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 글을 쓰는가?
투자의 핵심은 얼마나 똑똑한가 가 아니라, 얼마나 인내심이 있는가이다.
- 워런 버핏
얼마 전 출장으로 한국에 갔을 때, 오랜만에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들렀다.
난 어릴 때부터 교보문고에 가는 걸 좋아했다.
책이 끊임없이 쌓여 있는 광경을 보면 마음이 두근거렸고, 책장 사이를 거닐며 새로운 지식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대형 서점의 풍경도 변했다.
예전처럼 책이 가득하던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자리를 감각적인 팬시용품과 문구류가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두 개의 코너가 있었다. 토익과 재테크.
재테크 코너를 둘러보며 한숨이 나왔다.
진짜 읽을 가치가 있는 책들은 구석에 밀려나 있었고, 그 자리를 차지한 건 ‘10만 원으로 10억 만드는 재테크’, ‘부자 아빠의 비밀 노트’, ‘미래 주식 트렌드’ 같은 제목의 책들 (실제 제목이 아니라 이런 느낌이란 거다. 괜히 구매자와 판매자에게 욕먹고 싶지 않다)이었다.
단순한 희망 고문이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자기 계발서가 투자 지식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고 있었다.
나는 진짜 투자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식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실전 투자자가 어떻게 돈을 벌고 잃는지, 경험에서 나온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그래서 이 블로그를 시작했다.
나는 어릴 적 일본으로 건너와 일본에서 자랐다.
운 좋게 공부를 잘해서 도쿄대학교를 졸업했고, 일본 유수의 대기업과 컨설팅 회사에서 일했다.
원래 무언가에 금방 질리는 성격이지만, 이상하게도 대학교 때 유럽여행 가려고 알바로 생긴 목돈으로 시작한 이후 주식 투자만큼은 계속해왔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거창한 꿈은 예나 지금이나 없다.
단지 계좌잔고에 찍혀 늘어가는 숫자가 즐거웠다.
주식투자는 나에게 어떤 오락 게임보다 재미있는 취미생활이다.
즐거움을 추구해야 하는 취미생활을 업으로 삼은게 행운인지 불운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평생 할 예정이다.
처음 주식에 입문했을 때는 데이트레이더 (단타매매꾼)이었다.
내가 일본에 건너온 2000년대는 일본의 인터넷증권거래가 부흥기였다.
'BNF', '테스타' 같은 몇십~몇백억 엔 (한화로 몇백억~몇천억 원)을 벌었다는 유명 데이트레이더들이 방송에 출연하여 삐까번쩍한 아파트에서 5~6개의 화면을 보면서 생활하는 게 멋있어 보였다.
집 밖에 안 나가고 컴퓨터만 보면서 클릭 몇 번으로 큰돈을 번다.... 아주 멋있지 않은가?
주식을 시작하던 당시 대학교 수업 중에도 차트를 들여다보고, 적당히 오른 것 같으면 팔고, 떨어질 것 같으면 샀다.
수익률은 나름 짭짤했지만 난 근본적으로 '쫄보'다.
야수의 심장으로 쇼부를 보고 크게 벌 수 있을 타이밍에 빨리 털고 나오고 당연히 해야 하는 작은 손절로도 꽤나 큰 데미지를 입고 가슴 쓰라려했다.
난 트레이더를 할 그릇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점점 투자 기간을 늘려나갔다.
하루 이틀 투자에서 몇 주~ 몇 분기로 바꿔 가면서 기업분석이 점점 중요해져 갔다. '이 회사는 왜 돈을 벌고, 저 회사는 왜 망할까?' 이런 질문을 고민하는 과정은 재밌었고, 결국 투자 방식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또한 직장에 다니며 기업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엮여가며 단기적인 가격 변동보다 기업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 더 흥미로워졌고, 트레이더에서 투자자로 변해갔다.
현재는 개인투자자의 넘어서 작은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며 일본과 미국 주식을 중심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왜 국장을 안 하냐? 역시 국장은 탈출하는 게 정답이지?라고 말하는 지인이 참 많다. 참고로 나는 한국 주식을 보유한 적도 있고 국장 탈출론자도 아니다. 이 주제는 다른 회차에서 차차 이야기해 나가기로 하자)
이 브런치에서는 단순한 투자 이론의 Ctrl+C, Ctrl+V가 아니라, '실제로 돈을 버는 (잃기도 하는) 투자자의 사고방식'을 공유하려 한다.
책에서 배운 교과서적인 내용이 아니라, 실전에서 어떻게 투자해야 하는지, 그리고 투자자로서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나는 가치투자를 기본으로 하지만, 단기매매도 경험했고 차트와 시황도 중요하게 본다.
따라서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기보다는, 가치투자와 단기매매, 글로벌 경제 분석, 차트 활용법까지 폭넓은 투자 전략을 다룰 예정이다.
또한,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투자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국내외 시장의 차이와 특징도 이야기해 볼 생각이다.
주식투자를 이제 막 시작한 사람부터,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지만 투자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들까지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단순히 '이 주식이 좋다'는 식의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시장과 기업을 바라보는 관점, 투자자로서의 사고방식을 함께 고민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또한 꾸준히 해야 한다.
바쁜 시간을 내어서 주에 최소 3회는 정기적으로 올려보겠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