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때문에 지쳤지만, 사람 덕분에 다시 일어났다
사람이 싫었어요.
만남을 거부하고 싶었지요.
나를 이용하는 사람.
내 에너지를 뺏어 가는 사람.
그들과 연결될수록
나는 점점 말라갔습니다.
컴플레인을 처리해야 하는 업무도
괴로웠어요.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멈칫.
속으로 들어온 한숨은
마음속 불씨를 툭 꺼뜨리곤 했습니다.
'하...'
작년, 퇴사할 무렵의 저는
지칠 대로 지쳐 있었습니다.
블로그가 좋았던 건,
아무도 만나지 않아서였어요.
닉네임으로 글을 쓰면 되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나누는 댓글은
글쓰기의 연장선이라 여겼죠.
부담 없이 이어갈 수 있었으니까요.
서로를 모르고,
나도 나를 숨길 수 있는 공간.
그 세계가 제겐 안전지대였죠.
응원과 격려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마음을 진심으로 나누게 되었죠.
그게 신기했습니다.
그래도 그때는 그정도면 괜찮았어요.
여전히 우리는 서로를 몰랐으니까요.
온라인 줌에서 처음 얼굴을 보며
나누던 대화들.
그 속에서 전해지는 뜨거운 에너지가
새로웠습니다.
줌 미팅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어요.
일회성 강의도 찾아 들었습니다.
상처로 젖어 추위에 떨던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번졌어요.
젖은 상처가 마르기 시작했습니다.
우연히 시작 된 첫 만남.
그때부터였어요.
데미안님도 작년 여름 서울에서
처음 만났고요.
다른 분들에게도
만나보자고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만 글로 이어지던 분들.
줌에서만 느껴지던 열정.
직접 만났을 때의 온도는
그보다 몇 배나 더 진했습니다.
넓은 세상, 다양한 사람들.
수많은 마음들.
책에서 알던 세계와는 전혀 달랐어요.
그 에너지가 저를 활활 태웠습니다.
오랜만에 열정이 타오르는 걸 느꼈습니다.
지난 토요일, 부산에 다녀왔어요.
'부글로그 모임.'
부산에 계신 몇 분이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자리였어요.
그분들을 한 번에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죠.
처음 만난 분,
자주 소통하던 분,
블로그 초보 시절부터 2년을 이어온 분,
부산 북토크를 기획해주신 분까지.
설렘, 반가움, 신기함이
계속 번져갔습니다.
이야기는 쉬지 않고 이어졌어요.
삶, 제주, 부산, 글쓰기, 스레드, 책, 운동,
브랜딩, 사업, 그리고 꿈.
그 모든 이야기가 실처럼 꿰어졌습니다.
즐거웠어요.
따뜻했어요.
사람들과 나눈 대화 속에서
제가 확장되고 넓어지는 느낌이었죠.
맛있는 점심을 사주시고,
시원한 소주와 뜨끈한 저녁을 건네주시고.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도 모르겠더군요.
제주시에서 한라산을 넘어
서귀포시에 다녀온 듯 후루룩.
비행기 내려서
다시 비행기 타고 돌아온 느낌이었어요.
부산 북토크를 만들어주신 센체님.
포근한 마음과 간식을 건네주신 까만콩님.
온 에너지를 글쓰기와 브랜딩에
쏟아 붓는 꽁돈님.
삶의 연륜으로
깊은 깨달음을 나눠주신 하록선장님.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었습니다.
사람이 두렵던 시절이 있었어요.
지금의 전 사람을 통해 자라고 있다는 걸
선명하게 느꼈습니다.
글로만 이어지던 인연이
눈빛과 목소리와 마음으로 다가오는 순간,
온도가 완전히 달라졌어요.
한때는 피하려 했던 자리들이
지금의 저는 기꺼이 걸어 들어가는
기대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사람이 싫어서 숨어 들었던 블로그였는데
사람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습니다.
그 사실이 새삼 고맙고 벅찼습니다.
사람이 두려웠던 시절도,
만남을 회피하던 시간도
이제는 아주 먼 옛이야기가 되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받았던 마음이
다시 사람에게서 회복되는 순간을
이토록 또렷하게 느낀 적이 있을까요.
부산에서 보낸 그 하루는
내 안의 깊은 곳에서 멈춰 있던 무언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날이었어요.
나는 사람에게 지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사람을 통해 살아나는 사람이었고,
사람을 통해 삶을 펼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 사실을 잊고 있었을 뿐이죠.
이제는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습니다.
난 다시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고.
지금의 나는 사람이 너무 좋습니다.
사람을 통해 에너지를 받고,
그들과 나누는 관계에서
내 삶이 더 커진다는 걸 이제 압니다.
지금 나는 다시
원래의 나로 돌아왔습니다.
내가 사랑했던 나로.
그날 만난 모든 분들께
마음을 깊이 전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