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 몸의 호르몬이 장난을 치는 걸까

by 사랑주니

감정이란 참 신기하다.

나이가 몇 인데 아직도 널뛰기라니.

오십 넘어 호르몬 변화 때문이라면,

조금은 위안이 될까.



감정이 우선이었을까.

몸의 변화가 먼저였을까.

여튼저튼 이상타. 요상하다.

국민학교 다닐 때도 널뛰기는 영 못했다.

이제야 이리 휘청거리는 건 또 뭘까.



어제 아들이 오기 전까지는 그리움이었다.

잠시 산책 나간 사이 귀환한 아들이

집 앞에 다다른 나를 보자 달려와 안겼다.

서로 울컥해서 아무 말 없이 꼭 안았다.

여전히 핫팩 보다 뜨거운 손으로

내 찬 손을 꼭 잡아줄 땐, 딱 좋았다.

그 한마디 말곤 다른 표현을 뭐하리.



"지난주 봤는데도 오늘은 다르네.

반갑다. 수고했다. 기특하다."

겨우 참는 눈을 비비며 웃는 얼굴엔

서로가 신나 있었다.



"하하, 저도 좋아용."

늠름한 군인에서 아기가 되어 버린 듯

통통 거리는 모습도 사랑스러웠다.



그 다음부터였나.

아들이 가지고 온 옷가지며

부대에서 사 가지고 온 물건이며

풀어내고 정리하고 별다를게 없었다.



다음 날 수능이라 단축 수업으로

일찍 하교한 여동생과 히히큭큭.

집안이 뜨끈해졌다.

뭐였을까.

다 좋았는데.



책상 위 아침에 읽다 만 책에

눈길을 보냈다.

흰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자.

페이지는 넘어가지 않았다.

왜 그랬지?



노트북으로 손길을 보냈다.

마우스로 이리저리 뒤적.

한 시간이나 지났다.

뭘 했지?



졸음이 불쑥 와서 눈을 덮었다.

점점 느려지는 손.

타아아타, 타아아타.

또 한 시간.

정말, 뭐 한 거지?



'이러다 금방 밤 되겠다.'

정신줄 부여 잡고 어깨 치료 받으러 갔다.

물리치료 받는 중엔,

잠이 든 건지, 안 든 건지.

개운하지도 찌뿌둥하지도 않은 그 어딘가.



병원을 갈 때도, 집으로 올 때도

운전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없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이 없던 건 아닌데.

그랬나?



밤까지 이어졌다.

뭐라 말하기 애매한 상태.

피곤하다기엔 그런 것도 아니고,

쌩쌩했다기엔 한 게 없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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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그랬다.

감정이 그랬나?

마음이 흔들렸나?

치료 받고 어깨는 나아졌는데,

아파서 그랬다고 하기엔 또 아니고.

요상타.



나를 설명할 수 없는 하루였다.

작더라도 하루의 성과를 기록하고

어떤 날이었다고 분명히 규정하는 게

습관처럼 자리 잡은 내게,

이런 날은 좀 낯설고 싫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날.

이랬다 저랬다 했던 날.

오늘도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이 불안한 느낌은 뭘까.



정체를 알고 싶어

일단 이렇게 글로 풀어내본다.



이럴 때마다 생각한다.

마음도, 몸도, 삶도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제법 온다는 걸.



그럴 땐, 한 걸음 물러서서 기록해두자.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날에도,

나를 믿기로 하자.




이유 없이 흐릿한 날을 겪고 있나요?


이유를 몰라도 좋습니다.

가끔은 이유를 모르는 날도,

그냥 그렇게 두기로 해요.



함께 그런 날을, 그런 날로 받아들여봐요.

흐릿한 하루를 설명할 수 없다면,

이렇게 남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당신의 요상한 하루는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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