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떤 글을 쓸까?'
쓰고 싶은 글이 몇 개 밀려 있었어요.
오늘 새벽은 다 쓰라고 하더군요.
눈을 뜨자마자 글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글감이다!' 하는 설렘은 아니었어요.
어딘가 의무처럼 느껴졌거든요.
정리되지 않은 생각은 자꾸 튀어오르고
어떤 걸 먼저 붙들어야 할지
선택을 못했습니다.
글감이 많아도
글로 펼치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오늘 새삼 느꼈습니다.
마음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 반대랍니다.
넘쳐나는 이 마음과 감동을
조금이라도
더 잘 표현하고 싶은 욕심이 컸죠.
금방 글로 내어놓지 못하는 걸 보면
아직은 글쓰기 수련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고
살짝 아쉽기도 하네요.
그래도요.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살피고,
놓친 결이 없는지 들여다보면
언젠가는 글이 스스로 길을 열어줄 거예요.
가끔은 즉흥으로 쓰는 글이
날것의 감정이 표현되어 좋더군요.
팔딱팔딱 튀어 오르는 느낌이 들죠.
또 어떤 글은 지금처럼 시간이 필요해요.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요.
삐삐삐삑.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군요.
어제 오후에 집을 나간 아들 녀석이
들어왔습니다.
"미라클 모닝! 반가워요!"
두팔 벌려 환영하는 제스처를 하네요.
가만 있어봐라.
이 녀석이 올해 몇 살이지?
내일이면 생일인 아들의 나이를
까먹었어요.
계산하는데 헷갈리더군요.
세월이 그렇게 흘렀습니다.
어제 태어난 듯한 아이.
까마득했던 게 정말 어제 같은데요.
벌써 군대를 다녀오고,
나이 가늠도 어려울 만큼 자랐습니다.
새삼 생생히 떠오르네요.
'언제면 키울까?'
"아기가 아기를 낳았구나,
잘 키울 수 있겠니? 넌 잘 할거야.
주니는 뭐든 잘 하잖아."
아이가 태어났을 무렵
부모님께서 해주신 말씀입니다.
잊혀지지 않아요.
아기가 아기를 낳았죠.
서른의 나이였지만 철이 없었으니까요.
여전히 엄마 아빠에게 투정부리고
이기적으로 굴었던 딸이었으니까요.
부모님 눈에는 걱정이 많았을테죠.
그랬던 저에게
이젠 주변 사람들이 육아와 자녀 교육을
상담을 요청합니다.
난감한 상황에 조언을 구한다면
연락이 오곤 합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저도 함께 자랐습니다.
숙성의 세월을 보냈네요.
아이에게는
20년 넘는 세월, 매일 사랑을 줬습니다.
그 마음이 하루도 약했던 적이 없어요.
아니에요.
하루도 걸렀던 적이 없지요.
아이를 향한 사랑은 멈출 수 없으니까요.
그런 날들이 매일 쌓였습니다.
20년 넘었어요.
첫 아이때 우왕좌왕, 허둥지둥 하다가
둘째 때는 여유가 생기지요.
경험의 힘이죠.
아이를 기르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나를 돌보는 일도
미라클 주니 활동도
결국 같은 원리를 품고 있을 겁니다.
우리를 아우르는 것들은 삶 그자체.
시간이 필요하고,
마음이 필요하고,
포기하지 않는 작은 반복이 필요하죠.
하루에 쓰는 한 문장,
아이에게 건넨 한마디,
내게 건네는 아주 작은 다짐 하나가
매일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습니다.
급하게 쓰지 못한 글이 아쉽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그 아쉬움까지도
저를 자라게 한 시간들이었어요.
글도 그렇고, 삶도 그렇고
우리는 늘 그저 조금 느리게,
하지만 분명하게 자라고 있더군요.
오늘의 글도 그렇게
제 안의 숙성이 끝난 한 조각입니다.
먼지 같은 성공이 쌓여 산이 되는 그날까지
나를 위한 모든 시간 쌓아가기.
미라클 모닝 618일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