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른 채 살아온 시간, 나는 여전히 나를 몰랐다

by 사랑주니


한 달 정도 됐을까.

두어 달 지난 거 같기도 하고.


몇 달 나아진 듯 하던 어깨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허리와 등 부위에 담이 왔다갔다 했다.

고관절까지 문제 있다며 신호를 보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하루 중 가장 많다.

그런데 앉아 있을 때가 더 아프니

문제가 컸다.


파스를 붙이고,

찜질을 하고,

폼롤러를 해보고,

가족들이 돌아가며 안마도 해주고,

병원에서 물리치료도 받았다.


잠깐 괜찮은 듯 하다가

책상에 오래 앉았던 다음 날이면

여지없이 통증이 올라왔다.


그러면 그럴수록

허리는 세우고, 어깨는 더 펴고,

흐트러지지 않으려 했다.

그렇게라도 버티지 않으면

무너질까 봐 불안했다.


증상은 더 심해졌다.

지난주에서 이번주로 넘어오며

일정이 바빴다.

그러면 그렇지 싶었다.

병원을 다녀도 그때 뿐,

다음 날이면 다시 아팠다.


파스를 붙이는 자리가 늘고,

가족들의 팔꿈치 안마는

피부를 상하게 했다.

운전할 때도 불편해서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어제 만난 후배가

다른 병원을 추천해줬다.

오늘 그 병원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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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분,

여기 아프시죠? 여기는 괜찮죠?

그렇게 하면 더 아프시죠?

평소에 이렇게 생활하시죠?"


"네... 네... 네. 어떻게 아셨어요?"


"몇 마디만 들어도 압니다.

아마 목 디스크, 허리 디스크,

관절염까지 의심됩니다.

촬영해보고 다시 이야기하죠"


"네..."


"목 디스크가 꽤 심합니다.

관절염도 오래됐고요.

허리는 그나마 양호하네요."


"네? 아니,

그 정도로 심하게 아팠던 건 아닌데..."


"여기 잘 보세요.

이렇게, 저렇게, 요기 저기......

이해되시죠?

장기간 방치됐습니다."


"1년 전까지 물리치료도 꾸준히 받고,

한의원도 다녔어요.

안 아파서 그만둔 거였어요


"병은 완치되기 전까진 모릅니다.

증상이 오르내리는 구간이 있어요.

병은 그대로인데

괜찮아졌다고 느끼는 것뿐입니다.

며칠 괜찮았다가 다시 아프셨죠?

그 착각 때문에

병을 키워오는 분들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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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마다 명상을 하며

몸의 신호를 누구보다 잘 듣는 사람이라고

믿었다.

나를 잘 돌보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 믿음이 틀리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 건 사실이다.


몸의 언어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 더 오래, 더 깊은 곳에서

괜찮다고 넘긴 시간들이 쌓이고 있었다.

몸은 오래전부터 혼자 아파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조금 미안하고 조금 놀라서

이제는 몸에게도 시간을 주려고 한다.



통증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게 아니었다.

삶도 그럴테지.

쌓이고, 눌리고, 미뤄두었던 것들이

언젠가는 모습을 드러낸다.


삶도 밀어두지 말고 제때 마주보려 한다.

스스로는 잘 살피고 있다고 믿었지만,

정작 그 빈틈은 내가 몰랐다.

몰랐던 사이에 병도 자라났다.


나는 여전히 나를 몰랐다.

언제쯤이면,

나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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