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고 말했지만, 그래서 이제 솔직해진다

by 사랑주니


괜찮다, 속에 숨은 나의 진심.



"괜찮아."


누군가 내게 미안하다고 하면, 누군가 나를 걱정하면, 심지어 나 자신이 무너지고 있을 때도 나는 그 말부터 꺼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 말은 위로가 아니라, 내 안의 작은 비명을 숨기기 위한 방패였다.


'나 잘해야 해. 무너지면 안 돼. 지금 힘들다고 말하면, 다 무너질지도 몰라."


그런 마음으로, 나는 그 짧은 두 글자에 나를 눌러 담았던 것 같다.


누군가에게, 또는 나 자신에게 건네던 말은 때로는 방패였고, 때로는 숨겨진 SOS 신호였다. 지금 돌이켜보면, "괜찮아"는 내 마음의 지도였다. 그 지도 위에는 내가 지나온 상처와 희망의 흔적이 얽혀 있다. 어떤 순간엔 버팀목이 되어줬고, 또 어떤 날은 나를 더 외롭게 만들기도 했다.




작년, 친구가 직장에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울먹이며 전화했던 날을 기억한다. 그녀는 자책과 불안으로 떨리는 목소리였고, 나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괜찮아, 누구나 실수해." 그녀가 무너지지 않기를, 스스로를 용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 뒤에는 말하지 않은 다른 진심도 있었다. '나도 비슷한 실수를 했을 때 많이 무서웠어.' 그때의 나는 그녀를 위로하면서도, 내 안의 오래된 상처를 건드리고 있었다. "괜찮아"는 그녀를 위한 위로였지만, 동시에 나 자신에게 다시 건네는 다짐이기도 했다.


반대로, 내가 "다 괜찮아"라고 말하며 숨겼던 순간들도 많았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미뤄지던 시절, 부모님께 "걱정마세요, 곧 될 거예요."라고 웃으며 말하곤 했다.


속으로는 불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내가 정말 괜찮을까? 이렇게 실패해도 될까?' 내 두려움을 덮는 얇은 담요였다.


말하지 않은 진심은 무거웠다. 사실은 누군가에게 "나 좀 도와줘."라고 외치고 싶었다. 스스로에게 "걱정마'라는 말로 그 외침을 삼켰다.


그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나의 자존심이었고, 동시에 무너질까 봐 버티는 나만의 주문이었다. 그때의 나는 "괜찮아"를 연습하며 스스로를 다독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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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은 내 삶에 복잡한 무늬를 남겼다. 때로는 거짓이었고, 때로는 희망이었다.


재작년에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던 시절,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괜찮아, 오늘은 나을 거야."라고 중얼거렸다.


처음엔 스스로를 속이는 것 같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작은 믿음이 되었다. 그 믿음은 나를 병원 문밖으로, 다시 일상으로 이끌었다.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내가 나를 믿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이제 "괜찮아"는 내게 새로운 의미로 다가온다. 완벽하지 않아도, 상처가 있어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약속이다.


예전엔 그 말로 나를 숨겼다면, 이제는 솔직함도 배웠다. 괜찮지 않다는 말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 오늘은 좀 힘들어."

"사실 아까 마음이 좀 무거웠어."


예전엔 그 말이 울타리였고, 지금은 문이 되어주는 것 같다. 닫혀 있던 마음이 천천히 열리고, 누군가와 연결되는 길이 되어주기도 한다.


이런 말들을 꺼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니지만, 한 번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니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제는 "괜찮아"라고 말할 때, 그 안에 내 마음도 같이 담으려 한다. 상대를 안심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심으로 괜찮다고 느낄 수 있을 때 말하려 한다.




혹시 당신도


"괜찮아"라는 말을 자주 하나요?

그 말 뒤에 숨은 진심이 있나요?


괜찮아요.


그 진심을 꺼내보는 건 두려울 수 있지만, 그걸 마주하는 순간이 바로 당신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시작이다.


오늘, "괜찮아" 대신 한 번 솔직해져 보는 건 어떨까?

"나, 사실 좀 힘들어.'"라고 말해보는 거다.


그 작은 용기가 당신의 마음에 새로운 무늬를 그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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