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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좋은 종목을 고르는 것은 연애와 같다

첫눈에 반했다고? 일단 만나보고 이야기하자

by 주식투자자 이준목
당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마라
- 피터 린치



연애는 사람을 고르고, 투자는 종목을 고른다


연애와 주식 투자는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다.

사람을 만날 때나, 기업을 고를 때나 ‘끌림’이라는 감정은 반드시 존재한다.

하지만 감정만으로 연애를 시작하면 곧 이별이 찾아오듯, 주식도 ‘끌림’만으로 매수하면 계좌는 머지않아 이별을 맞는다.


어떤 사람이 이상형에 가까워 보인다고 해서 바로 사귀는 게 아니다.

일단 관심을 두고, 알아보고, 만나보면서 정말 괜찮은지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좋아 보인다고 해서 바로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다.

주식 투자는 한순간의 감정적 결정이 아니라, 신중한 선택의 연속이다.




1단계: 롱리스트 만들기 - 첫인상으로 투자후보 추리기


연애를 시작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모나 분위기 같은 첫인상으로 관심이 가는 상대를 고른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뉴스나, 재무지표, 혹은 우연히 발견한 흥미로운 기업들로 후보군을 만든다.

이걸 투자에서는 '롱리스트'라고 한다.


롱리스트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디어를 얻으면 된다.


1) 뉴스나 시장 트렌드에서 화제가 되는 토픽으로 종목 찾기

이건 많은 사람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 아닐까.


늘 새로운 트렌드나 화제에 귀를 쫑긋하며 살아보자.

본인이 관심 있는 것에만 주목하지 말고, 이런 게 있구나 저런 게 있구나 하면서 세상에 관심을 가져보자.


새로운 트렌드가 아니더라도 너무 핫해서 익숙해져 버린 토픽은 이렇게 접근해 보자.

오크트리 캐피털의 수장, 하워드 막스는 1차적인 정보를 발단으로 한 연상 혹은 비판적 사고를 통한 새로운 사고방식 '2차적 사고'를 강조한다.


예를 들면 뉴스에서 어디서나 AI, AI반도체 등의 단어가 들려올 때 하이닉스 가즈아! 엔비디아 가즈아! 는 방식은 1차적 사고이다.

2차적 사고라면, AI인프라가 확장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를 생각하는 것이다.


AI를 활용하기 위해선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데이터센터 같은 인프라시설을 지으려면 인허가 포함해서 2년 이상 걸리니 단기적으로는 데이터센터 운영업체가 가격을 올리지 않을까?

데이터센터는 GPU가 돌아가면 더운 공기로 가득 차니 냉각기 수요가 늘지 않을까?

냉각기에는 어떤 재료가 필요한가?

이렇게 끊임없이 연관이 있을 것 같은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자.


2) 입맛에 맞는 재무지표를 통한 스크리닝

이것은 단순하다. PER, PBR, EV/EBITDA, 영업이익률, 매출성장률 등등등

자기의 입맛에 맞는 회사의 특징을 재무지표를 통해서 스크리닝 해보자.

Investing.com, 에프엔가이드 등등 무료로 돌릴 수 있는 툴들이 인터넷에 깔리고 깔렸다.


이런 걸 돌려보면 처음엔 듣도 보도 못한 기업들이 가득하다가도, 정기적으로 돌리면 늘 같은 친구들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그런 늘 보던 친구들 사이에 나타난 새로운 친구들! 이 친구들이 꿈과 희망이다.


3) 차트상 변화가 있는 종목 찾기

차트상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도 직관적이다.

예를 들면 52주 신고가를 돌파한 종목을 살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52주≒1년이니 특정 기업이 최근 어떠한 변화가 있었다, 혹은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시장은 감지했다는 것이다.

그 변화가 어떤 것인지 간단하게 조사를 해보고 그 변화가 기업의 경영활동에 있어서 유의미한 것이라 판단된다면 좋은 투자 아이디어가 된다.


4) 일상생활에서 흥미를 느끼거나 잘 아는 분야의 기업 찾기

예를 들어 옷이나 신발을 좋아한다면, 요즘 xx브랜드가 유행한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다.

xx브랜드가 유행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제품이 잘 팔린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고, 매출이 분명히 증가했을 것이다.

패션브랜드에 관심이 없다한들, 동네를 걷다 보면,

못 보던 매장이 생겼네?

이 매장엔 왜 이렇게 사람이 줄 서있지?

요새 xx브랜드 쇼핑백을 갖고 걷는 사람이 많네?

xx브랜드가 핫한 연예인을 모델로 쓰네?

등등...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아이디어는 우리 주변에 굴러다닌다. 잘 줍줍 해보자.




2단계: 딥다이브 (Deep Dive) - 일단 만나서 알아보기


좋은 인연을 만나려면 최소한 몇 번은 데이트를 해봐야 한다. 그냥 첫인상만 보고 판단하면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종목 분석도 마찬가지다. 롱리스트에서 괜찮아 보이는 종목을 추린 뒤, 이 기업들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는 단계가 필요하다.


그래서 어떻게 들여다봐야 하는데? 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준비했다. 최소한 이것은 꼭 하자


1) 이 회사는 실제 어떤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가?

연애를 할 때도 상대방이 어떤 직업인지는 알아보듯, 뭐 하는 친구인지는 알아보자.

각 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IR (Investor relations) 자료를 공개할 것이다. 각 회사가 공개하는 기업보고서를 통해서도 가능하고, 신문이나 미디어를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


2) 기업 실적은 어떤가?

기업 실적이라 하면, 각자 주목하는 점이 다를 수도 있다. 그리고 회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매출이 늘고 있는가? (어떤 부문의 매출이 늘고 있는가?)

이익도 늘고 있는가?

이익률이 적어도 유지되는가? (올라간다면 왜 올라가는가?)

부채가 과도하게 많지는 않은가?


3) 경쟁기업에 비해 우위가 확실히 있는가?

자본주의 경제 아래에서는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요소이다. 반드시 경쟁하는 업체가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런 경쟁에서 살아남는 친구들이 주식으로 돈을 벌게 해 준다.

경쟁사는 어디인가?

경쟁사에 비해서 현재의 기업규모는 어떠한가?

경쟁사에 비해서 어떤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4) 기업이 사고를 쳐온 이력이 있는가?

인간도 실수를 하고 사고를 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사회를 기만하는 부정한 행위를 할 수도 있고, 합법적이지만 주주가치를 개떡같이 여겨서 주주들이 피눈물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분식회계등 회계 부정을 일으킨 적이 있는가?

품질 사고등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문제를 일으킨 적이 있는가? 이러한 사고를 일으켰을 때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통한 신뢰회복이 아닌 현실부정이나 은폐를 하려고 하진 않았는가?

특수인 (예: 회장님) 혹은 단체에게 이익을 우선시한 경력은 없는가? (그룹 지배구조 재편, 무의미한 계열사 인수합병)

무의미한 증자로 주식가치 훼손을 하지는 않았는가?


앞으로 그런 일이 또 발생할지는 모르지만, 과거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나는 근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양아치는 언젠가 또 양아치 짓을 한다.




3단계: 쇼트리스트 (Short List) – 진지하게 만나볼 상대를 고르기


여러 명과 데이트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내게 맞는 사람과 아닌 사람이 구분된다. 이걸 투자에서는 쇼트리스트를 만드는 과정이라 한다.


수많은 기업을 조사했지만 결국 내 기준을 충족한 기업은 얼마 안 된다.

실제로 투자할 만한 회사는 손에 꼽는다.

숫자가 좋다고 다 살 순 없고, 느낌만으로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내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몇 개 기업만을 고르게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나만의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 회사가 왜 좋은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가?”

“이 회사를 1년 동안 들고 있어도 마음이 편안한가?”


연애를 할 때 "이 사람과는 장기적으로 만날 수 있을까?", “진짜 내 인생에 어울리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남을 가지지 않는가?


이점은 주식도 똑같다.

우리의 시간과 돈은 한정적이다. 모든 가능성에 운명을 맡길 수 없다.




4단계: 최종 투자 결정 (Timing & Price) – 우리, 이제 진지하게 사귀어 볼까?


마지막 단계는 연애로 치면 ‘고백’ 단계다.

좋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어도 타이밍을 잘못 잡거나 상황이 좋지 않으면 관계는 잘 안 된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좋은 종목이라도 살 타이밍과 가격이 적절하지 않으면, 훌륭한 기업도 수익을 주지 않는다.

DALL·E 2025-03-11 02.29.38 - A 10-year-old boy shyly hiding a bouquet of flowers behind his back, preparing to give it to a 10-year-old girl. Both children have gentle, bashful sm.jpeg


그래서 다음의 요소를 명확히 해야 한다.

적정한 가격대인가? (너무 비싼 가격에 사면 수익이 없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손실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언제까지 이 주식을 보유할 계획인가?


이것들을 결정하지 않고 감정적으로 투자하면 반드시 후회한다.

연애도 타이밍이듯, 주식도 타이밍이다.

좋은 기업이라도, 잘못된 타이밍에 들어가면 괴로운 연애가 된다.




5단계: 팔로우업 (Follow-up) – 끊임없는 관심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연애를 할 때, 고백에 성공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오히려 진짜 중요한 건 그 이후부터다.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꾸준한 대화, 그리고 작은 변화에도 관심을 갖는 태도가 없으면 아무리 좋았던 관계도 쉽게 무너진다.


주식 투자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기업을 발견해서 투자했다면 그걸로 끝일까? 절대 아니다.

기업의 상황은 언제나 변하고, 시장 환경도 끊임없이 달라진다.

처음 분석할 때 좋았던 기업이 앞으로도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투자자는 항상 다음의 질문을 반복적으로 던져야 한다.

내가 투자할 당시 기대했던 기업의 성장이나 투자 아이디어가 여전히 유효한가?

시장 환경이 바뀌었거나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아닌가?

이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은 장기적으로도 유효한가?


연애에서 끊임없이 관심을 기울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듯, 기업 역시 꾸준히 분기 보고서, 결산 발표, CEO의 메시지 등 변화의 신호를 확인하며 관심을 가져야 한다.


연애도, 투자도,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좋은 관계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고, 좋은 투자 역시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성공으로 이어진다.


한 번 투자했다고 방치하면, 어느 순간 기업은 변해 있고 계좌는 실망으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투자한 기업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겨라.
투자한 회사의 CEO와 1시간 대등하게 토론이 가능할 수준으로 그 회사에 대한 최신정보에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만났던 그 기업의 매력이 여전히 유지되는지 꾸준히 확인해라.

그것이 좋은 종목과 오래도록 행복한 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이다.



주식도 연애도 신중하게, 하지만 때론 과감하게!


이쯤에서 결론을 정리하자면,

투자도 연애도 '한 번에 운명의 상대를 만나서 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는 드물다.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기준이 생긴다.


첫눈에 반했다고 무작정 사지 마라.

충분히 만나서 검증해라. (기업을 잘 조사하고 분석해라)

확신이 든다면, 타이밍을 잡자

과감히 들어가자




요새 트럼프의 한마디 한마디에 시장이 요동친다.

매주 3번은 브런치를 쓰겠다는 다짐은 벌써 흔들리고 있다.

이번 주는 기필코 꾸준히 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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