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돈을 잃는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 단지 운율을 밟는다
- 마크 트웨인
또럼프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
경제지표나 기업 실적은 개밥취급되며 그의 일관성 없는 발언에 매일 밤 미국 시장이 출렁이는 게 2016~2019년을 생각나게 한다.
그때도 늘 힘들었고 시간은 지난다. 그때 얻은 교훈이라 하면 계좌잔고가 줄었다고 실망하지 말고, 계좌잔고가 늘었다고 자만하지 않으며 꾸준히 시장과 마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전 화, 3. 나는 이렇게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 에서 돈 번이야기를 했으니 손실이 난 이야기도 해보겠다.
이전 화에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는 내가 산 종목으로 웬만해선 번다. 적게 벌어서 문제지 손실을 본 일은 거의 없다. (이 부분은 약간의 트릭이 있다. 평가손은 손실이 아니다. 인디언 기우제처럼 주식이 오를 때까지 기다리면 손실은 나지 않는다. 나는 기다린다.)
하지만 결국 손실이 날 때는 손실이 난다.
포트폴리오 단위로 플러스를 유지하더라도, 개별 종목 몇 개가 손실이 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종의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차피 포트폴리오 중 크게 오른 소수의 효자 종목들이 수익률을 책임진다.
그래도 개별 종목에서 손실이 났다면 이유를 분석하고 그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나의 경험을 비추어보면 내가 손실이 나는 패턴은 정해져 있다. (독자들도 본인의 투자이력을 복기해 보자. 나와 다른 패턴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길.)
주식을 보유한 사람으로서 주가가 흔들리면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특히 현금 비중이 없는 상태에서 시장이 흔들릴 때, 내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보다 다른 종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고는 한다. (특히 많이 빠진 종목들)
보통 이런 식이다.
①내가 보유한 종목이 단기 하락한다
②더 매력적인 종목이 눈에 들어온다
③"손실이 좀 나긴 했지만, 이거보다 더 좋은 걸 사야지!"라고 생각하며 매도, 그리고 더 좋아 보이는 친구를 매수한다
④내가 팔고 난 직후부터 주가가 반등한다 (이건 운의 영역이긴 하지만 꼭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⑤잠시 한눈을 판 나를 후회하며 주가가 다시 떨어질 때 줍줍하겠노라 마음을 먹지만 계속 주가는 오르기만 한다
이쯤 되면 코미디다. 팔았던 주식이 급등하고, 새로 산 종목이 오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내가 산 순간부터 새 종목도 빠지기 시작하면 결국 손실만 더 커진다.
이상하게 이런 시기가 1년에 꼭 한 번쯤 찾아온다. (이 상황을 선수들은 '스텝이 꼬였다고 한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내가 이 주식을 팔고 싶어진 이유는 투자 아이디어가 바뀌었는가?"
"주가가 내가 분석한 기준치이하로 빠졌고 그 이유를 조사해 본 결과 내가 모르는 무언가인가?"
맞으면 당당하게 갈아타자. 아니면 멈춰!
워런 버핏 할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30분 동안 포커를 치면서 누가 호구인지를 모른다면, 바로 당신이 호구다"
주식은 저가에 매수해서 고가에 팔기, 혹은 고가에 팔아서 저가에 다시 사야만 시장에서 돈을 벌 수 있다. 즉, 시장과 다르게 움직여야 한다.
다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나는 이 회사를 잘 알고 있다. 시장이 틀렸다."라는 확신과 함께 꿋꿋하게 버티라는 게 아니다.
시장은 꽤나 효율적이다. 시장에서 내가 아는 정보는 이미 다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주가가 계속 빠진다는 것은 시장이 바보인 게 아니라, 내가 호구로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본인이 호구인 것을 빨리 인지하지 않으면 당신의 계좌는 그냥 줄줄 흘러내릴 것이다.
더 답답한 상황도 있다.
바로, 결국에는 나의 예상이 맞았지만 시장이 너무 오랫동안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시장은 인기투표의 장이기도 하다.
모두가 스타라고 생각하는 친구가 누군지를 찾아야 한다.
나만의 아이돌을 발굴하겠다는 깡다구는 아주 훌륭하다.
다만, 너무 주야장천 심하게 빠져들어서 응원하다가는 시장의 왕따가 돼버린다.
'왕따면 어때, 내가 믿는데' 우리 모두 사람인지라 기약이 없는 기다림은 시간과 함께 불안을 가져다준다.
안타깝지만 당초의 믿음과는 별개로 우리의 마음은 반드시 흔들린다.
살짝 흔들린 마음에 믿음을 떠나보내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훗날 그 주식이 올랐다 한들 아무런 재미를 보지 못한다.
어차피 우리는 모두 나약한 존재이다.
시장에서 왕따가 되는 것은 웬만하면 피하는 게 좋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이 기업이 저평가된 게 아니라, 시장이 아예 외면하는 주식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 기업이 재평가받을 만한 근거가 있는가?"
투자한 기업을 너무 깊이 분석해서 이 기업의 모든 것을 아는 것 같고, 심지어 기업과 사랑에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 기업은 평생 보유하다가 손자한테 물려줄 거다"라고 농담으로 장기투자를 선언하는 사람도 있다.
장기 투자는 일반적으로 리스크를 낮춰주고 수익률을 높여주는 좋은 선택이다.
다만, 그럴 가치가 있는 종목은 많지 않다.
과거의 분석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인 기업이더라도 현재 가격이 충분히 오른 상태라면 일부라도 팔아야 한다.
시간은 지나고 상황은 늘 바뀐다.
기업에 영원한 것은 없다.
자본주의의 경쟁체제에서는 누군가와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고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한다.
주가가 올라서 안 파는 것은 손해를 보는 게 아니니까 괜찮다.
주가가 빠졌고, 당초의 투자스토리가 부정되는 근거를 발견했지만 '이 주식은 분명히 다시 오를 거야!'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팔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결과는 뻔하다. 그러니 애착은 버리자.
이럴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이 회사가 좋아서 투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그냥 내 애착 때문인가?"
"지금 이 주식을 처음 봤다면, 나는 이 가격에 살까?"
요새 내가 손해를 볼 때 자주 발견하는 패턴이다. (불과 어제도 손절을 했다)
미국 주식은 하루에도 몇십%는 금방 로켓점프하고는 한다.
기업 펀더멘털의 변화가 아니더라도 단발적 호재만으로 치솟고는 한다.
나도 사람인지라 그럼 밸류에이션이고 나발이고 생각하지도 않고 '나도 가즈아!'라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다 사서 돈을 벌었는데 나만 뒤처진 것만 같은 기분, 이것을 경계해야 한다.
전형적인 FOMO 패턴
①뉴스에서 핫한 키워드로 도배된 주식:
최근이라면 AI관련으로 Palantir (PLTR), Constellation Energy (CEG), Vistra (VST), 양자컴퓨터 관련으로 IonQ (IONQ) 등등이 떠오른다.
전기자동차가 아주 핫하던 시절에는 Tesla (TSLA)도 여기에 해당됐다.
②정치 테마주:
예를 들면, 2024년 7월 트럼프 암살 미수사건 이후,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 확률이 치솟았다.
그때만 해도 원유 채굴을 밀어붙일 것이라는 예상이 주류를 이루었고 트럼프 관련주로 자원 채굴 관련 Halliburton (HAL), Schlumberger (SLB) 등등이 아주 핫했다. (정치 테마주하면 또 한국의 많은 잡주들을 빼놓을 수 없다)
③밈주식:
SNS등으로 떠들썩해져서 오르는 친구들도 있다 Gamestop (GME), Virgin Galatic (SPCE) 등등
이 친구들의 주가가 떨어진다는 게 아니다.
나는 단지 이 친구들의 시장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겠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예 모른다.
경험상, 이런 친구들을 냉정하게 참고 참다가 조금 들어가 볼까,라는 생각에 들어가 보면 그때가 고점이었다. (이런 고점판별기 카나리아임에도 주식으로 돈을 번다는 게 가끔은 신기하다)
이럴 때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
"남들이 가즈아! 를 외쳐서 사는 게 아닌가? 내 논리로 사는 게 맞는가?"
"지금 안 사도 정말 후회할까?"
그 외, 과도한 레버리지, 차트만 보고 들어가기, 등 선물옵션 다루던 때의 추억 이야기도 생각나지만 여기선 생략하겠다.
이젠 개과천선하여 선물옵션은 다루지 않으니 이건 나중에 따로 이야기해 보겠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반복하지 말자. (차암.... 말이 쉽다...)
잊지 말자. 손실을 줄이는 것, 그것이 결국 돈을 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