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에 군대 전역한 아들 방에서
랩하는 소리가 들리네.
저 자슥 요즘 겜은 잘 안하더라.
초등학생 때부터 10년 넘게
미친 듯이 하던 게임을
이제야 할 만큼 했다고 느끼는 걸까.
'이 정도면 됐다.'
얼마나 하면 그런 마음이 들까.
아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나는 그 말에 만족했던 적이 있었나.
하다가 너무 많이 해서
조금은 심했다고 돌아본 적은 있다.
술,
낮에 누워 있기.
티비 틀어두고 널부러지기.
내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엄마를 이기려고 소리 지르기.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나 참 별로다.
애초에 이런 얘기를 하려던 글은
아니었는데 이렇게 흘러간다.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한 건
첫째를 키우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들에게 하는 일은 늘 아쉬웠다.
'이 정도면 됐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육아도, 살림도, 아내로서의 역할도
점점 욕심이 커졌다.
다 잘하고 싶었다.
잠시 옆길로 샜나 보다.
아들의 게임처럼
좋아하는 걸 한다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몇 년을 해야
'이제는 충분하다.'라는 마음이 들까.
난 만화책을 좋아했다.
지금도 옛날 만화를 좋아한다.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만화책으로 채운 방을 갖는거다.
만화책은 서른 즈음 줄였다.
그렇게 보니 20년은 걸린 셈이다.
내가 알고 싶었던 건,
'꾸준히'라는 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였다.
글은 얼마나 써야 하고,
책은 어느정도 읽어야 하고,
달리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냐는 거다.
언제쯤이면
"그래도 많이 했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난 이제 겨우 2년차.
5년? 10년?
어쩐지 멀어 보이지만
그것도 금방이라는 걸 안다.
믿지 못해서 생긴 궁금은 아니다.
문득,
그날의 내가 보고 싶어졌다.
예순살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보며 무슨 말을 해줄까.
당신의 충분하다는 기준은 어디쯤인가요?
몇 년 후의 당신은
지금의 당신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요.?