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특히나 청년실업, 취직 대란, 공시족과 같은 취직에 관한 뉴스가 많이 나온다. 항상 그렇지만 가장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물론 나 때도 취업은 어려웠지만 확실히 요즘이 더 어려운 듯하다. 자동차 회사에 몸을 담고 있지만 이제는 경영, 마케팅 등의 문과계열 부서에서는 신입사원 채용보다는 경력자 위주로 채용한다고 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회사가 투자 없이 최대한의 이익만 뽑아내려고 하는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하다.
영국으로 유학을 올 때까지만 해도 영국에서 회사를 다녀야겠다 혹은 다니고 싶다는 생각을 단 한 번이라도 해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막상 와서 PSW 비자 (PSW 비자는 정규 대학원 과정을 마친 학생에게 주어지는 2년간 단기 노동 비자)라는 것이 있어서 경험 삼아 일을 해보면 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무작정 이곳저곳 회사에 지원하였다. 결과는 전패..
영국에서 대학원 1년 공부했다고 저 멀리 한국에서 온 나를 채용해줄 회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그래 그럼 영국에서 무급인턴이라도 해서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간다면 전화 인터뷰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리하여 Hotcourse라는 온라인 교육 포털 회사에 유급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인턴이라는 기간 동안 통으로 시간을 쓰기는 아까워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대학원 수업시간이 저녁 6시부터라 가능했다) 일을 할 수 있었다.
4개월 동안 근무 후 신기하게도 그때부터는 이력서는 내면 전화 인터뷰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덕분에 나이키, 구글 등의 회사에서 1차,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는데 이 또한 엄청난 자산과 경험으로 남게 되어 꼭 취직이 되지 않았어도 나에게는 큰 자산으로 남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뜬구름 잡으며 시간낭비하는 것보다
나 자신의 현재 능력과 위치를 깨닫고 포기할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것이 시간 절약과 다른 전략을 짜는 것에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좌절과 실패 끝에 한국 자동차 회사에 입사하게 되면서 나의 인생은 자동차와 인연이 닿게 된다. 한국 회사지만 98%의 직원이 영국인이 이곳에서 많은 일과 한국인 특유의 성실함으로 (야근..) 차차 인정을 받으면서 처음 맡았던 직무였던 본사 한국어 보고서 대응 담당에서 Sales planning 애널리스트, 시니어 Production 애널리스트 그리고 그토록 원했던 매니저 포지션을 5년 만에 맡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입사 시 면접 때 영국인 면접관의 질문이 "5년 뒤의 너의 계획에 대해 말해보라" 였는데 나는 매니저 타이틀을 꼭 5년 안에 달겠다고 했는데 그게 이루어졌다.
이제는 일도, 사람도 익숙해진 이 시점 5년 차...
나에게 뭔가 변화 그리고 도전을 할 시기라는 것을 깨달았을 이 시점에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는데
발목을 잡은 비자 문제. 누군가는 그랬다. 여기서는 인종차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비자 차별이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다리고만 있는 자에게는 기회는 없다는 생각에 꾸준히 Job 검색을 하며 마침 내가 잘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직무가 나온 것을 보고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밤을 새우며 바로 지원을 하였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채용 마감 기간이 있어도 먼저 지원하는 것이 유리하다.
그 이유는 먼저 지원한 사람이 마음에 들어서 뽑기로
결정했으면 뒷사람은 보지도 않을뿐더러 마감 기간도 채우지 않고 채용 공고를 닫아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력서를 내고 이틀 후 전화 인터뷰를 하였는데 비자 지원은 문제가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는 한 가닥
희망을 갖게 되었다. 혹시??
다시 이틀 후 1차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다는 연락과 함께 노트북을 가져오라고 했다. 응? 노트북은 왜??
자료와 함께 1시간 30분을 줄 테니 발표 자료를 만들으라는 얘기와 함께... OMG
전 세계 월별, 차종별 도매, 소매, 재고, 생산 현황이 담긴 자료를 주며 발표자료는 PPT로 만들어 발표하기로
하고 자료 준비에 들어갔다. 뭐 나름대로의 전략과 그간 정리했던 생각으로 자료를 만들고
회의실을 옮겨 3명의 면접관 앞에서 발표 후 이런저런 질문 포함 약 2시간 반의 면접을
마쳤는데 경력직 면접도 이리 힘들게 하는 건가?라는 것을 느낄 정도로
터프하게 진행되었다.
후회가 없을 정도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했기에 떨어져도 별 미련이 없을 거라는 생각과 함께...
보통 면접 혹은 서류 제출하고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
영국이라는 특수성도 있고... 모든 것이 느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면접 본 바로 다음날 전화가 와 2차 면접을 2일 후에 하고 싶다는 것이다.
뭐가 이리 빨라?? 2차는 Board진과의 면접. 이유를 물어보니 디렉터가 출장 전에
면접을 하고 싶다고 해서 이렇게 빨리 진행한다는 것이다.
크게 걱정을 안 하고 있는 그대로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 편히 갔다가 압박면접에 아주 된통 당하고 오게 되었다...
그리고 2주 후...
보통 탈락은 전화 대신에 이메일이 온다 왜냐면 좋은 소리 굳이 전화로 해서 뭐하나
전화를 받고 합격 통보를 받았다.
이직을 결심하고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을 할 수 있게 되어
좋은 감정과 떨림,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설렘이 가장 크고 내가 살아있음을 느껴서 좋다.
이제 두어 달 지나면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사람들과 일하게 될 것이다. 늘 하던 대로
한국사람이라는 자부심과 함께 성실하게 하면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자.
이번이 끝이 아니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지난 5년간 많은 업무 경험을 쌓게 해 준 아직은 현재 직장에도 너무 감사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