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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는 이렇게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언제 풀어도 즐거운 돈 번 썰

투자의 비밀은 가치를 판단한 후, 그것보다 훨씬 싸게 사는 것이다
- 조엘 그린블라트



종목 추천 해봤자 소용없다


나는 실전 투자 이야기를 하겠다고 이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어느새 원론적인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었다. 이렇게 꼰대가 되어 가는 걸까?

아직 초보 작가라 독자수도 미미한데 이런 꼰대짓으로 독자가 더 줄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수가 적으니 제목에서라도 어그로를 끌어볼까...? 하는 마음으로 격하게 지어봤다.


주식에 관하여 대부분의 사람이 원하는 건 종목 추천이다.

주식을 업으로 하는 사람인지라 이런 요청은 수도 없이 받는다.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의 포지션공개를 꺼려한다.

최악의 경우에는 공매도 사냥감이 되어 일자리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뭐 포지션이 공개되는 기관투자자도 아닌데, 지인과 가벼운 자리라면 한두 종목정도는 얘네 괜찮다는 얘기를 한다.


나는 내가 산 종목으로 웬만해선 번다.

적게 벌어서 문제지 손실을 본 일은 거의 없다. (이 부분은 약간의 트릭이 있다. 평가손은 손실이 아니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주식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면 손실은 나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

그러나 내가 종목 추천한 사람들이 그 종목으로 돈을 벌었단 얘기를 못 들었다.


예를 들어 2023년 말부터 2024년 여름까지 나는 종목추천해 달라는 사람에게 "브로드컴, 브로드컴, 브로드컴" 브로드컴무새였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 브로드컴은 2024년 나의 수익률을 푸근하게 챙겨주셨다.


2025년 1월 한국에 들렀을 때, 내가 작년 브로드컴을 찍어드린 두 분과 만났다.

내게 또다시 종목을 추천해 달라 했다.

나: 작년에 브로드컴으로 많이 먹으셨으면서 욕심도 많으십니다.

지인 1: 응? 브로드컴? 그런 말했었나?

지인 2: 난 작년에 브로드컴 손절했구먼 뭔 소리야.


이런 반응은 익숙하다.

보통 종목 추천을 해도 잘 귀담아듣지를 않는다. 주식쟁이한테 "종목추천해 줘"라는 말은 "밥 먹었어" 정도의 인사치레다.

인사가 아니라 진지한 고민상담이었다 한들 거의 대부분 사람들은 종목 추천보다 훨씬 중요한 것을 묻지 않는다.

언제 매수하고 언제 팔아야 하는가?


그래서 그들은 돈을 벌지 못했고 나에게 밥을 사주지 못한다. (사주지 않으려 숨기는 것일 수도...)



모르는데 어떻게 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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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돈을 벌겠다고 주식을 한다. 그러나 수고로움은 결코 원하지 않는다.


자기가 피땀 흘리며 쓴웃음 팔아 번 소중한 돈으로 어떤 주식을 산다.

그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며 얼마나 돈을 잘 버는 회사인지는 알아야 되지 않을까?

비단 차트만 보고 들어가겠다 한들 주가흐름이 어떻고 어떤 특징이 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을까?


버튼 클릭만 하면 돈 버는 게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래도 돈벌이라는 것을 명심하자.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 밥값만큼의 노력은 했으면 한다.


단언컨대 아는 만큼 보인다.



주식투자자는 누구나 마음속에 추억하는 기업이 있다


주의: 이 주식을 사라고 추천하는 건 절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상황도 바뀐다.


이 정도 했으니 실제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나는 일본과 미국 주식을 주대상으로 한다.

요새는 모두가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미국 주식으로 돈을 번 경험을 소개한다면 알기 쉽겠지만, 위에서 말한 브로드컴같이 몇십% 정도의 푸근한 수익률을 낸 사례는 자주 있지만 두 배이상 크게 와장창 벌어보지는 못했다. 그래서 소개할만한 사례가 일본 주식밖에 없는 점은 양해부탁드린다.

심지어 이 글의 독자는 대부분 한국인이고 일본 기업에 대해 별로 아는 게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일본인도 익숙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한 사례라면 오히려 이해가 잘될 거 같아서 소개해볼까 한다.


때는 2019년이었다. 2017년~2018년은 내가 가치투자에 한창 미쳐있던 시기였고 나의 수익률은 아주 저조했다.


그 이유를 돌이켜 보자면

1) 자칭 '현명한 투자자'랍시고 겉멋만 들어서 아무도 안 보는 소형주에 투자하는 게 진짜 가치투자라고 착각했다 (이유는 없고 그냥 우겼다)

2) 시장 상황도 소형주에겐 그리 따뜻하지 않아서 저평가된 주식들이 언제까지나 저평가인 '밸류트랩'이 너무 많았다

3) 2018년까지 나는 저평가기업이 재평가되어 그 주식이 올라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냅다 기다리기만 했다

4) '저평가'라고 정의 내리는 방법론에 있어서 PER, PBR, 배당수익률, ROE 등 지표를 깊게 이해하지 못했고 표면적으로 사용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허술한 내게 큰 깨우침과 뜨거운 수익률을 주신 회사가 B-lot (TSE:3452)이다.


B-lot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부동산 개발업자이다.

한국에도 현대산업개발이나 삼성물산등 대규모 아파트단지를 만드는 대기업이 아니라 PF로 자금조달해서 오피스텔이나 조그마한 오피스건물을 짓고 분양을 받거나 부동산운영회사나 투자펀드등에 매각하는 중소규모의 개발업자가 있지 않는가. 딱 그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특히 B-lot의 특색은 오래되거나 허름한 건물을 재생시키거나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을 잘하는 회사였다


아무튼! 당시 시가총액도 80억 엔~100억 엔 남짓하는 자본시장에서는 소형주로 평가받는 회사였다. 2019년 당시 PBR은 0.4, PER은 4~5배 수준으로 굉장히 낮은 반면, 매출 및 이익성장률이 YoY +40%, ROE가 무려 60%에 육박했다 (당시에는 ROE가 그냥 높으면 좋은 줄 알고 ROE가 왜 높은지 분석해 볼 생각도 안 했다).

배당수익률도 4%대인 회사라 기업밸류에이션이 재평가받아 주가가 오를 때까지의 기약 없는 기다림에 푸근함을 보태주는 게 아주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당시 이 회사의 주가흐름은 아주 안 좋았다. 그 이유만 알아내면 된다 생각했다.

이때가 처음으로 투자자로서 심도 있게 기업을 조사한 경험이다.

단순히 발표된 자료뿐만 아니라 이 기업에 대해 온갖 휴민트를 써서 조사했다.

개인투자자라서 회사 담당자가 만나주지는 않지만 IR팀에 당연히 전화도 했다. (실은 나는 기업방문을 해도 별로 소득이 없다. 내 질문이 별로인가?)


주가가 기었던 이유를 정리하면 이러했다.

1. 아주 높은 매출 및 이익성장률은 고층빌딩을 취급하는 대형 안건이 늘어나서였다. 다만 B-lot은 당시 창업한 지 10년 정도의 회사라 은행 대출로만 자금조달을 해왔지만 대형 안건을 위한 자금조달이 한계에 봉착했다 (재무구조는 나쁘지 않았지만 은행입장에선 과다한 리스크라고 판단했을까)

2. 대주주의 보유지분이 70%를 넘었고 주식시장에 유동되는 주식이 전체 발행량에 10%가 안 되었다. 경영진(창업자이자 대주주)은 향후 자금조달의 용이함과 장기적인 주식가치향상을 위해 유동성을 늘리고 싶어 했다

3. 주요 대주주가 정기적으로 보유지분을 현금화시켜 왔다. 특히 싱가포르에 자회사를 두고 그곳의 대표를 맡은 공동창업자가 지분을 꾸준히 팔아왔다 (본인도 싱가포르로 이주했으니 높은 세율의 일본 자산에서 낮은 세율의 자산으로 갈아치우고 싶지 않았을까)

4. 공식적으로는 1과 2의 이유로 꽤나 큰 규모의 신주발행이 2018년 실시됐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 주식가치 희석과 수급균형이 무너졌다

5. 부동산 개발업의 특성상 부동산 매각의 타이밍이 늘 일정하지 않아 분기별 수익편차가 아주 컸다. 이런 기업은 기관투자자가 투자를 하기 꺼려한다. 당시 기관투자자의 지분이 거의 없었다

6. 평상시 4Q에 집중되던 부동산 매각이 2018년은 3Q에 집중되어 4Q 결산발표 후 과다했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이어져 개미들의 투매가 이어졌다


이것을 정리하여 투자 스토리는 이렇게 생각했다.

a. 신주발행으로 발생한 주식 수급불균형은 단기적 반등으로 이어질 것

→얼마나 오를지는 모르겠음 (이때는 회계 지식도 얄팍하고 DCF 등의 재무모델링 지식이 없어서 계산을 못했다. 지금은 안다 한들, 현실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지 않아서 참고만 한다)

b. 신주발행으로 인한 주주가치 희석은 이익성장률보다 낮음으로 1년 내에 이전 주가는 회복할 수 있을 것

→이익이 늘어났는데 주가가 안 오르면 배당이라도 따뜻하게 먹고 나오면 된다 (이미 주가는 하방이 막혀있다고 판단)

c. 대형 프로젝트와 M&A를 향후 3년간 예정하고 있음으로 결산발표를 아주 매력적으로 만들어 주식을 끌어올린 후 조만간 또 유상증자를 할 것

→업계에선 능력 있는 경영자로 소문이 나있는데, 신주발행이나 유상증자를 1년마다는 하는 개념 없는 짓은 안 하겠지

d. 주식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기관투자자의 투자가 늘어날 것

→아님 말고


어떠한가?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독자들은 이 정도 투자아이디어는 나도 찾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가. 이 정도 가지고 돈을 벌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실은 정보를 찾는 게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필요한 정보를 쏙쏙 얻어내는 게 일이다.


결과적으로 a, b, d는 해당기간에 맞아떨어졌고, 내가 매각한 후 c도 일어났다.

이 주식은 5개월 만에 두 배가 올랐다. 그래서 팔았고 단기적인 조정 후 또 사서 3개월 만에 약 50% 정도 올랐다. (이래서 차트 분석도 중요하다고 하는 말이다)

그 결과, 단기간에 원금대비 +200% 정도의 수익을 내어 나의 2019년 수익률을 뜨겁게 챙겨준 추억의 기업이다.

図1.png 승리의 추억 주봉차트


이 투자 사례가 나에게 남긴 교훈은

・싸다고 좋은 주식이 아니다. 저평가의 이유가 해소되지 않으면 주가는 오르지 않는다

・시장이 어떤 식으로 그 기업을 이해하는지 알고 준비해야 한다 (기업 펀더멘털, 주가흐름 모두)

・남들과 다르게 생각해야 돈을 번다. 특히 어둠 속에서 희망을 보자.


이 교훈을 잊지 말고 독자 여러분도 성공 투자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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