있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무 세척은 쉬운데, 정말 어려웠던 것은 배추 세척입니다. 워낙 흙이 많이 묻어있고, 농약 없이 완전 유기농으로 키웠기 때문에 겉잎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진드기나 작은 애벌레 비슷한 친구들도 보이더군요. 굉장히 강한 수압으로 신경 써서 잘 닦아야 합니다.


아파트였다면 배추 세척이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주방에서 세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같고요. 화장실에서 쪼그려 앉아서 씻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마당 수돗가에서 쪼그려 앉아서 배추 세척에 나섰습니다. 정말 배추 속까지 잘 살펴보고 닦아야 합니다. 이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허리도 아픕니다.

배추와 무를 절이고 있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무와 배추를 잘 씻었다면 이제 소금으로 배추와 무를 절입니다. 배추는 배추김치를 할 예정이고 무의 일부는 동치미를 할 생각입니다. 우선 배추 절이는 방법부터...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나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절이는 방법이 다양하게 나옵니다. 비닐을 이용하는 방법부터 24시간 절이는 방법까지... 집집마다 절이는 시간은 다 다른 것 같더군요.


그래도 비슷한 것은 천일염을 배추 속까지 깊숙하게 넣어줘야 한다는 것. 그리고 천일염을 잘 푼 물에 배추를 잘 담가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비닐을 활용해서 3시간 정도 절이고 그 이후에는 소금물에 넣어두는 방식으로 또 5시간을 절였습니다. 총 8시간 정도 절인 것 같네요.


동치미용 무를 절이는 방법은 큰 무를 잘 씻어서 천일염에 한번 굴려서 24시간 이상 절이는 방법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해보려고 했는데, 24시간을 기다리기에는 주말이 너무 아까워서... 적당한 크기로 썬 다음 배추와 마찬가지로 8시간 정도 절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동치미도 배추김치도 하루에 다 끝내봅시다.

절여진 동치미 무입니다. 잘 절여지면 쪼개지지 않고 잘 구부려집니다. /사진=허준 기자

독자분들도 네이버 등에서 잘 찾아보시고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하시면 됩니다. 아니면, 그냥 절인 배추 사세요. 절인 배추는 정말 축복입니다.


동치미는 소금물 비율이 제일 중요... 청각과 절인 고추가 포인트


배추와 무가 다 절여졌다고 생각하면 이제 배추김치와 동치미를 본격적으로 만들어봅시다. 우선 동치미부터 만들기로 했습니다. 


동치미는 절이기만 하면 사실 별로 할 게 없습니다. 생수에 천일염 풀면 됩니다. 제가 동치미를 만들어보니 결국 이 생수와 소금 비율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정확히 계량하기보다는 적당히 넣어서 조금 짜다 싶을 정도로 만들어주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동치미는 싱거우면 안 된다고 합니다. 짜면 먹을 때 생수 부어서 먹으면 되니까 가급적 짜게 만들어야 한다고 하네요.

2주 숙성 후 먹기 시작한 동치미입니다. 나름 만족스럽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그리고 쪽파와 청갓, 그리고 무 수확하고 남은 무청도 소금에 살짝 절여서 김치통에 넣어줍니다. 그리고 무와 절인 고추도 적당히 넣어줍니다. 사과와 배를 썰어 넣습니다. 그리고 국물 팩에 저민 마늘, 저민 생강, 그리고 청각을 담아서 김치통 아래 잘 넣습니다. 저는 그리고 소금물을 부어주면 동치미는 끝. 김치냉장고에서 2주 정도 잘 보관했다가 꺼내 먹으면 됩니다.


분명 조금 짤 겁니다. 일부러라도 짜게 만들었으니까요. 조금 큰 통에 1주일 먹을 정도만 담은 뒤 생수를 부어서 간을 맞춰주면 좋습니다. 그리고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꺼내 먹으면 좋습니다.


배추김치 양념은 정말 다양한 재료가 많이 들어간다


번거로운 것은 역시 배추김치겠죠. 김치 양념을 만들어야 하니까요. 우선 절여둔 배추를 꺼내서 물을 뺴줍니다. 3~4시간 정도 빼면 좋다고 하는 사람부터 하루 종일 뺸다는 사람까지 다양합니다. 그냥 선택하세요. 참고로 저는 4시간 정도 뺐습니다.

저 무를 모두 무채로 만들었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물을 빼는 동안 양념을 만듭니다. 양념을 만들기 위해선 우선 육수부터 내야 합니다. 황태머리와 다시마, 양파 대파, 무 등을 넣고 끓여 줍니다. 그리고 이 육수를 조금 덜어서 찹쌀풀을 만듭니다. 찹쌀가루나 쌀가루 있으면 이용하면 됩니다. 저는 집에 쌀가루가 있어서 쌀가루로 풀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양념 만들기입니다. 우선 무채부터 썹니다. 저는 수확한 무 중에서 적당한 크기의 무 3개를 무채로 썰었습니다. 그리고 청갓과 쪽파도 무채와 비슷한 크기로 썰어줍니다. 그리고 배와 사과를 적당한 크기로 썰어서 믹서기로 갈아서 넣습니다. 마늘과 생각도 믹서기로 갈고, 양파와 청각도 갈아줬습니다.

완성된 양념입니다. 이제 배추에 잘 묻혀주면 됩니다. /사진=허준 기자

이제 준비한 것들 모두 섞어줍니다. 육수와 찹쌀풀, 갈아준 양념, 무채와 청갓, 쪽파 등을 말이죠. 그리고 이제 고춧가루와 액젓을 넣어줍니다. 설탕을 넣기도 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매실청과 아가베 시럽을 조금 넣었습니다. 그리고 마구마구 섞어주면 됩니다. 


이 역시 조금 짜다 싶은 정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네요. 많이 짜면 안 됩니다. 여긴 생수를 부을 수도 없으니... 살짝 짠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사실... 요즘은 김치 양념만도 따로 팝니다. 쿠팡 등 이커머스에 검색해보면 엄청 많이 나옵니다. 정 귀찮으면 사시면 됩니다. 


양념이 완성됐다면, 이제 배추에 김치 양념을 잘 묻혀주면 됩니다. 배추 속까지 잘 넣어줍시다. 양념을 잘 넣어주고 차곡차곡 김치통에 넣어주면서 중간중간 적당한 크기로 잘라놨던 무를 넣어줍니다. 이 무는 따로 잘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막 넣어주면 섞박지처럼 잘 익습니다. 

완성된 김치 2 통입니다. 겨울 내내 맛있게 먹으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허준 기자


어느새 통 2개가 가득 찼습니다. 하루 정도 밖에서 익히고 김치냉장고로 쏙 넣어주면 오늘의 김장 끝입니다. 이제 수육을 잘 삶아서 방금 만든 김치, 그리고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힘들었던 김장의 피로가 싹 풀릴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텃밭의 '백미'... 가을 무와 배추를 수확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