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르지만, 그래서 더 좋다.
후배와 오랜만에 점심을 했다.
종종 톡으로 대화를 하고,
가끔 통화한다.
한 번 통화하면 기본 1시간.
어제도 통화, 그제도 통화.
어쩌다 보니 근래 자주 통화했다.
얼굴을 자주 보는 편은 아니다.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신기한 건,
하나하나 해부해보면
우리는 비슷한 구석이 전혀 없다.
생활 방식도 다르고,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다르다.
"둘이 어떻게 친해졌어?
도통 연결이 안 돼."
주변에서 이런 말을 참 많이 듣는다.
우린 친하다.
베스트 중 베스트.
지인들은 그 후배를 만난 적이 없는데도
누구인지 안다.
그 후배의 주변 사람들도
나를 만난 적이 없지만 나를 안다.
우리의 삶에서 늘 튀어나오는 이름.
우린, 그런 사이다.
알게 된지는 20년 정도.
전전직장 선후배로 만났다.
어째서 그렇게 친하지
얘기하자면 몇 박 몇일.
웃음 터지고 술 터지는 이야기가 넘친다.
후배를 향해 내가 잔소리 장전하려면.
"아, 됐어. 그만! 알아.
알지만 난 싫으니 멈추시오.
언니처럼은 살 수 없소.
언닌 재미없으니."
후배가 나를 끌어들이려 하면.
"난 그 세상 노노. 우리 노는 물이 달라.
그게 뭐가 재밌어?
우린 함께할 수가 없어."
어쩌다 만나면 투닥투닥.
남들이 보면 싸우는 것 같다고 한다.
우린 세상 가까이
서로에게 도움되는 말을 거르지 않고
화살을 날릴 뿐이다.
다만,
우리끼리 던지는 팩폭엔 상처가 없다.
질투나 이기심도 없다.
어떤 노림수나 계산은 전무하다.
서로를 향한 100% 믿음.
가식은 0%
"언니가 해주는 말은 사랑이란 걸 알아.
오롯이 나를 위한 마음이 있다는 게
느껴져.
그러니 그렇게 직설적으로 말해도
다 받아들여지지."
"네가 해주는 말은 애틋하다는 걸 알아.
넌 내가 그리도 좋더냐?"
"내 이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말 못했던 이 늪을
언닌 그냥 다 알잖아.
내가 길게 말하지 않아도
내 목소리만 들으면 다 알아 버리잖아.
우리 다시 태어나면,
언니가 내 남편으로 와라."
"하하. 뭐라고? 싫다.
너랑은 지금도 지겹다.
우린 이정도가 딱이다.
네가 전해주는 그 마음이면
나도 좋다. 더 뭘 바라냐?"
오늘은 후배 덕분에
나와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사람들의 심리랄까.
내가 근처에도 가본 적 없는 세상을
보여준다.
나를 부끄럽게 하기도
아무 생각없이 웃게도 해준다.
<오십에 만드는 기적>
내 첫 책이 출간 되었을 때,
순도 깨끗한 지지와 축하를 보내줬다.
발벗고 나서며 현생의 사람들에게
홍보하고, 선물하고 알려줬다.
"언니야, 내가 더 울컥이야.
아는 이야기라 그런가.
언니 책 보면
눈물나서 페이지가 안 넘어가.
중간까지 읽고 멈춤 상태야."
"에이, 자기계발 부분은
읽기 싫어서 멈춘게 아니고?
어디 눈물 핑계지?"
"오~~ 어찌 알았지?
역시 날 너무 잘 알아."
1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얼굴을
올해는 몇 번 봤다.
오늘도 반가웠다.
오늘은 싸우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