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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본질

by 주식투자자 이준목
투자에 있어서 단 하나의 정답은 없다.
오직 당신에게 맞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 하워드 막스




돈을 벌면 장땡이다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주식 투자를 통해 얻은 소득을 ‘불로소득(不労所得)’으로 분류한다.

노동을 통한 대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원리상 자본이 자본을 낳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이기 때문이다.

즉, 주식 투자자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돈을 벌었다고 간주된다. (나도 그렇게 돈을 벌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 해당되는 사항은 아니다)


이 때문에 대중이 주식 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본적으로 곱지 않다.

버튼 하나만 클릭하면 큰돈이 오고 가는 ‘돈놀이’라는 이미지가 강하고, 운이 좋으면 단숨에 부자가 되지만, 운이 나쁘면 하루아침에 전 재산을 잃는 도박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실제로 주식투자의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은 성과이고 운이 좋아서 성과가 좋으면 그만인 세상이다.


하지만 정말 주식 투자가 단순한 돈놀음에 불과할까?

아무리 운이 좋은 사람이라도 꼬꾸라지는 타이밍은 오고, 이 세계에서 꼬꾸라지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재기하기 못한다.

그런데도 이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살아남아 부를 축적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한 운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주식 투자란 본질적으로 어떤 게임일까?
어떤 사람은 장기투자가 답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단기매매야말로 진정한 시장의 논리에 부합하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가치주냐 성장주냐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투자자들은 저마다의 철학을 앞세워 자신의 방식이 정답이라고 강변하지만, 과연 한 가지 방법만이 유일한 정답이 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돈을 벌면 장땡이다.

어떤 방식이든 계좌의 숫자가 늘어나고 자산이 불어난다면, 그것이 곧 정답이다.
어떤 이는 오랜 시간 기다리며 기업의 성장을 지켜보는 방식으로 돈을 벌고, 또 어떤 이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매매를 반복하며 시장의 흐름을 타고 돈을 벌어간다.

중요한 것은 방식을 두고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투자법을 찾고 그 안에서 승률을 높이는 것이다.
시장은 당신이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에 관심이 없다. 다만, 당신이 돈을 벌었는지 아닌지만을 판단할 뿐이다.




꼭 나오는 방법론: 단타 (또는 테크니컬) vs 장기투자 (또는 펀더멘털)


"워런 버핏이나 미국의 금융학교수가 쓴 책들을 보면 죄다 장기투자로 복리수익을 내라고 하는데 연평균 10%였나? ㅇㅇ는 3개월 만에 따블 먹었다는데 물가상승률 생각하면 그거로 어느 세월에 차를 사고 집을 사냐"


나는 만으로 30대 초반이다.

내 주변사람들은 이제 결혼하고 갓난아이가 태어나는 인생스테이지다.

그들은 대부분 돈을 모으는 것에 관심이 아주 많다.

주식으로 어떻게 버냐고 물으면, 특히 제대로 공부를 좀 해보겠다는 분들은 다 이렇게 말한다.

맞는 말이다.

복리도 시드머니가 있어야 복리지 이자가 나와도 카페 몇 번가면 끝이다. (요즘 커피는 금값이더라... 호달달)


나도 처음 주식을 차트 보고 테크니컬 분석을 하는 단타 매매로 시작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을 사고팔며 시세 차익을 쫓았고, 분 단위 (때론 틱단위)로 움직이는 가격 변동에 따라 감정을 소모했다.

어떤 날은 짜릿한 승리를 경험했고, 어떤 날은 한순간의 판단 실수로 수익을 날려버렸다.

그때는 매일같이 화면을 들여다보며 '여기야 가즈아!'를 외쳤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남은 건 조금 늘어난 계좌잔고와 피로감이었다.


물론 수확도 있었다.

그래도 돈은 늘어났고 유럽 배낭여행 자금에 보태 썼다.

테크니컬 지표나 차트 보는 법을 배웠고 지금도 투자 타이밍을 검토할 때 쏠쏠하게 활용한다. (훗날 차트매매에 팁을 몇 개 소개하겠지만 여기서는 넘어가자)

제일 중요한 것은 나는 '야수의 심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적인 동물적 본능이 필요한 단타 매매는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이 방식으로는 이 바닥에서 내가 큰돈을 벌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가치투자 장기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할아버지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그래, 훌륭한 비즈니스에 장기 투자해야지'

하지만 장기투자라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다.

오랫동안 보유한다고 해서 모든 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고 단기적으로는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버텨야 하는 인내심도 필요하다.

심지어 인내심을 뒷받침하는 근거들은 아무리 깊이 들여다봤다 한들 결국 믿음에 귀결된다. (결국 기업을 믿는 종교일 뿐이다)


다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고 어떤 사업도 5년,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세상을 호령하던 위대한 기업들도 망해왔다. 코닥, 도시바, 샤프, 노키아, 대우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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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대학생 때 장기투자한다고 잠시 집었던 주식들... 거의 다 제자리걸음 하고 있다. (실제 투자 사례는 나중에 따로 자세히 소개하겠다)



그럼 돈은 어떻게 벌어?


앞에서 얘기 나눠본 단타와 장기투자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는 수많은 투자 전략이 존재한다.

가치투자, 성장주 투자, 퀀트 전략, 배당주 투자, ESG투자 등등.

책을 보면 마치 "이 방법이 정답이다"라고 주장하는 듯한 이론들은 넘쳐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다. 이론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투자법도 실전에서는 통하지 않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알고리즘을 활용하는 헤지펀드에서는 다양하게 수집한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을 끊임없이 개발한다.

거르고 걸러서 가장 퍼포먼스가 좋고 앞으로도 통용될만한 알고리즘으로 투자를 집행해도 대부분은 2-3달, 길어야 두 분기 정도 돈을 벌고 바로 버려진다.

수익률도 백테스트 결과만큼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케이스는 거의 없다.

우리가 모르는 새에도 시장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있고 시장이 바뀌면 기존 전략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아 진다.

결국, 시장이 정답이고, 시장이 정의며, 시장이 곧 진리다.

시장은 늘 변하고, 투자자는 거기에 적응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매번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투자 원칙은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자기만의 원칙을 확립하지 못하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휘둘리며 갈피를 잡지 못하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

어느 날, 큰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들어 10억 원어치 주식을 매수하고, 여기에 레버리지를 더해 총 20억 원의 포지션을 잡았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단기적으로 주가가 빠져서 -10% 손실 (평가손실 -2억 원)을 기록했고, 물린 상태로 한 달이 지났다.

이 상황에서 당신은 편안하게 잠을 잘 수 있는가? 당신은 냉정한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거나 몇백억 원 굴리는 포트폴리오의 일부라면 전혀 문제없이 앞으로 어떤 결과가 돌아오던 올바른 판단으로 의사결정을 할 것이다.

반면 시드머니가 10억 원인 쫄보가 무리를 한 것이라면 아마도 매일 밤 잠을 설칠 것이고, 쓰라린 위산맛을 보며 헛구역질로 밤을 지새울 수도 있다. (나의 실제 경험이다)

주가 창을 하루에도 몇십 번씩 들여다보며 마음이 조급해질 것이다.

결국, 멘탈이 무너진 상태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게 되고, 훗날 주가가 반등해서 당초 확신만큼 주가가 오르지만 당신은 손절을 했을 수도 있다.

돈을 벌기는커녕 건강도 잃고, 결국 돈도 잃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그릇에 맞는 투자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자신의 워너비 원칙이 있다면 그에 맞는 그릇이 되도록 본인을 갈고닦아야 한다. (분산투자를 위해 시드머니를 불리려 투잡을 뛰다던지, 결코 추천하지는 않지만 진정한 야수의 심장 트레이더가 되기 위해 일상적으로 적은 액수로 몰빵 연습을 한다던지...)

그릇 하나 만들려면 1000도 이상의 불가마에서 구워져야 한다.

사람도 그에 맞는 훈련과 경험을 해야 단단한 그릇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식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지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방법에만 집중하지만, 돈을 지키는 것이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시장을 오래 경험한 투자자일수록 수익률보다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한다.
큰돈을 벌 기회를 찾기 전에,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를 먼저 계산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하지 않나.

잊지 말자. 주식 시장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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